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개편된 조선실과 대한제국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공간을 크게 구분한 것이다. 조선의 건국부터 대한제국까지 세기별로 구분하였고 당시 사회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자 한 선택과 이후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고려 사회의 폐단을 개혁하기 위한 조선 건국과 유교 이념의 전파, 17세기 전란 이후 백성의 조세 부담을 덜기 위한 대동법의 시행과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1897년 자주독립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제국의 선포와 근대화 노력이라는 주요 변화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공간 배치에 있어 개방감을 확보하고 관람객이 쉽게 전시품을 찾아보며 역사적 의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게다가 시대별 주요 사건 및 각 전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문들을 간결한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아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전시내용의 이해를 돕는데 한 몫 한다.

500여년의 유구한 역사만큼 조선과 대한제국은 풍부하게 발달된 기록문화로 인해 전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역사적 사건과 생활상의 양이 상당하다. 하지만, 전시실에서 그 모든 것을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에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주요 사건을 관람객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 유물을 통해 그 순간을 마주하게 했다. 조선실을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조선의 창업자 이성계의 초상화인 ‘태조어진’은 조선의 건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전시관람의 출발을 알려준다. 또한 전시실 초입에 설치된 왕조의 계보와 조선 시대 연표는 한눈에 잘 읽히도록 정리가 되어있어 학교에서 배웠던 조선의 역사적 흐름을 다시 되뇌어보는 계기가 된다. 이와 함께 세계사적 주요 사건과 연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보조물을 설치하여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조선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전시장 중간 중간에는 벽면을 활용해 각 시기 주요 사건과 고문헌 관련 문구 등이 레터링 되어있기도 해 이번 조선실 관람은 읽을거리가 풍성한 느낌이다.

전시실 초입의 ‘태조어진’에서 시선을 돌리면 왕이 정무를 보던 경복궁 근정전 어좌의 축소 모형이 등장하면서 전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어좌 모형은 기존 것에 조명 설비를 개선하여 어좌의 세부적인 요소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뒤이어 등장하는 15세기는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으로 엮은 최초의 책 『용비어천가』와 백성에게 쉽게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발명한 ‘휴대용 앙부일구' 등 세종의 민본사상이 반영된 업적을 보여준다. 16세기는 유교 사회로 변화하는 시기로 중국 송나라 주자가 저술한 『주자가례』를 전시해 관혼상제를 확산시키려는 정책을 조명하였다. 17세기는 전란을 겪은 후 혼란해진 사회질서를 유교이념에 따라 재건하려는 국가와 지배층의 다각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18세기는 정치세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탕평정치와 문예부흥을, 19세기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조선의 선택에 대해 살펴보도록 전시하였는데, 이 부분에서 조선의 힘이 왜 약화하였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도록 했다.

19세기에 김정호가 만든 최고의 지도인 ‘대동여지도’ 역시 전시되었는데, 이 지도 중 서울과 충정도 지역 지도를 전시하고 조선 시대 중요한 교통로인 남한강 수운을 따라 한양과 충청도까지 주변 지역을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양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함께 상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의 지방 통치 체제, 남한강 주변 명승지 유람 문화, 세금 및 소작미의 한양으로의 운송, 경기도 도자 관요의 운영, 한강 유역 상업발달 등을 클릭 한 번으로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밖에 의궤, 활자 관련 영상과 임진왜란·병자호란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한 영상이 전시 공간 곳곳에서 관람객이 지루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