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61호


디지털세상, 박물관을 움직이다.

IT(Information Technology)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삶은 하루가 다르게 편리함을 쫓아가고 있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에도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보고, 공부하며, 책을 읽고, 움직이지 않고서도 쇼핑할 수 있고, 처음 가는 길도 헤매지 않고 척척 찾아갈 수 있다. 이렇듯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발달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교육, 건강,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새로운 직업까지 만들어 내며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언제, 어디서나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시 관람 가능 텍스트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전시 기간을 놓쳐 보고 싶은 전시를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어떤 전시이든 감상할 수 있다. 단순히 소장품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에서 확대되어 진행 중인 전시를 온라인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은 오프라인 미술관 외에도 ‘테이트 온라인(www.tate.org.uk)’이라는 온라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작품에서부터 기념품까지 관련 콘텐츠를 오프라인 박물관과 동일하게 소개한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모마 러닝(MoMA Learning)’이라는 사이트를 제작해 IT 기술로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자랑하고 있다. 모마 러닝은 현대미술 전시의 이해, 작품 해석은 물론 작품과 연관된 다양한 사고와 표현 활동이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감각적으로 확장시켜 준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서는 이미지 데이터를 누구나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미술관이 자신들의 콘텐츠인 이미지 데이터를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한 것이다. 온라인에 올려진 데이터는 자유롭게 활용 가능해 교육‧학술 연구도 활발해지고, 문화유산의 이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온라인에 공개함으로 관람객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꾀할 수 있고 이는 관람객 수 증가에도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14개 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소장품을 온라인(http://parismusees.paris.fr)에 공개했는데 온라인 전시 이후 오프라인 관람객이 늘었다.

모마 아이패드용 앱, 매트로폴리탄미술관 온라인 타임라인, 스미스소니언 X3D 텍스트

좌측 이미지:모마 아이패드용 앱,우측상단 이미지:매트로폴리탄미술관 온라인 타임라인,우측 하단이미지: 스미스소니언 X3D

IT로 새로운 콘텐츠 제공 가능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위에 열거한 서비스들이 가능해진 중심에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가 있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고해상도 기술과 스트리트뷰 활용으로 미술작품의 온라인 접근성을 높였으며, 현재 60개국 700여 개의 기관과 협력하여 온라인상에 전시 사이트를 오픈 하였다. 이 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오프라인과 견주어도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다. 작품 이미지를 70억 픽셀(화소)로 끌어올려 붓 터치감, 유화의 갈라짐 등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의 확대가 가능해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올해 구글과 손잡고 온라인 전시를 선보였다. 이전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소장품의 디지털 작업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작품을 파노라마로 촬영해 작품을 3D로 구현하고, 가상공간에 영상을 상영하기도 하며, 전시장 중앙에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온라인상의 공간을 원형으로 디자인했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휴대형 단말기를 통해 각 전시물의 실물 영상 위에 그래픽 혹은 텍스트 형태의 설명이나 영상을 겹치게 하는 방식으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영상기법을 전시 관람에 도입하였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기획특별전 <세밀가귀>를 통해 선보인 ‘디지털 워크북’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유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디지털 워크북에서는 작품 이미지 확대 감상이 가능하고,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양의 형태나 제작 기법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플래쉬 애니메이션 등 체험형 콘텐츠로 제작해 청소년들이 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리움의 ‘디지털 가이드’는 관람객이 사용 시 원하는 작품 앞에 서면 천장에 붙은 적외선 센서가 감지해 관련한 영상과 오디오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관람 동선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작품까지 알려 준다.

리움 디지털 워크북, 혼합현실 영상기법, 구글 컨처럴 인스타튜트 텍스트

좌측 상단이미지:리움 디지털 워크북,좌측 하단이미지: 혼합현실 영상기법, 우측 이미지:구글 컨처럴 인스타튜트

국립중앙박물관도 올 1월부터 스마트 폰을 통해 실제 유물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AR큐레이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실제 유물에 가상의 이미지를 입혀 관람객이 직접 체험을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고 ‘천흥사 종’처럼 유물의 소리를 직접 듣는 신기한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유물 앞에서 스마트폰을 대고 간략한 설명과 함께 나오는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밖에도 최근 들어 신속하고 즉각적인 사회 연결망 매체로서의 장점을 갖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박물관과 대중들 사이를 친밀하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트위터의 ‘뮤지엄위크’는 전 세계 64개국 2,200여 개의 문화 관련 기관과 함께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사용자들이 전시명 혹은 행사명 해시태그(ex. #뮤지엄위크, #국립중앙박물관)를 통해 각 기관이 소개하는 문화 예술 콘텐츠 소식을 나누고 실시간으로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돋보기 텍스트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돋보기

비콘(BEACON) 활용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 텍스트

그렇다면 현재 박물관의 전시관람에 응용되는 IT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앞서 소개된 서비스들 중 ‘AR 큐레이터’ 같은 것을 가능하게 만든 바탕에는 바로 비콘(beacon)이라는 기술이 있다.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로 정의되는 비콘은 일종의 위치 기반 인식기술로서 이로 하여금 단순한 콘텐츠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관람객이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근처에 설치된 비콘에서 자동으로 관람객 휴대전화로 안내 팸플릿 정보를 보내고, 전시관을 이동할 때마다 해당 전시관 정보가 전송된다. 비콘 가까이에서 전시물을 감상하면 비콘이 그 전시물의 정보를 음성, 문자,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IT 기술을 접목시킨 서비스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소장된 많은 문화유산이 IT 기술과 만나 전시 관람을 도울 뿐만 아니라 참여와 체험의 프로그램 역시 변화 ‧ 발전되고 있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스마트기기와 앱을 활용해 호기심 해결은 물론 즐거움까지 안겨주며 관람객에게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앞으로 더 발전되는 IT,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끼치는 영향과 변화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좋은 교육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 문화 향유의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 그리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IT 기술 발전으로 더욱더 스마트해지는 박물관 및 미술관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글: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