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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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진확대경 코너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물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탐구해 보는 뮤진확대경은 초근접 촬영한 실사 이미지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유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상세하게 관찰해 보는 코너입니다. 뮤진에서 준비한 확대경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의 유물탐구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선비의 품격, 서직수 초상 텍스트
박물관 전시실이나 도판에서 볼 수 있는 조선 시대 초상화는 그 인물만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뜯어보면 안면이나 의복 선 하나, 표정 하나까지 다양합니다. 또한, 초상화에는 주인공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어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목구비, 섬세한 수염 하나, 복장, 손 동작, 발 모양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실물을 정확히 묘사하면서 인물의 정신까지 담아내는 초상화는 조선 시대 선비정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표입니다. 이번 호 뮤진 확대경에서는 <서직수 초상>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직수 초상

조선 최고 궁중화가 김홍도, 이명기의 합작 텍스트

서직수는 1965년(영조 41) 진사시에 합격한 후 능참봉을 시작으로 통정대부 돈령부 도정(都正)을 지닌 인물입니다. 이 초상화는 서화를 즐기며 인생을 마친 선비로 그가 62세 되던 해 조선 후기 최고의 궁중화가인 김홍도이명기가 그린 것입니다. 이명기가 얼굴을 그리고 김홍도가 몸체를 그려 합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초상화 중에서 드물게 서 있는 모습을 그렸으며 사대부가 평상시에 쓰던 관인 동파관(東坡冠)을 쓰고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얼굴과 몸의 비례가 균형이 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을 치켜 뜬 듯한 모습에서 다부진 선비의 품격도 읽을 수 있답니다. 연한 미색의 도포와 새하얀 버선, 단조로움을 피하려는 듯 검정 동파관과 세조대, 연한 고동색의 돗자리가 서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초상화를 확대해 봅니다.

서직수 초상

입체적으로 표현한 동파관 텍스트

머리에 쓴 검정 동파관은 과장되게 느껴질 만큼 입체감이 강조되었습니다. 동파관의 입체적 표현을 위해 모서리를 중심으로 명암대비를 극대화하여 육면체를 표현하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정면 모서리를 중심으로 빛의 방향에 따라 음영효과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빛을 받는 오른쪽은 밝게, 반대인 왼쪽은 어둡게 채색했습니다.

서직수 초상

부드럽고 은은한 얼굴 사실적으로 묘사 텍스트

도포를 입고 검소한 마루 위에 버선 차림으로 서 있는 그의 얼굴을 봅니다. 외곽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미세한 붓질로 얼굴의 양감과 굴곡을 드러냈습니다. 외곽선의 특징이나 흐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얼굴을 배채(配彩) 한 후 선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도록 부드럽게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선 후기의 주요 표현 기법이기도 하며 이명기 특유의 인물 화법입니다. 이 기법으로 정교한 묘사는 물론 비단 올 사이로 배채한 채색이 투과되어 은은한 색 효과를 내며 부드럽고 사실적인 피부 표현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눈의 윤곽에는 고동색 선을 덧그려 깊이 감을 표현했고 눈동자 주위는 주황색과 푸른 기운을 주어 눈동자가 안에서 바깥쪽으로 타오르는 듯 번지게 그렸습니다. 눈썹 끝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깐깐한 성품을 짐작할 수 있고, 눈꺼풀에만 속눈썹을 그려 넣었습니다. 코의 외곽선은 뒤쪽과 코볼 끝, 눈 밑, 미간, 광대뼈 아래에도 명암법이 보이는데 이는 얼굴 밑 골격을 바탕으로 한 골상법에 의해 그린 것입니다. 인물의 왼쪽 뺨에 점이 있고 점 위의 터럭 두 가닥까지 철저하게 묘사되어 있을 만큼 사실적입니다.

서직수 초상

자세에서도 느껴지는 선비 정신 텍스트

목의 깃은 동정이 없이 넓게 그려져 있고 얌전히 묶은 검정 세조대(細條帶) 아래 소매는 통이 아주 넓고 길어 무릎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두 손은 편안한 듯 모으고 옷으로 손을 완전히 덮고 있습니다. 옷 주름의 윤곽선을 어두운 미색으로 그렸으며 옷 주름의 그늘도 같은 색으로 음영을 넣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줍니다. 동파관에 나타난 빛의 표현은 신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오른쪽이 밝고 왼쪽을 어둡게 표현해 빛이 오른쪽에서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직수 초상

신발을 벗고 있는 보기드문 초상화 텍스트

도포 자락 밑 하얀색 버선발이 돗자리에 올라와 있는데, 조선 시대 초상화에서 이렇게 신발을 벗고 있는 그림은 드뭅니다. 흰색 버선의 채색이 흥미로운데, 어두운 색을 바탕에 먼저 칠한 후 그 위에 밝은 흰색을 덧칠하였습니다. 밝은 색을 바탕으로 어두운 색으로 음영을 주어 입체적으로 만드는 전통적 방식과 반대되는 채색으로 이는 이명기가 서양화의 표현방식을 활용한 것입니다.

서직수 초상

초상화에 대한 아쉬움 텍스트

초상 오른쪽 위에 서직수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평한 글이 있습니다. 초상화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그림을 그린 작가와 제작연대를 알 수 있습니다. 서직수는 이 글에서 자신의 마음을 그려내지 못함에 대해 아쉬움을 적었습니다.
이 초상화를 두 명의 화가가 함께한 이유는 서로의 재능을 살려 그림의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왕의 어진을 2번이나 책임졌을 만큼 초상화에 능통한 이명기와 생동감 넘치는 선의 구사로 사실적인 인물표현에 뛰어난 김홍도의 역할 분담으로 전례 없는 사대부 초상의 합작품이 탄생한 것입니다.

유물설명 더보기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