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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지도가 이렇게 많았단 말인가! 조선 사람들은 지도를 이토록 사랑했던가? ‘고산 김정호’나 ‘대동여지도’에 대해 얼핏 들어보긴 했어도 그 이름의 가치를 몰랐다면 꼭 봐야 할 전시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지도예찬-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는 지도가 총망라된 자리이다. 조선 시대 지도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종합 전시를 뮤진과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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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지도예찬> 전시에 소개되는 지도는 모두 260여 점이다. 국보 1건, 보물 9건을 포함해 주요지도 및 지리지가 한 자리에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요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내 20여개 기관과 개인 소장가의 소장품으로 꾸며졌다. 이번 특별전은 '지도'가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될 전시로 공간, 시간, 인간의 이야기를 지도를 통해 풀어낸다. 민족사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을 충실히 기록한 역사 자료로서 조선 시대 지도 문화 전통을 조명하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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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은 삼국시대 이래 천오백 년 이상 지도를 만들어 왔고, 지도 제작 전통은 고려를 지나 조선으로 이어졌다. 조선 왕조 500년을 풍미한 ‘조선지도’는 오늘날 지리학 연구와 지도 제작 분야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의미와 중요성이 무색할 만큼 퇴색되거나 우리의 관심 밖에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여러 종류의 지도를 돌아보며 지도의 기능 뿐 아니라 인문학적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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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입장하면 지도에 관한 일화를 접하게 된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이야기로 어려서부터 지도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호가 어떤 과정과 시련을 통해 지도를 제작했고, 제작 후에는 국가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 요약한 문구를 접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 지도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전시는 출발한다. 지도의 나라 조선,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대동여지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담은 동아시아 최초의 진정한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하늘을 담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지도'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전시는 총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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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공간.’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공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을 포함한다. 조선 전기에 만든 희귀한 우리나라 전국지도인 <조선방역지도>, <지구전후도> 등이 첫 번째 이야기 부분에 전시된다. 실제 전시실에서는 지도상의 표기가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지만, 자신이 사는 위치를 어렵사리 찾아보는 이들이 많다. 장대하게 솟은 산봉우리,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옹기종기 모인 집, 들판, 시장 혹은 광장이 오밀조밀 들어선 지도를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어떠한지 바라보는 일은 오늘날 우리의 존재와 그 주위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이해 를 돕는다. 공간을 담아낸 조선의 지도로 당시 시대 인식과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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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시간.’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전시물이 소개된다. 동아시아의 지리학에 역사를 기록하는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왔는데 조선 시대 지도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인의 세계관을 담은 <천하고금대총편람도>나 전국지도인 <조선팔도고금총람도>는 역대 왕조의 변천과 역사적 사건들을 함께 담거나, 충신, 효자, 열녀 등을 열거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도에 담긴 시간의 흔적은 한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단순히 길잡이 역할 뿐만 아니라 지도 안에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간의 변천사를 정리하여 지도에 싣는 것은 조선 후기 지도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이를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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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인간.’ 지도에는 지도를 제작하는 이의 입장과 선택이 반영된다. 조선 시대 지도 역시 그러하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이상과 바람이 투영되고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 복사꽃 날리는 아름다운 고을 지도에서 태평성대의 이상향을 읽을 수 있다. 앞서 지도의 다양한 종류에 놀랐다면 이번에는 지도의 크기에 한 번 더 놀랄 차례이다. 교양인이라면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할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의 지도, 풍수 지리가 표기된 지도 등 당시를 살아온 이들의 삶의 모습과 지도 활용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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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대미는 조선지도의 대표적 걸작 《대동여지도》가 장식한다.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에 달하는 22첩의 《대동여지도》를 연결하여 펼침으로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게끔 전시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대동여지도》를 삼면으로 둘러싸고 설치된 대형 패널에 우리 강산의 능선을 담은 영상이 느린 속도로 은은하게 펼쳐지는데, 이는 지도와 하나가 되어 공간을 가득 채우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밖에도 전시실 내에는 증강현실(AR) 및 터치스크린을 활용하여 우리의 옛 지도를 더 가까이 만나보거나, 지도에 표기된 기호 등을 친절히 알려주는 영상이 제공된다. 또한, 별도의 체험 공간에서 ‘목판 인출 체험’, ‘연계 강좌 및 특강’이 이뤄진다. 공간, 시간,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삶의 이야기, 지도를 통해 그 안에 녹아 있는 가치와 다채로운 문화 등 시대를 읽는 새로운 시선을 배워보자.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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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도의 역사는 오랜 시간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도 제작 전통은 대부분 ○○시대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마감날짜 2018년 11월 14일 ┃ 발표날짜 2018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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