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속 K-뮤지엄 미국 속 작은 한국, 그 속에서 만나는 뉴어크박물관 한국실과 한국문화재
  • 세계 속 K-뮤지엄

    최근 종방한 tvN의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의 슬픈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억하고 기록하지 못한 의병의 이야기 속에 비운의 왕으로 기록되는 고종이 등장한다. 드라마를 통해 본 고종의 모습은 소극적인 품성이지만 은밀히 의병을 지원했다. 화면 속에서 재현된 고종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복식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사진 한 장이 있었으니 몇 해 전 기사를 통해 본 고종황제 초상 사진이다. 미국 뉴어크박물관 에서 발견된 이 사진 한 장과 드라마 속 고종이 겹치는 듯하다.

  • 뉴저지주의 뉴어크

    미국 뉴저지(New Jersey)주에서 가장 큰 도시 뉴어크(Newark)는 외항선이 입항하는 통관항이 위치한 항구 도시이자 공업 도시이다. 뉴어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데, 미국 내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뉴욕과 뉴저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다리 중 하나인 조지 워싱턴 다리(George Washington Bridge)로 연결되어 실상 하나의 생활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뉴저지와 한인들의 인연은 언제부터일까? 바로 1883년 고종황제의 외교사절단 민영익 일행이 뉴욕 항에 상륙하면서부터라 본다. 1965년 이후에는 한국인 이민이 증가하면서 지역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과의 인연은 그 흔적을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미국 속 작은 한국을 품은 곳, 미국 뉴저지 뉴어크에 있는 ‘뉴어크박물관(Newark Museum)’을 소개한다.

  • 저명한 박물관학자가 설립한 박물관

    뉴어크박물관은 1909년 저명한 박물관학자 존 코튼 다나(John Cotton Dana)가 설립한 곳이다. 존 코튼 다나는 “박물관은 대중을 유도하여 즐거움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질문을 이끌어내어 학습을 촉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생의 마지막을 뉴어크에서 마감한 그는 문화기관은 시민의 일상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노력한 박물관학자였다. 뉴저지 주 최대 박물관이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박물관 중 하나인 뉴어크박물관을 살펴보자.

  • 미술.과학 분야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규모의 박물관

    뉴어크박물관은 미술과 과학 분야를 포괄한다. 전시실은 모두 80여 개에 이르는데 그 컬렉션이 광범위하다. 미국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적의 고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소장하고 있다. 토마스 콜,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프랭크, 스텔라 등 미국 유명 작가의 작품도 한데 모여 있다. 특히, 티베트 갤러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된다. 이곳에는 20세기 초 기독교 선교사들로부터 구입한 유물이 가득한데 그중에서는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봉헌한 불교 제단도 있다. 뉴어크박물관의 자연 과학 분야 컬렉션도 눈이 번쩍할 정도인데, 광범위한 75,000여 개의 표본 컬렉션을 소장했다.

  • 아시아 소장품만 30,000점

    뉴어크박물관 80여 개의 전시실이 위치한 본관 외, 별관에는 빅토리아 과학관, 앨리스와 레너드 드라이퍼스 천문관, 주니어 박물관, 뉴어크 소방관 박물관 등이 있다.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박물관이 아닌 지역 내 복합문화예술기관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아시아 미술품은 600점 이상으로 현재 20개의 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아시아 소장품은 박물관이 소장한 아시아 소장품 30,000여 점 중 2%에 불과한 숫자이다. 이렇듯 놀라운 수의 아시아 소장품은 1909년 박물관 설립 때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어크박물관은 선구적이고 혁신적인 전시 체계 덕에 일찍이 한국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었다.

  • 선교사들 기증품이 바탕, 다양한 장르의 소장품

    박물관 초기 컬렉션 구성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에 머물렀던 선교사들의 기증품이 기반이 되었다. 이후로도 해마다 많은 양의 작품을 구입했다. 한국 미술 소장품은 꾸준히 증가했고 그 덕에 600점의 소장품을 자랑한다. 이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보다 많은 숫자이다. 한국 미술 소장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선 시대 불화, 신유학의 영향을 받은 문인화와 민화이다. 이외에도 고려 왕조(기원전 37년-서기 668년)부터 2006년에 이르기까지 도자기, 복식 및 섬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한국 미술품 소개의 선도적 박물관

    뉴어크박물관은 1989년 확장공사를 하면서 독립된 한국실을 마련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미주법인, 현대그룹, 삼성그룹 등 다수의 한국 기업이 한국실 마련을 후원했다. 뉴어크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는 서구 박물관에서 한국 문화재가 소개된 매우 앞선 예로 평가받아 뉴어크박물관이 한국미술품 수집과 소개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소장품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을 주제로 한 특별전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2014년에는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맞이해 <한국, 금강산의 땅>을 전시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K-pop, 음식, 패션 등의 한국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고 특별 이벤트 프로그램인 <코리안 웨이브>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 고종황제 초상 사진 발견

    한편, 2015년에는 뉴어크박물관에서 한국의 중요 근대사 자료인 ‘고종황제 초상’ 사진이 발견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인이 촬영한 가장 오래된 고종황제의 초상사진이 발견된 사례로 하는 대한제국 황실의 사진가로 알려졌으나 작품은 전해지지 않았던 해강 김규진이 1905년 촬영하여 미국 외교사절에 제공한 것이다. 당시 경운궁(현, 덕수궁) 증명전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은 한국 사진가에 의해 촬영된 대한제국 황실 사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이 사진은 촬영장소, 시기, 사진가의 이름이 정확히 기록된 점, 사진이 부착된 앨범과 앨범 보관 상자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오리지널 프린트라는 점에서 한국 근대사와 사진사 연구에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 한국 미술품 소장 자료 연구 지속

    뉴어크박물관은 한국 미술품에 대한 연구와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 중이다. 백남준, 최우람 작가 등 한국 현대 미술품도 꾸준히 매입하며, 한국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 소장품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 논문을 발표하거나 ‘달 항아리 만들기와 꽃꽂이하기’ 등과 같은 한국소장품 관련 체험교육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뉴어크박물관의 한국 관련 전시와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참고자료 |「미국 뉴어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Korean collection of the Newark Museum)」, 국외소재문화재재단, 2016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