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오감체험, 조물조물, 꽁냥꽁냥 함께하는 흙 놀이 어린이박물관 프로그램 <흙과 함께 놀아요>
  • 박물관 오감체험

    책꽂이 한 편에 도자기 하나가 있다. 호리병 형태로 빚은 도자기인데 집, 나무 등의 그림과 이름이 크게 적혔다. 오래전 유치원에 다닐 적에 도자기 빚기 체험을 하러 가서 만들어 온 호리병 한 점은 오래도록 책꽂이 어딘가에서 세월의 먼지를 머금고 있었다. 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유년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 박물관 오감체험, 유아 가족과 함께한 흙 놀이

    <뮤진>은 겨울이 시작될 무렵 유아 동반 가족프로그램 <흙과 함께 놀아요>에 취재차 참여했다. 어린이박물관 내 구름마루와 전시실에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5~7세 유아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9월~12월 매주 화요일에 진행 중이었다. <뮤진>이 함께한 날은 다섯 가족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어린이박물관에 위치한 구름마루는 도서관과 영상실 기능을 갖춘 곳이다.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우리 전통문화 관련 그림책은 물론 편안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도록 계단형태로 된 벤치까지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진행된 <흙과 함께 놀아요>를 소개한다.

  • 박물관 오감체험, 흙으로 만든 보물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바닥에 마련된 매트 위에 앉았다. 얌전히 다리를 모으거나, 양반다리를 하는 등 편한 자세로 아이와 보호자가 앞뒤로 나란히 자리했다. 지도 교사와 첫 만남이 어색하기라도 한 듯 다소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지만, 보물 상자 속에서 하나씩 등장하는 흙으로 만들어진 옛 물건들을 보자 하나둘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흙으로 만든 유물을 보면서 아이들은 눈동자를 깜박였다. 첫 번째 물건으로 ‘청자 장구’가 등장했는데, ‘장구를 흙으로 만들었어요?’, ‘어디가 흙으로 만든 거지?’하며 갸우~뚱하기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금세 추리를 통해 참여를 이어갔다.

  • 박물관 오감체험, 이런 물건도 만들었다고!

    장구 외에도 ‘호자(虎子)’라는 소변통과 ‘훈(塤)’이라는 전통 악기가 등장했는데, 처음 보는 이 물건에 호기심을 보였다. 지도 교사가 호랑이 모양을 본뜬 데서 얻은 ‘호자’가 남자의 소변 통이라고 설명하자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터졌다. 쉽게 볼 수 없는 모양의 소변 통이 아이들의 눈에는 낯설었지만 즐거움 그 자체였다. 홍시 모양으로 바닥은 평평하고 위는 뾰족하게 만든 전통 악기 ‘훈’. 지도 교사가 악기의 모양을 숨긴 채 소리만 들려주었을 때 아이들은 ‘피리다! 피리’라고 외칠 만큼 그 소리는 피리와 비슷했다. 악기의 정체를 보여주자 ‘오! 뭐지?’ 하는 반응이었지만 꽤 흥미 있게 악기를 관찰했다.

  • 박물관 오감체험, 어떻게 만들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눈동자는 영상 화면에 집중되었다. 전통 악기 ‘훈’을 예로 들어 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악기가 될 수 있었는지 단계별로 살폈다. 흙을 어떻게 다듬는지부터 형태를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뜨거운 불에 굽기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을 통해 흙이 변화하는 모습을 재미난 그림으로 확인했다. 말랑말랑한 흙이 딱딱한 형태의 악기가 되는 모습에 제법 놀라면서도 신기해하는 모습이다.

  • 박물관 오감체험, 우리도 함께 만들어 봐요!

    참여한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두 그룹으로 나눠 흙 놀이에 나섰다. 알록달록 앞치마를 하고 직접 큰 덩어리의 흙을 밟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손으로 흙의 촉감을 만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더 분주해 보였다. 단단하지만 말랑말랑한 흙을 철선을 이용해 자르고 몇 덩어리로 나눈 후 ‘무엇을 만들까?’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은 자신의 몫으로 받은 흙덩어리를 고사리 같은 손 위에 올려두고, 두드리고, 던지고, 말아보고 하면서 하나씩 형태를 만들어 갔다. 알콩달콩 재미난 소꿉놀이라도 하는 것 마냥 흙 놀이가 신나 보였다. 보호자들도 함께 솜씨를 뽐냈다.

  • 박물관 오감체험, 내 솜씨 한 번 소개해볼까요?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흙을 주무르면서 자신의 창의력을 자랑하는 아이들은 동물, 뱀파이어, 항아리, 머그잔 등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컵의 손잡이, 동물의 모습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니 예술가가 따로 없다. 완성 후 가족별로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머그잔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친구, 씩씩하게 자신이 만든 귀신 시리즈를 소개하는 친구 등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 박물관 오감체험, 모두가 즐거운 흙 놀이

    비록 도자기로 구워 완성할 순 없었지만, 어린이박물관 내 마련된 ‘두더지네 공방’을 찾아 가마 속에서 간접 체험도 했다.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다. 김동윤(7세) 친구의 보호자로 참여한 어머니 이예은 씨는 “엄마들 사이에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이 소문이 났더라고요. 소문을 듣고 신청하게 되었어요.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 놀랐습니다. 오랜만에 흙놀이를 하니 저도 즐겁네요.”라며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밝혔다. 흙으로 드라큘라, 좀비 등 귀신 시리즈를 만든 김동윤 친구는 “흙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라고 말하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소개하느라 여념 없었다.

  • 박물관 오감체험

    자연의 감성을 직접 손으로 체험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흙 놀이. 단순히 놀이에서 벗어나 전시실과 연계하여 흙으로 만든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흙으로 간단한 만들기까지 해보는 이번 프로그램은 참여해서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동심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원고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