• 전통을 잇는 사람들, 길상의 새 이미지를 꿈꾼다 - 동양화가 김민수
  • 전통을 잇는 사람들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유독 발걸음을 붙잡는 작품을 발견하는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최근 만난 동양화가 김민수의 작품이 그랬다. 궁금해서 그녀의 작품들을 조사해보니 우리 민화를 많이 닮았다. 대중적 실용화였던 민화는 다양한 소재가 주인공으로 사용되었고, 대부분 벽사진경(辟邪進慶 : 사귀(邪鬼)를 쫓고 경사(慶事)새로운 일을 맞이함)을 염원한다. 그녀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팝아트가 된 민화

    전통민화를 현대화하여 부귀영화를 작품화하는 동양화가 김민수 작가와 만났다. 작업실은 곧 앞둔 전시 때문인지 벽에 많은 작품이 걸려있다. 작품을 완성하기 전 벽에 걸어두고 보는 것이 습관이라며 “좀 어수선합니다. 산만해 보이기도 하죠?”라며 작업실 풍경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가 동양화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의아했다. “많은 분이 같은 의구심을 가지세요. 표현하는 주제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현대 팝아트와 유사한 성격을 띱니다. 재료들도 대부분 서양화 재료들이에요.”라는 설명으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해답이 되어준 빨간 자수 보자기

    김민수는 대학에서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작업을 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면서 고민에 빠졌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겪는 과정이고, 그녀는 ‘흔하지 않은 작업’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것이 빨간 자수 보자기다. “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보자기에 시선이 한참 머물렀습니다. 한 땀 한 땀 놓인 자수, 그 자수 속에 새겨진 의미를 생각하면서, 민화가 가진 이론을 공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 그렇게 해답을 찾았다. 기법적인 것은 따로 배우지 않은 대신 서양화로 표현해보려 했다. 결과적으로 이전 작업보다 단순화되었고, 화려해졌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온통 붉은, 유독 빨간색

    화려해진 스타일을 보여주듯 작품에 유독 빨간색이 많다. 작품 속 주제가 부귀영화를 염원하는 것이라 붉은 바탕 위에 그린 것이 많다. 마치 부적 같은 느낌도 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 빨간색이라 귀띔했다. 작업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기물, 가구 할 것 없이 온통 붉다. “세상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색이 빨간색이기도 합니다. 또한, 탄생 · 활력 · 에너지 · 사랑을 의미하고 부를 상징하기도, 때론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적 의미도 있어 바탕색으로 많이 사용한답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을 담은 그림

    그녀가 고민 끝에 찾은 해답, 빨간 자수 보자기와 민화를 모티브로 작업하게 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어릴 적부터 일상에서 쉽게 접했던 것, 그건 다름 아닌 전통이었다. “집에 골동품이 많았답니다. 어머니가 다도를 오래 하여 전통적인 물건이 많았습니다. 자수 보자기도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 유년기에 어머니가 저를 앉혀두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자수 속 의미를 많이 들려주셨답니다. 익숙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답을 찾은 것이지요. 대부분 작가가 그럴 것이에요.” 그렇게 해서 작업하는 주제가 부귀영화이다. 사람의 욕망과 염원을 담는 것이 어쩌면 그림의 가장 원시적인 출발과 맥을 같이하고 이 또한 주술적 의미를 행하던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소원을 담아 대신 기도해 주는 그림요! 민화도 대부분 그런 의미를 담아 그린 것이잖아요.”

  • 전통을 잇는 사람들, 부귀영화를 그리다

    검은색 라인으로 전통 문양을 겹쳐지게 그린 ‘화조화’, 과거와 현대 속 기물을 이용한 ‘책거리’ 시리즈를 거쳐 최근엔 다양한 나라의 영웅이 등장하는 ‘영웅 부적’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곳곳에 다양한 상징물이 등장한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 ‘모란’ , 장수와 남녀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복숭아’, 잡귀를 쫓고 다산과 벼슬을 의미하는 ‘닭’이 그렇다. 새도 있다. 특정 새라고 단정 짓기보다 파랑새는 희망을 담고 노란빛의 새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담아 표현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배트맨 , 원더우먼, 슈퍼맨은 또 다른 신

    최근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었다. 각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이색적이라 생각되어 의도를 물었다. “과거 사신도나 무속화에 등장하는 신은 대부분 안녕과 부귀영화를 지켜줬습니다. 제 작품에는 어릴 적 즐겨본 만화 속 주인공과 배트맨, 원더우먼, 슈퍼맨 같은 캐릭터가 신으로 표현됩니다. 이 캐릭터들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 다양한 종교 안의 성인과 캔버스에서 공존합니다. 이는 현재와 미래의 부귀영화를 지켜주는 신으로 과거에서 진화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이 캐릭터들은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서 누군가를 지켜주고 일을 해결해줍니다. 과거 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요!”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회화 작가, 또 다른 염원을 담는다

    김민수는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염원을 그림 속뿐만 아니라 가구, 소품, 인테리어 제품 등에도 담는다. 패션디자이너는 물론 가방, 패브릭, 쥬얼리,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진행한다. 올여름에는 쥬얼리 브랜드와 펜던트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여러 사람과 협업을 통해서 제 작품이 모든 생활 속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답니다. 단순히 회화 작가의 영역 안에서만 아니라 이 틀을 뛰어넘고 싶어요.”라며 또 다른 염원을 담는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문화재 속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생활 속에서 전통적 소재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우리 문화재 속에서 영감을 받는 그녀는 만약 자신이 미대를 가지 않았더라면 사학이나 문화재 관련 학과를 갔을지도 모르겠다고 할 만큼 우리 것에 관심이 많다. 미술관보다 박물관을 더 즐겨 찾는다는 그녀는 그중에서도 자수 관련 문화재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특히 활옷, 상여 장식품인 꼭두가 그렇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작업 중인 그녀는 “한창 전시 준비 중인데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토이 작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라며 살짝 귀띔하며 다시 캔버스 앞에 앉았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길상의 의미가 새롭게 부여된 현대 대중문화 속 슈퍼히어로 등을 팝 아트적인 요소로 풀어내는 작품은 모든 일이 잘 되게 해줄 것 같은 마치 신(新) 부적 같은 역할을 해줄지도 모른다. 김민수의 작품을 통해 부귀영화와 안녕을 기원해보는 건 어떨까.

    원고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사진자료 제공 | 작가 김민수

  • 이미지 퀴즈 배경

    빨간색은 활력, 에너지 같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부를 상징하는 색이다.
    또한 때로는 잡귀를 물리치는○○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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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날짜 2019년 1월 14일 ┃ 발표날짜 2019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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