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사회의 주역으로 부상한 중인들은 사대부 문화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독특한 ‘여항(閭巷: 중서민층이 사는 시정 골목을 뜻함)’ 문화를 창출했다. 전시에서는 하급 행정 관료로 재직하면서 또는 중인 가문의 경제력에 기대어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신들의 예술적 지향을 마음껏 펼쳤던 ‘여항문인화가’들-조희룡(1789-1866), 전기(1825-1854) 등-을 주목한다. 이들은 점차 예술 창작 주체로서 자의식을 갖추고 전문 예술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수집, 유통, 후원 등의 활동에 폭 넓게 개입하면서 점차 문예의 흐름을 주도하였다. 이들의 예술적 성취와 예술에 대한 생각은 다음 세대에 이루어지는 근대적 개념의 ‘미술’과 ‘화가’의 출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