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61호


박물관에서 배우다
교실밖에서 배우는 선사시대 역사
어린이 박물관 학교연계프로그램
새로운 생활과 도구-신석기 만능인의 하루-

최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는 빙하기 이후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신석기인들이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당시 동물들의 뼈나 생존을 위해 사용했던 사냥도구, 석기와 토기 등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이다. 사실 선사시대는 연대가 오래된 만큼 현재의 우리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다 토기나 석기류가 주로인 전시품들이 그다지 시각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기에 대다수의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흥미로운 전시가 되기 힘들다. 하지만 전시를 디스플레이 하는 방법 뿐 아니라 관람객의 전시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종류의 전시에 대한 흥미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호 뮤진에서 취재한 어린이박물관의 학교연계프로그램 <새로운 생활과 도구-신석기 만능인의 하루->는 전시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보여진다.

어린이박물관에서 배우는 신석기시대 문화 텍스트

<새로운 생활과 도구-신석기 만능인의 하루->는 초등학교 3~4학년 학급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의 대략적인 순서는 어린이박물관 교실에서 강의를 들은 뒤 모둠으로 나뉘어 전시실 수업 후 단체보드게임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수업의 초반부에는 교실에서 강사 선생님의 진행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작된 PPT영상을 보며 신석기시대의 환경적 변화와 더불어 발달한 그들의 생존법-낚시, 사냥, 농사 등-에 따른 도구와 토기의 개발에 대해서 살펴봤다. 약 20여 분 간의 교실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신석기시대를 증명해주는 자료들이 총 망라된 특별전시실 현장으로 향했다.

특별전시실 수업현장 텍스트
  • 특별전시실 수업현장1
  • 특별전시실 수업현장2
  • 특별전시실 수업현장3

특별전시실에 들어선 학생들은 모둠별로 나뉘어 주요 전시품들에 대한 강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장 곳곳을 누볐다. 신석기 시대에 서식했던 동물들의 뼈를 재현해 놓은 전시물이나 그 쓰임새를 설명하기 위해 실재 도토리 등을 담아 전시한 거대한 토기 등을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관찰해 나갔다. 그런 후 각자 주어진 활동지 속 퀴즈카드를 작성했다. 퀴즈 내용은 이번 수업 중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O, X로 답할 수 있는 신석기 시대 관련 문제들이다. 어떤 문제를 내야 상대팀 친구들이 어려워할지 골똘히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퀴즈카드들은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를 장식할 ‘신석기인의 사계절 나기’ 보드게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시실이 활기 넘치는 수업현장으로 텍스트

퀴즈카드를 작성한 후 특별전시실을 나서자 전시실 앞 홀에 거대한 보드게임 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은 각 모둠별로 신석기인의 주요 도구였던 돌멩이 10개씩과 퀴즈카드들을 갖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말을 움직이며 진행된다. 말이 퀴즈 칸에 걸렸을 때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돌멩이를 잃게 되고 맞히면 카드에 적힌 수만큼의 돌멩이를 획득하여 게임의 승부를 내게 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전시실 앞은 아이들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 채워져 갔다.

전시실 입구 보드게임 수업 텍스트
  • 전시실 입구 보드게임 수업1
  • 전시실 입구 보드게임 수업2
  • 전시실 입구 보드게임 수업3

본 교육프로그램과 관련해서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의 박수환 학예연구사는 “기존 박물관 교육이 교실에서 주로 진행되다보니 수동적이고 지식전달 위주로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학교수업과의 차별화에 고민을 하며, 저 뿐 아니라 어린이박물관 연구원, 강사, 인턴들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며 논의했습니다. 되도록 강의를 줄이고, 전시실에서도 설명만 듣고 마는 수동적인 형태의 교육이 아닌 전시실 자체를 또 다른 교실로서 활용한 생동감 넘치는 수업을 해보자라는 아이디어 하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결과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하였다. 하지만 전시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 정숙해야 하는 전시실 앞에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마이크 사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며, 강의실을 벗어나 전시현장으로 수업을 끌어낸 점이나 보드게임 형식을 도입해서 아이들의 전시에 대한 흥미를 높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도 하다. ‘교실 밖으로 나온 박물관 교육’의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글:국립중앙박물관 뮤진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