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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족’, ‘다문화 교육’ 등 요즘 한국 사회에서도 ‘다문화’라는 표현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세계화와 개방적인 이민정책 등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다문화’는 자연스레 하나의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요즈음 관련 내용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 편성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서구권에서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된 네덜란드 레이던의 국립민족학박물관을 소개하고 이곳에 소장된 한국유물과 전시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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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에 앞서 먼저 민족학박물관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박물관은 소장 자료에 따라 주제 제한 없이 모든 분야의 콘텐츠를 전시하는 종합박물관과 역사, 과학, 예술, 인류학, 민족학 등 특정 분야를 다루는 전문박물관으로 나뉜다. 그중 민족학은 문화들을 비교적 분석적인 시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며 주로 종교적인 믿음이나, 언어, 친족, 결혼, 농업 기술, 식단, 남녀 관계, 권력 등에 관한 주제를 연구한다. 따라서 민족학박물관들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의 대화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내에는 우리의 생활사를 다루는 민속박물관은 운영 중이나 민족학박물관은 아직 설립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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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자위트 홀란트 주 레이던(Leiden)에 위치한 국립민족학박물관 역시 1837년에 설립된 유럽 최초의 민족학박물관이다. 19세기 중반 유럽에서는 왕과 귀족의 진귀한 물품진열실을 모방한 박물관 설립이 유행이었고, 국립민족학박물관도 빌럼 1세(Willem I, 1772-1843)의 왕실 수장고의 수집품 중 민족학 관련 소장품을 근간으로 설립되었다. 왕실 소장품 이외 대부분은 일본 나가사키 항구가 공식적으로 개항하면서 모은 것으로 무역대상국과의 관계 및 비서양 세계의 문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독일계 네덜란드 의사이자 생물학자였던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 1796-1866)가 일본의 에도시대 때 나가사키에서 수집한 일본 유물들은 박물관 설립의 핵심적인 기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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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족학박물관에는 다양한 세계문화의 역사적 발달을 보여주는 20만여 점의 소장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소장품은 아프리카, 중국, 인도네시아, 중남부 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것들이다. 박물관의 전시실 구성은 대륙을 하나의 리본으로 엮어서(A ribbon around the world) 가능한 많은 관객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생업, 생활양식, 권력 관계, 개발과 문화, 표현문화, 종교와 세계관에 관련된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다섯 개의 청동 부처상이 있는 ‘부처홀’을 통해 종교와 세계관을 특화하고, 일본 · 한국 · 중국 전시실에서는 언어와 신앙 문화를 특화하여 보여준다. 한국관의 경우 여성(Women), 도자기(Ceramics), 칠기(Lacquerware), 샤머니즘(Shamanism), 유교(Confucianism) 등과 같은 키워드들로 구성하여 유물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생활문화사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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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립민족학박물관 소장 한국 유물은 유럽 박물관의 한국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의 한국 유물은 900건 이상의 방대한 수량을 자랑하고, 1876년 조선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기 이전에 수집된 문화재도 다수 있어 흥미를 끈다. 박물관 설립에 기초가 된 지볼트의 수집품 외 한국 문화재 컬렉션에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이 더 있다. 한 사람은 J. 라인(Rhein, J)이다. 그는 중국 베이징 주재 네덜란드 공사관의 서기관이자 통역관으로 36폭의 한국 풍속도 등을 수집하여 1889년 네덜란드 정부로 보냈다. 풍속도 중 23점은 기산 풍속도, 나머지 13점은 석천(石泉) 전일상의 것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프리드리히 크라우스(Friedrich Kraus)로 그는 조선 말기에 전화국 기사로 근무하며 대한 제국 당상관의 복식과 화폐를 포함한 당시의 값진 유물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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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유독 한국 유물이 소장된 곳이 많다. 대부분 외교관이나 상인에 의해 수집되었거나 일본 미술품 수집가 혹은 다른 기관에서 구입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국립민족학박물관의 소장품이 두드러진다. 눈에 띄는 대표적인 소장품들 중에는 유비, 관우, 장비 세 영웅의 무용담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 『삼국지통속연의』의 주요 장면을 그린 「삼국지연의도」, 조선 19세기 말 시대상을 담고 있어 사료적으로 가치가 높은 김준근과 김례호의 풍속화 36점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색색의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무복에 사용되었던 「깃털 장식 모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것으로 무복 연구와 관모공예연구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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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문화 중심지 레이던에 위치한 국립민족학박물관은 일본 컬렉션이 박물관의 핵심적 기초가 된 탓에 초창기에 일본 박물관(Museum Japonicum)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문화의 역사적인 발달을 보여주는 전시품을 끊임없이 수집하여 다양한 사회적 ·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의 대화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세계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의 차이를 배우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비단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네덜란드 국립민족학박물관을 계기로 1800년대 설립되고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이 박물관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참고자료 | 박진아, 2014,
『국립민족학박물관의 프로그램 및 공간구성 분석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 대학원 -
유럽 박물관 중 한국 관련 소장품을 가장 오랫동안 수집한 곳은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이다. 이곳은 900건 이상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마감날짜 2018년 11월 14일 ┃ 발표날짜 2018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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