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을 잇는 사람들, 전통을 일상으로 풀다 양정은 호호당 대표
  • 전통을 잇는 사람들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북악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곳으로 우리 역사의 예스러움과 근현대사에 있어 미완의 정취를 가진 곳 중 하나이다. 청운초등학교 뒤 ‘청풍계’라는 계곡의 ‘청’과 백운동의 ‘운’자를 따서 지어진 명칭으로 청풍계와 백운동은 인왕산의 맑은 바람, 맑은 물과 함께 흰 구름으로 덮인 자연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역의 유래를 고스란히 담은 것처럼 청운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샵 '호호당'은 기본이 되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긴 곳이다. 2019년 새해를 시작하며 뮤진은 늘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의 양정은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호호당 늘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은 아기용품, 테이블 매트, 앞치마 등 소재부터 색감까지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호호당을 유명하게 만든 보자기와 이를 활용한 포장에서는 전통의 느낌에 세련미까지 더해져 한층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호호당에서 선보이는 용품들은 ‘보포품의향(褓布品衣香)’으로 나뉘는데, 이는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보(褓)는 한국 감성을 대변하는 친환경적 보자기, 포(布)는 이불과 담요, 커튼 등 패브릭 제품, 품(品)은 전통용품을 호호당 만의 색으로 재해석한 제품, 의(衣)는 앞치마와 로브처럼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다. 향(香)은 다림질할 때 사용하는 리넨 워터와 전통 향낭이다. 어떤 제품이건 공들여 준비하고 선보이지만, 특히 향의 경우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랜 준비기간 끝에 곧 판매를 앞두고 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하나하나 모두 의미 있는 것

    배냇저고리, 턱받침, 속싸개, 백일 옷을 비롯하여 유기 컵과 손뜨개 커버, 앞치마, 윷놀이 세트, 가방 등 무엇 하나 눈길 닿지 않는 것이 없다. 또한, 제품 하나하나에 예부터 내려온 의미도 고스란히 담겼다. 건강하고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입히는 배냇저고리, 장수를 상징하는 무명실, 두 마리 사슴 사이 영지 불로초처럼 말이다. 그녀는 “만들면서 의미를 담는 것도 있고 혹은 그 의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도 있습니다. 대부분 제 취향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찾을만한 제품입니다.”라고 했다. 윷놀이 세트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세시풍속 중 하나인 윷놀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보통 시중에 나온 놀이도구는 윷이 무겁거나 보관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보완해 자신만의 색이 담긴 제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요리에서 보자기까지

    사실 ‘호호당’ 양정은 크리에이터의 전공은 요리이다. 대학원에서 전통 식생활 문화를 연구하고 한때 골동반 전문점을 운영하며 종종 이바지와 폐백 음식을 주문받았다. 이바지와 폐백 음식을 포장할 때는 보자기 포장이 많았는데 당시에는 보자기를 구할 수 있는 곳도 디자인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보자기를 디자인해 만들고 이를 활용해 포장했다. 특별히 배운 적도 없는데 스스로 보자기에 손길이 닿았다. 어쩌면 집안 내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의 할머니와 아버지는 사극 의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였다. 집 안에서 한복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은 그녀에게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는 그 천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선물할 때도 쓰고 쇼핑백 대신 물건을 담기도 했다. 외할머니가 친정어머니 결혼할 때 이바지 음식을 싸줬던 보자기를 친정어머니가 고이 간직해두었다가 그녀가 결혼할 때 그 보자기로 이바지 음식을 포장해주었다. 대를 물린 보자기는 그녀에게 특별함이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품질, 디자인, 가격 모두 챙기는 보자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매장 내 전시된 보자기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은은하게 그 매력을 뽐내는 보자기가 말을 거는 듯했다. 그녀는 어떤 소재에 어떤 그림을 수놓을 것인지, 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만들어진 보자기로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 등 하나하나 모두 챙긴다. 보자기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의 색이 담긴 것, 그게 첫 번째랍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렇다면 비싸지 않을까? 궁금해서 조심스레 물었다. “질 좋은 국내 원단을 사용해 품질도 우수하면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보자기를 만든답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우리네 삶을 담은 보자기

    보자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의 눈동자는 유난히도 더 반짝였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끊임없는 그녀의 열정을 담은 듯했고, 이야기는 끊어질 줄 몰랐다. “보자기는 즐겁고 뜻 깊은 순간을 함께 해 온 물건입니다. 실용적인 물건인데 아름답기까지 하지요. 용도도 얼마나 다양하다고요. 때로는 감사의 마음을 담는 포장지가 되고, 때로는 책이나 도시락을 담는 가방이 되기도 해요. 이불을 보관하는 장롱이 되기도, 물건을 깨지지 않게 보관하는 보완재가 되는 등 여러 물건을 다양한 방식으로 묶고, 덮고, 간직하지요. 우리네 정서와 생활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랍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날개를 단 보자기

    그녀는 수많은 국내외 기업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 뷰티브랜드 ‘설화수’, 생활자기 브랜드 ‘광주요’ 등을 비롯해 국외 브랜드 ‘루이뷔통’, ‘보테가 베네타’, ‘구찌’ 등 오랜 전통의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보자기로 왜 포장을 해야 하는지 의식이 뚜렷한 기업과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고 좋습니다. 특히 해외 브랜드와 일할 때면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그아름다움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답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보자기와 이를 활용한 포장법으로 국내·외에서 한국 전통의 일상 속에 담긴 실용미와 정갈한 아름다움을 이어가고 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호호당의 특징, 보자기 포장법

    보자기 자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호호당에서 판매하는 여러 제품도 완벽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보자기 포장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어떤 보자기 포장법이 좋은 것인지 물었다. “보자기 제작을 의뢰받아 디자인할 때는 포장할 제품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답니다. 또한 특별한 기 교가 있는 포장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듭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답했다. 옛날부터 사용하던 매듭법도 있지만, 그것을 조금 변형하여 만든 것도 있고 직접 만든 것도 있다. 호호당의 대표적인 매듭은 꽃 매듭이다. 매듭법을 공부하러 보자기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보자기 수업을 듣기도 했다.

  • 전통을 잇는 사람들, 전통을 지켜가는 브랜드, 호호당

    수수하고 기본이 되는 색깔과 모양, 전통 고유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유머러스함을 가진 <백자철화끈무늬 병>을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대학생 때 한 일본 여행의 기억을 풀었다. 일본 내 SPA 브랜드 매장에서 유카타를 판매 중인 것을 보고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그녀는 “누구나 쉽게 구매해서 입을 수 있는 한복 브랜드 ‘히스토리 바이 호호당’을 곧 선보입니다.”라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또한, “호호당이 한국적인 것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라며 미혼·기혼 관계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의 멋이 담긴 생활 소품을 만들어 백 년을 이어갈 수 있는, 전통을 지켜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2년 시작된 호호당의 이야기가 앞으로 백 년은 거뜬히 이어갈 수 있도록 그녀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원고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사진제공 | 호호당 양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