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테마전 활자의나라, 조선 2016.6.21 ~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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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각 나라의 문화적 척도가 된다. 가만히 틀어만 두어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내용을 전달해주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달리 책은 읽는 사람이 직접 한 글자, 한 줄, 한 쪽씩 읽어 나가야하기 때문에 읽는 만큼 내용의 전달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저장된 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해 손쉽게 책으로 만들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야말로 ‘찍어내는’ 인쇄를 해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판에다 직접 내용을 통째로 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조금만 틀려도 수정이 어려워 매우 소모적이었기에 글자를 한자 한자 만들어 조합해서 책을 만들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네모난 육면체의 윗면에 글자를 새긴 ‘활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활자의 수는 82만 여자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이번 전시 <활자의 나라, 조선>에서는 이중 5만 5천여자가 선보였는데, 미처 전시를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그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 이미지 3D 프린터로 만든 활자

    - 3D 프린터로 만든 활자

    실제 활자들이 전시되었지만 책으로 만들기 위해 만든 글자인 만큼 크기가 작다. 그래서 전시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국립박물관 소장 활자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입체를 스캔해 만드는 것이라 실물과 오차도 매우 적어 있는 그대로 확대모형인데 이것들을 관찰하면 활자의 종류에 따라 같은 글씨가 어떻게 다른 모양인지 알 수 있다. 이 활자들은 유래에 따라 중국 인쇄본에서 따온 것과 조선 명필의 글씨체에서 온 것으로 구분되고, 글자의 형태는 붓글씨로 쓴 것 같은 필서체와 판각용의 딱딱한 글씨체인 인서체로 구분된다. 그 곁으로는 태블릿 PC를 활용해 임진자, 정리자 중에서 선택하고 뜻과 한자어를 해당 활자의 모양으로 풀어보는 게임도 마련되었다. 실제의 활자와 활자장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전시 전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을 통해 준비 과정과 그 안에서 발견한 다양한 사실들을 보여주었다.

  • 이미지 여러종류의 활자 가까이 들여다보기

    조선시대에는 금속활자가 30여회 목활자가 30여회 제작되었다. 82만여 활자 중 50만여 자가 금속활자이며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인데,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1434년(세종16) 제작한 <갑인자(甲寅字)>와 후대의 갑인자체는 통치에 필요한 서적 간행에 주로 사용되었다. <실록자(實錄字)>는 1677년(숙종3) 『현종실록( 顯宗實錄 』을 간행하기 위해 한성동부지역 유력가들이 제작한 것으로, 총 7만여 자를 제작했는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것 중 상당수는 19세기 초에 주조한 활자로 추정된다.

    "한글 활자의 글씨체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한 자씩 활자를 만들어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인쇄했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 초등학생 관람객 -

  • 이미지 3D 프린터로 만든 활자

    - 3D 프린터로 만든 활자

    정조 20년인 1796에 제작한 <정리자(整理字)>는 가장 먼저 어머니를 모시고 화성에 행차한 기록인 의궤를 제작하는 데 쓰였고 그 밖에 어명으로 편찬한 책, 관보 등의 인쇄물을 찍었다. 또한 그 때 참고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목활자도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우리나라의 목활자는 구하고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주로 민간에서 쓰였는데 특히 임진왜란 이후 한동안 주로 사용했다. 전시에는 금속활자를 위한 모형 목활자도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숫자는 적지만 한글활자, 도자기로 구운 도활자(陶活字)도 전시에서 선보였다. 각 글자는 확대한 모습을 보여주어 글자별의 특징을 알 수 있도록 하고 그 활자로 찍은 책들을 선보여 실제 인쇄된 모양은 어떤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이미지 활자 보관을 위한 특별한 공간 활자보관장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왕권을 대표하기 때문에 활자를 7장(欌)으로 나누어 보관하고, 활자마다 수량을 기록한 목록인 자보(字譜)를 만들어 책임자도 두어 관리했다. 사용하기 좋은 구조에 장 하나에 들어가는 100kg이상의 활자무게를 견디기 위해 내구성도 좋았던 활자장은 전시에서 세 가지를 전시했다. 나무의 나이테 조사로 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진, 갑인자체를 보관했던 위부인자장(衛夫人字欌), 오른쪽 측면에 실록자라 쓰인 패찰이 있는 실록자장, 패찰과 함께 소목장 이름과 제작년도가 적혀있는 정리자장은 각각 깊이가 다른 서랍장들이 10단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랍장도 조금씩 다른 구조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활자 유물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줄 몰랐고, 영상이 전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 40대 여성관람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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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에서는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서랍만 따로 보여주었다. 구조, 글씨가 쓰인 모양, 활자를 보관하고 있는 모습 등을 보면 나름의 기준들로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활자장을 제작하는데 참여하는 장인들의 명칭과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어 제작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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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자를 전시에서 보여준다는 것을 상상해 볼 때는 그저 종류가 다른 활자들을 쭉 보면서 그 차이를 찾아보는 정도에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 전시는 그러한 생각을 씻어내고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체험자료, 시각자료와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드러내어 이해도를 높였으며 활자 그 자체를 넘어 활자보관에 사용되었던 활자장을 심도 있게 선보여 활자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저 스쳐가기 쉬운 유물인 활자에 대해 재조명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 전시는 분명 활자와 인쇄에 대해 한 단계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