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박물관 밖 또다른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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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예술과 역사 그리고 멋이 있는 야외전시장이 존재한다. 요즘처럼 해진 후 선선한 기운이 느껴질 때면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겸해 돌아 볼 수 있는 이 전시장을 걸으며 새소리와 풀벌레소리를 듣고 흐르는 계곡과 작은 연못의 폭포와 잉어도 만날 수 있으니 이만한 전시장이 또 있을까. 국립중앙박물관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석조물정원을 향하는 길이 보인다. 나무사이로 새소리를 들으며 거닐다보면 왼쪽에서는 하늘빛을 반사하고 있는 거울 못을 볼 수 있고 반대편에 석조물 정원의 입구가 보인다. 이 가을, 박물관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작은 전시를 관람해보자.

  • 이미지 석조물 정원의 첫만남, 개성 남계원 터 칠층석탑

    석조물 정원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높이 752cm의 이 탑은 위압적이지는 않지만 당당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이는 1층부터 7층까지 각 층의 몸돌(탑신)과 지붕돌(옥개석)이 줄어드는 비율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이 탑의 모든 지붕돌 네 모서리의 가장자리가 살짝 들려 위를 향하는데, 올려다보는 시선과 만나 시원한 감각을 준다. 자세히 보니 아래 기단부가 마모된 정도나 색상이 다른 부분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경기도 개성시에 있던 남계원 절터에서 발굴된 탑신부를 1915년에 경복궁으로 옮겼고, 그 후에 발굴위치를 재조사하여 찾은 기단부는 따로 있다가 1990년 경복궁 옆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기면서 기단부와 탑신부가 다시 결합된 것이다. 탑을 경복궁으로 이전할 때 발견된 묘법연화경을 통해 대략의 건립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는데, 형태상으로 통일신라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몸돌에 새겨진 기둥의 깊이가 얕아지고 지붕돌 아랫면의 층수가 주는 등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보여준다.

  • 이미지 - 개성 남계원 터 칠층석탑 고려, 11세기, 국보 100호

    - 개성 남계원 터 칠층석탑 (開城南溪院址七層石塔), 고려, 11세기, 국보100호

    - 개성 남계원 터 칠층석탑 (開城南溪院址七層石塔), 고려, 11세기, 국보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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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따뜻하고 친근한 모습의 홍제동 오층석탑

    정원 내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딘가 온전치 못한 형태의 탑 하나가 눈에 띈다. 보통의 탑들은 층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며 사리, 불경 등의 공경물을 넣는 탑신부를 받쳐주는 기단부가 있는데, 이 탑에는 없는 것이다. 시가지 확장으로 1970년에 경복궁으로 옮겨온 이 석탑은 이전 당시에도 기단부가 없이 자연석이 탑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과거 개보수 과정에서 발생된 일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아래층의 몸돌이 그 위의 몸돌과 다른 모습 역시 기단부가 없이 자연석 위에 탑을 놓을 때 보완한 것이 아닌가 한다.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 1개의 돌로 만들어졌는데 몸돌은 아래에 굄돌모양을 하고 있어 독특하다. 기단부가 없어 시선을 끌지만 이 탑은 몸돌과 지붕돌의 비례, 지붕돌의 네 모서리가 살짝 위를 향하는 데서 발생하는 경쾌함과 지붕돌과 이어진 위층 몸돌하부 굄돌이 적절한 정도로 무게감을 실어주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 이미지 - 홍제동 오층석탑 (弘濟洞 五層石塔), 고려, 보물166호

    - 홍제동 오층석탑 (弘濟洞 五層石塔), 고려, 보물166호

    - 홍제동 오층석탑 (弘濟洞 五層石塔), 고려, 보물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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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보기드문 형태의 현화사 석등

    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석탑과 일부 유사한 구조를 지니는 석등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된 경우가 매우 드물고 시간차가 커 형식상의 공통점이나 영향관계를 밝히기 어렵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석등은 그 수가 매우 많고 계보를 이루어 발전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역사를 지녔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중생을 진리로 이끌기 위해 불전 앞을 밝히는 석등은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는데, 보통 불발기집(화사석)은 8각형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석등보다 큰 현화사 석등은 사방이 개방된 4각의 불발기집 형태인데다 지붕돌(옥개석)을 받치고 있는 기둥과 윗받침돌(상대석)과 아래받침돌(하대석)을 잇는 기둥돌(간주석)이 장구 모양으로 독특하다. 이것을 고복형양식(鼓腹形樣式)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형태보다 리듬감이 있어 화려한 느낌을 주며 한 기둥에 세 군데가 볼록한 형태를 지녀 안정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지붕돌 위쪽인 상륜부는 윗받침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식이 입체적이고 화려해 눈에 띤다.

  • 이미지 - 현화사 석등(玄化寺 石燈), 고려 1020년

    - 현화사 석등(玄化寺 石燈), 고려 1020년

    - 현화사 석등(玄化寺 石燈), 고려 1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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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몸돌이 남다른 충주 정토사 홍법국사탑

    석등을 지나 박물관 전시동 외벽을 따라가면 나지막한 규모의 승탑(僧塔)과 탑비(塔碑)들을 만나게 된다.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승탑은 탑의 주인공과 당시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새겨진 탑비가 함께 제작되는데, 이 홍법국사탑도 탑비의 내용에 따라 제작년도를 추측할 수 있다.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 초에 활약한 승탑의 주인공 홍법국사는 중국 당나라에서 수행을 하고 돌아와 선(禪)을 알렸고, 대선사(大禪師)를 거쳐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았다. 고려시대에 유행한 승탑의 양식에 따라 이 탑도 몸돌(탑신)을 제외한 각 부분이 8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탑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인 몸돌은 자연석의 아름다운 무늬를 살린 공 모양으로 마치 묶은 것 같은 십자형무늬와 교차지점의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탑신부의 모양 때문에 이 승탑은 ‘알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붕돌의 각 모서리에는 꽃모양의 큼직한 수막새 형태가 보이는데 아쉽게도 대부분 소실되었고, 형태로 보아 위로 장식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 이미지- 충주 정토사 터 홍법국사탑(忠州 淨土寺址 弘法國師址塔), 고려, 1017년, 국보 102 호

    - 충주 정토사 터 홍법국사탑(忠州 淨土寺址 弘法國師址塔), 고려, 1017년, 국보 102 호

    - 충주 정토사 터 홍법국사탑(忠州 淨土寺址 弘法國師址塔), 고려, 1017년, 국보 102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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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고려와 원의 양식이 결합된 경천사 터 십층석탑

    전시동 내부에도 멋진 탑이 하나 있다. 으뜸홀 끝에 있는 높이가 13.5m나 되는 경천사 터 십층석탑은 가까이 갈수록 그 크기와 형태의 독특함에 매료된다. 특히 기단부와 3층까지는 우리나라 석탑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인데, 이 탑의 1층에 새겨진 내용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원나라 황제와 고려왕실이 내내 복을 받아 나라와 백성이 평안할 것과 모두 다 같이 불도(佛道)를 이루기를 기원하는 내용에서 고려와 원의 특징이 탑에 함께 존재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3층까지는 한자 亞자의 형태로 몽골, 티베트계 불교에서의 영향이 보이고 원나라의 장인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 4층에서 10층까지는 우리나라 석탑의 전통적 형태를 보여주는데 주재료가 화강암인 다른 석탑들과 달리 전체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경천사 터 십층석탑은 근대 역사적 격동기에 일본에 의해 강제로 해체되어 불법 밀반출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의 굴곡진 역사를 거쳐 드디어 2005년 현재의 위치에 재조립되어 우뚝 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 이미지- 개성 경천사 터 십층석탑(開城敬天寺址十層石塔), 고려, 1348년, 국보 86 호, 크기높이 1,350.0cm

    - 개성 경천사 터 십층석탑(開城敬天寺址十層石塔), 고려, 1348년, 국보 86 호, 크기높이 1,350.0cm

    - 개성 경천사 터 십층석탑(開城敬天寺址十層石塔), 고려, 1348년, 국보 86 호, 크기높이 1,35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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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소개된 석탑, 석등, 승탑은 모두 고려시대의 것이기에 서로 다르면서도 양식적 공통점을 어느 정도 볼 수 있고 또 석조물들 각각의 구조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안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석탑이지만 어느 지역의 절을 방문할 일이 있거나 답사를 가게 되었을 때 박물관의 야외전시장에서 감상한 것들을 떠올리면 더욱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이 작은 전시가 세월의 부침을 겪은 모양새이거나 소실된 부분이 보일 때도 부족함을 생각하기보다 그 사연을 궁금해 하며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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