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의 기록을 새롭게 쓸 만큼 강력한 무더위가 올여름 찾아왔다. 산, 바다, 계곡 등을 찾아 무더위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박물관에서 ‘박캉스(박물관+바캉스)’를 즐기는 것도 무더위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손꼽힌다. 시원한 박물관에서 유물도 보고, 전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체험도 하며 더위 걱정을 날리려는 이들이 있다. 가족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박물관은 더욱더 바쁘게 열일 중이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황금문명 엘도라도>, <지도예찬>, <빚고 찍은 고려>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박물관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모습을 뮤진이 담았다.
-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반짝반짝 황금 토크’는 오는 10월 28일까지 전시되는 특별전 <황금문명 엘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연계 프로그램이다. 전시품 중 하나인 ‘오카리나’ 연주소리에 교육실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늘었다. 대형 스크린에 멀티 이미지로 준비된 유물을 통해 당시 동물, 자연, 신앙 등이 가진 의미를 영화 속 캐릭터 등의 자료와 비교해 살펴보고, 전시 볼 때 놓치지 말고 봐야 할 관람 팁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실제 동물과 유물에 표현된 동물의 모습을 비교해 가며 그 동물이 가진 힘,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우주의 모습과 신앙 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영상으로 준비된 엘도라도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과거 이들이 이룩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투영해보며 전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전시를 볼 계획이라면 황금 토크를 놓치지 말자! 전시 이해도 업그레이드 보장이다.
-
‘황금 공방’이 진행되는 실기실에 들어서니 체험에 참여하는 이들의 열기가 뜨겁다. 연령대에 관계없이 누구나 현장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는 탓에 가족, 친구 등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면 만들기와 모래 체험에 열중이다. 역시 특별전<황금문명 엘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의 전시품과 연계해 손쉬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데 모래를 이용해 문양을 만들어 보거나, 자신만의 황금가면을 만들 수 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창작 활동에 열중하는 모습은 흡사 모두 가면 장인 같다. 그 모습은 완성될 가면을 더욱더 기대하게 했다.
-
부산에서 온 이서영(부산 명호초등학교, 13)양은 “엄마와 이모와 함께 박물관에 와 외국 유물을 자세하게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해외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경우가 적은데 이렇게 볼 수 있어 신기합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함께 온 이모 유상례 씨는 “황금 토크를 들으면서 전시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영상 화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라며 느낌을 밝혔다. 방학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박물관을 찾아 두 프로그램에 차례로 참여한 이경미 씨는 “전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참여해보니 먼저, 토크와 공방을 체험하고 전시를 보는 것이 관람에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관람 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유익했습니다.”라고 답했다.
-
어린이박물관에서는 특별전 <빚고 찍은 고려>와 연계해 고려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1~2학년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나는야 상감청자 장인’, ‘나는야 금속활자 장인’ 두 가지 교육이 열렸다. 박물관 내 생각 쑥쑥교실에 보호자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상감청자 만들기에 나선 학생들은 고려의 청자와 상감기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하늘 아래 으뜸이라 불리는 ‘청자’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저학년이지만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지도 교사 설명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고학년 못지않은 집중력을 보였으며, 중간중간 엉뚱한 질문을 쏟아내며 지도 교사를 당황케 했다.
-
‘나는야 상감청자 장인’에서는 청자에 새길 새, 구름 등의 나무 문양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생각한 후 매병 모양의 틀에 직접 붙이고, 석고 물에 청자 색깔의 물감을 섞어 틀에 붓고, 문양에 알록달록 색칠하면서 자신만의 청자를 만들었다. 창작활동이 끝난 후 강진 청자 파편의 실물을 보고, 만지며 기법과 문양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방학마다 남매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찾는 박주연 씨는 “아이들이 작년에 참여한 박물관 프로그램을 잊지 못하고 두고두고 이야기한답니다. 덕분에 올해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청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 도움이 된 시간이었습니다.”라며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
‘나는야 금속활자 장인’ 프로그램에서는 석고 활자를 만들어 찍어보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려시대 금속활자인 ‘복覆’자가 새겨진 한자 몰드를 이용해 수제 비누를 만들었다. ‘어린이박물관 빚고 찍은 고려’라는 문구를 1인당 4개 글자씩 석고 활자로 만드는데, 금속활자 같은 색감을 내기 위해 물감을 섞은 석고반죽을 작은 몰드에 붓는 작업이 낯 설은 몇몇 친구들은 긴장한 모습도 보였지만, 보호자와 지도 교사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완성하였다. 굳은 석고에서 떼어낸 활자 하나하나를 모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어 조판하고 롤러를 이용해 활자에 잉크를 묻혀 한지를 올려두고 먹손으로 톡톡 찍어보았다. 그리고 석고로 만든 활자가 굳어지는 동안 카카오 가루를 이용한 비누도 만들었다. 카카오 가루의 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과 무늬의 비누가 만들어졌고 체험교실은 순식간에 카카오의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이 번졌다.
-
한편 특별전시인 <지도예찬>과 연계한 ‘목판 인출 체험’도 교육관에서 진행됐다. 당일 현장에서 바로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라 해당 전시 관람 후, 또는 박물관 관람 후 찾아 체험해보는 가족들이 많았다. 지도 제작 원리 이해를 위한 체험으로 옛 지도와 김홍도의 그림을 새긴 목판에 먹을 묻혀 종이에 찍어보는 작업이다. 옛 편지지 모양의 틀에 인출 체험을 한 후 한지에 붓 펜으로 시나 소감을 적는 학생도 보였다. 자녀와 함께 온 황세정 씨는 “아이에게 신기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찾았습니다. 저학년이라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반복해서 여러 번 체험 하다 보니 지도 제작 과정의 원리를 하나씩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지에 인출된 색이 마르는 동안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고산자>의 일부 장면을 보며 당시 지도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원고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