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따라 가는 여행, 남강을 따라 진주를 바라보다. 국립 진주 박물관
  • 박물관 따라 가는 여행

    진주의 남강을 따라 위치한 임진왜란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진주성 내부로 들어서면 국립진주박물관을 볼 수 있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대표박물관으로 출발하여 1998년부터 경상남도 서부지역의 역사 문화와 임진왜란을 전시 중심 주제로 하는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으로 거듭난 국립진주박물관은 최근 10년 만에 이루어진 개편으로 단순 역사적 지식 전달을 위한 공간을 뛰어넘어 편안하고 따뜻한 휴식공간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 77년만에 고향으로

    국립진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우뚝 서 있는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일제 강점기 시절 한 일본인이 단돈 100엔에 석탑을 매입한 후 고향인 산청을 떠나 수난을 겪으며 기나긴 타향살이를 한 아픔을 안고 있다. 이 탑은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유물 실태조사 과정에서 서울로 옮겨져 해방된 뒤 미군 공병대가 1946년 5월 서울 경복궁 안에 세웠으나 1994년 경복궁 정비 사업으로 다시 해체돼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다가 국립진주박물관의 이관 요청으로 고향인 경남 산청과 인접한 진주로 돌아오게 됐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반짝이는 장석으로 된 '섬장암'을 사용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의 상층 기단에는 8구의 갑옷을 입은 신장들이 불법을 수호하고 있고, 1층 탑신에는 공양을 올리는 보살상 4구가 정교하게 조각돼 있어 전형적인 9세기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영상과 유물로 임진왜란을 바라보다.

    상설전시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스크린에 펼쳐진 임진왜란의 모습이다. 영상과 그래픽을 조화시킨 연표 영상, 유화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한 3면 영상, 수군과 의병의 활약을 담은 벽면 영상, 다양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무기 체험과 화약 무기의 발달사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보물 제647호 천자총통을 비롯한 다양한 총통들을 전시하여 ‘대형 총통 비교표’를 통해 총통들의 실제 무게와 사거리를 비교할 수 있고 당시 조선, 중국, 일본의 검과 창 등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욱 높여준다.

  • 기록으로 임진왜란을 바라보다.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통계자료와 각종 역사 사료를 기반으로 만든 ‘숫자로 본 임진왜란’을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군량을 구하기 위해 병사들과 마련한 청어가 41만8천40마리에 달하고, 일본 교토 코무덤에 묻힌 조선군과 명군 코가 21만4천752개라는 기록들은 임진왜란의 참상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또한 2층 전시실에는 최근 번역이 완료된 임진왜란 시기 3대 사찬 사서 쇄미록의 기록은 물론이고, 전후 논공행상과 너무 길어 한눈에 담을 수 없는 통신사 행렬에 대한 모습까지 기록물로 관람할 수 있어 임진왜란의 이해를 돕는다.

  • 토기와 도자기를 통해 진주를 바라보다.

    2층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면 박물관 중앙부에 위치한 역사문화홀에 도착한다. 가로 10m, 세로 5m인 대형 진열장을 설치하고,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토기와 도자기를 중심으로 유물 400여 점을 진열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의 마스코트인 뿔잔이의 모티브가 된 보물 제637호 도기바퀴장식뿔잔은 물론이고, 보물 제1168호 청자매화대나무학무늬 매병 등 수 많은 유물을 만나볼 수 있으면서 각종 역사 도서와 휴식 공간을 통합 구성해 문화재 관람의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또한 개편과 함께 면진장치를 설치해 지진에 대비한 안전 대책도 강화되어 있다.

  • 한 사람의 뜻이 모인곳, 두암관

    두암관은 두암 김용두(1922-2003) 선생의 기증문화재를 전시하는 곳이다. 두암 김용두 선생은 일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문화재를 ‘사천자(泗川子)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공개하였으며, 소장품 중 179점을 선생의 고향과 인접한 국립진주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선생이 기증한 문화재는 토기, 도자기, 서화, 금속품, 목공품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그중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우리나라 회화사에 있어서 주목받는 명품이다. 두암 선생의 기증문화재는 역사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일본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한 개인의 노력으로 고국으로 되돌아와 오늘을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다. 전시되는 문화재는 일정 기간마다 바뀌며, 전시되지 않은 문화재는 두암관 내부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 진주성을 거닐며 역사를 보다.

    국립진주박물관을 나와 다시 진주성을 둘러보면 수많은 역사 자료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함락 후 왜장을 붙잡고 남강에 뛰어내렸다는 설화로 유명한 의암은 물론이고 진주시민들의 염원으로 복원된 촉석루,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과 장군을 모시고 있는 창렬사, 목화씨로 유명한 문익점의 장인 정천익을 모시고 있는 청계서원 등 진주성에는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를 느낄 수 있다. 공북문 서편 성곽에는 진주성을 축성할 때의 기록인 수축 명문이 숨겨져 있어 이 명문을 찾아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다.

  • 진주를 맛보다.

    진주성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식사시간이 다가온다. 진주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무궁무진하지만, 진주장어와 진주냉면은 계절을 불문하고 별미로 느껴진다. 진주장어라는 간판을 달고 판매하는 장어들은 맛있는 특제 양념이 베어져 있어 특유의 고소함과 함께 달콤함을 더한다. 진주냉면은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한 음식으로써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냉면 위에 육전이 푸짐하게 올려 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튀김소보로나 운석빵을 간식으로 먹어보자.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익숙한 맛이지만, 익숙한 맛 또한 계속 먹고 싶은 맛 아닐까?

  • 망진사 봉수대에서 통일을 염원하다.

    진주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인 에나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진주와 남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망진산 봉수대에 다다를 수 있다. 망진산 봉수대는 가야시대부터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1895년 봉수제도가 폐지되어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었고, 일제 침략 시에는 봉수대가 완전파괴 훼손시켜 역사적 사실을 파묻어 버렸다. 그러다가 광복 50주년인 1995년, 민족통일의 염원을 담아 민간단체와 시민의 참여로 성금을 모아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독도, 진주 월아산의 돌로 복원에 성공하였다. 망진산 봉수대에 올라 진주의 아름다운 경치도 보고 통일을 기다리는 봉수대의 장엄함도 느껴보자.

  • 박물관 따라가는 여행

    유등축제로 많이 알려진 진주처럼 빛나는 고장인 진주답게 발길 닿는 어디로 여행하든 의미를 가진 곳이 많다. 특히 남강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와 관광지, 무수한 먹거리는 진주를 여행하는 여행객에게 유등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공인국(국립중앙박물관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