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테마전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 2016.08.02 ~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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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형 접시

    모든 자연의 변화가 신의 뜻으로 해석되어 제사라는 의식을 통해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자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던 때가 있었고, 국교가 유교가 되면서 조상께 예를 다하고 삶의 규율로 제사를 지내던 때도 있었다. 목적이 어떠한 것이라도 그 행위는 무척 신성한 것으로, 장소, 환경, 복장, 도구 하나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다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제사의 용도로 지정되어 제작된 금속제기는『세종실록』「五禮」제기도설 祭器圖說에 그림과 각각의 크기, 용도,특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상류층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유교적 질서가 자리 잡고 ‘예禮’를 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제기의 제작과 사용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제기는 금속뿐 아니라 목재나 도자로도 만들어졌는데, 조선 초 금속이 부족해지면서 도자제기가 제작되었다. 도자기를 자주 접할 수 있고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제기가 도자기로 만들어진 경우를 쉽게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흙으로 만드는 도자제기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테마전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를 통해 조선시대 도자제기의 독자적 특징을 살펴보자.

  • 이미지 조선싲대 도자제기의 삼단변화

    전시는 도자제기의 변화를 따라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처음은 아무래도 금속제기를 대신했던 만큼 형태를 그대로 모방했던 시기이다. 금속만큼 디테일이 섬세한 것은 아니지만 금속으로 만들어졌던 제기의 형태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유사함을 보여준다. 책에 나와 있는 대로의 형태와 크기를 추구하면서 각각의 상징까지 담아내었다. 사각형의 보簠와 둥근 궤簋는 각각 음과 양, 하늘과 땅을 뜻하고, 참새(작雀)를 닮아 ‘작爵’이라는 이름을 가진 술잔은 구연 부의 뿔 형태나 세 개의 다리가 술을 모두 마시는 것 즉, 지나침을 경계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정말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과 예를 놓치지 않는 유교의 복합적이고 엄격한 규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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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쓰여진 접시

    도자 제기는 조화, 철화, 귀얄, 덤벙 분청사기로 변하면서 형태가 조금 생략되거나 변하다가 관요(官窯)가 설치된 후 백자로도 제작된다. 두 번째 섹션부터는 금속제기의 모방단계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형태를 이루어가는 백자 제기에 대해 소개한다. 16~17세기 두 번의 전란으로 피폐해진 마을에서는 결속을 위해 제사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전란의 피해와 제사의 성행은 백자 제기의 질과 형태 등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의 제기는 장식이 생략된 추상적,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다. 18세기 이후 양반의 수가 증가하고 가문의 제사 역시 많아져 제기의 수요가 더욱 늘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요즘 보게 되는 백자의 형식에 가까운 절제와 균형이 느껴지는 제기들이 선보이며 백자 특유의 단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이미지 독특한 표면문양과 형식

    이번 전시에서는 독특한 몇몇 제기를 만나게 된다. <황금 눈 구름무늬 준 모양 제기>는 이번 테마전에서 처음 선보이는 제기이다. 도자기의 한 가운데보다 조금 위쪽에 황금 눈이 상감되어있어 정말 눈이 마주치는 느낌이 든다. 구름과 눈의 형태는 어떤 높이에서든 그 영향이 미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표면에 산이 그려진 <삼각산무늬 산준>과 <삼산무늬 산뢰>가 보이는데 술이나 물을 담았던 용도이며 이 역시 황금 눈 구름무늬 준 모양 제기와 같은 유사한 의미이다. 이 외에 바닷게모양과 사람의 얼굴이 표면에 그려진 제기, 액체를 담는데 쓰인 준尊 중에서 소와 코끼리 모양인 상형제기 역시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절제된 형태를 보여주는 뿔잔의 아름다움과 두 귀가 달린 작은 잔, ‘제祭’라고 표면에 써 넣어서 기능을 한정하거나 아무것도 쓰지 않음으로써 제사와 연회에 모두 쓸 수 있었던 굽 높은 백자제기 역시 전시를 알차게 채우고 있다.

  • 이미지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 재미있게 관람하기 팁

    첫째, 명제표에 그려진 도안을 함께 보자. 금속제기와 얼마나 유사한지,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종가의 제사를 담은 영상을 함께 보면서 제사의 순서를 살펴보자. 순서의 어려운 이름이나 제기의 실제 사용 예를 볼 수 있다.

    셋째, 전시 관람 마지막에 설치된 패널에 ‘한눈에 보는 조선의 도자 제기’를 훑어보자. 도자제기의 종류별 변화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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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밖에도 테마전 전시실의 규모에 비해 더 큰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도자제기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전시의 기획에는 실물의 제기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내용을 근거로 하는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모두 연구하려면 그 내용이 매우 방대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전시를 통해 관람자 여러분과 이 유물을 함께 보고 더 관심을 가진다면 작은 걸음이라도 연구 분야의 진척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느껴지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특히 야간개장과 함께 이루어지는 ‘큐레이터와의 대화’(9월 21일)에 참여해보기를 권한다. 이야기와 질문을 통해 작지만 더욱 흥미로운 전시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