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전시해설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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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흔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하는 목적에는 미술품이나 역사적 의미가 담긴 유물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웅장함으로 압도하거나 또는 의외성과 새로움으로 무장한 건축을 만나기 위함도 있다. 평소 인지도가 있고 특징적인 건축으로 잘 알려진 박물관이나 미술관 이름 몇몇은 익숙하지만 그렇듯 예술적인 건축물이 어떠한 시대적 흐름에서 지어졌으며,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호 뮤진에서는 박물관의 의미나 역할 변화, 근현대기로 접어들면서 새로 짓게 된 박물관, 미술관과 건축가의 관계나 흐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국립중앙박물관의 건축개념이 이 내용과 닿는 지점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았다.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칭해 일컫는 ‘뮤지엄(museum)’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여 내용을 전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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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엄(museum)의 기원이 되는 뮤제이온(museion)은 기원전 284년 무렵 이집트에서 학예의 여신 뮤즈(Muse)를 경배하기 위해 세운 신전 ‘알렉산드리아 뮤제이온’에서 비롯되었다. 신전 뿐 아니라, 예술품과 학문적 성과, 보물 등 귀한 것을 보관하는 장소이면서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복합 문화공간이기도 했던 뮤제이온은 오늘날 고전적인 박물관의 기능에 가까운 역할을 한 첫 시설이었고, 중세에는 교회가 그 역할을 하며 종교적 유물을 주로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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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소장품을 관리하기 위한 건물을 짓고 운영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오늘날 박물관의 토대를 이루었다. 근대기 박물관은 공공을 위해 소장품을 개방, 활용하고 수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양에서는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많은 미술관이 건축되었는데 대부분의 미술관은 뮤지엄의 근원을 떠올릴만한 신전의 형태로 건축되었다.

  • 이미지 뮤지엄 건축의 예술성과 사회적 역할

    19세기에 뮤지엄은 수장고의 개념을 벗어나 공공을 위해 존재하며 시민 사회를 위한 교육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20세기에 접어 들면서 뮤지엄은 시민이 참여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시설 면에서의 발전과 관람객 편의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졌다.

  • 이미지 휘트니미술관 외관

    1934년 굿윈(Goodwin)과 스톤(Stone)이 설계한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은 출입구와 조명 등의 요소를 통해 관람객의 편의를 최대치로 높였으며 당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전시되면서 미술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뮤지엄의 흐름이 뉴욕을 향했을 뿐 아니라 미술계 전반을 선도하는 정도의 변화를 일으키자 이 새로운 움직임을 따라 뮤지엄 건축도 달라졌다. 이로 인해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e Museum),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등 20세기 중반에 지어진 미술관들이 건축적 표현을 강조하는 경향을 띠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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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는 주변의 큰 간섭 없이 자신의 이상 혹은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뮤지엄 건축을 일평생 한 번 해보기도 어렵기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건축철학을 반영하게 되었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같은 거장들은 각자 특징적인 개념을 주장하며 그 개념을 향하는 건물을 지었다. 이 뮤지엄들은 매우 주목도가 높았고, 지역에서는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복합 뮤지엄 단지(museum complex)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도시 활성화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특히 1997년 개관한 스페인 빌바오(Bilbao) 시에 위치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쇠락의 끝에 다다른 빌바오 시를 재생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로 지어졌는데 실제로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빌바오 효과’라는 말을 낳고, 뮤지엄 건축이 도시와 환경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을 형성했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이 탄생하고 전시, 교육, 봉사 뿐 아니라 여가의 큰 부분을 뮤지엄에 할애하는 대중들은 뮤지엄의 예술성과 사회적 역할을 크게 인식하게 되었다.

  • 이미지 베를린 신 국립미술관 건물 외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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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새로 지은 뮤지엄 건축 중 주목받는 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세 사람이 협업한 삼성미술관 리움과 주변경관과의 어울림에서 큰 호응을 얻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 그리고 우리의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 건축을 재해석한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은 ‘대범한 단순성’인데, 하나하나의 예를 들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전통들이 가진 비운 듯 가득하고 한 가득인 것 같으면 여유로운 모습들이 떠오르는 개념이다.

  • 이미지 큐레이터에게 직접듣는 전시이야기

    남산기슭을 등지고 앞으로 큰 거울 못이 있어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구현하고 그 사이의 건물은 튼튼한 울타리와도 같은 옛 성곽을 상징한다. 정면에서 뒤로 남산이 보이도록 트인 공간은 그 성곽이 가로막힘이 아니라 소통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모아 이루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벽으로 이어지는 석조물은 아래의 정원과 폭포, 용산 가족공원으로 이어져 자연스러운 동선을 구성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전통의 요소 위에 도시적 조경을 더하고 관람자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여 앞서 이야기한 현대적 뮤지엄 건축의 요건들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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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엄의 역할과 의미는 현대로 오면서 크게 변화했다. 특히 공공을 위한 활동들을 해야 하기에 외관으로부터 드나드는 길, 주변의 경관, 전시와 교육 그리고 공연에 이르기까지 통일성과 동시에 최대의 다양성과 유연함이 요구된다. 게다가 뮤지엄은 건축가의 철학을 반영하고 지역의 랜드마크로도 기능한다. 앞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할 때 어떠한 환경, 외관, 관람동선을 가졌는지 눈여겨보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