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내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딘가 온전치 못한 형태의 탑 하나가 눈에 띈다. 보통의 탑들은 층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며 사리, 불경 등의 공경물을 넣는 탑신부를 받쳐주는 기단부가 있는데, 이 탑에는 없는 것이다. 시가지 확장으로 1970년에 경복궁으로 옮겨온 이 석탑은 이전 당시에도 기단부가 없이 자연석이 탑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과거 개보수 과정에서 발생된 일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아래층의 몸돌이 그 위의 몸돌과 다른 모습 역시 기단부가 없이 자연석 위에 탑을 놓을 때 보완한 것이 아닌가 한다.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 1개의 돌로 만들어졌는데 몸돌은 아래에 굄돌모양을 하고 있어 독특하다. 기단부가 없어 시선을 끌지만 이 탑은 몸돌과 지붕돌의 비례, 지붕돌의 네 모서리가 살짝 위를 향하는 데서 발생하는 경쾌함과 지붕돌과 이어진 위층 몸돌하부 굄돌이 적절한 정도로 무게감을 실어주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