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인내와 긍정으로 변화를수용하는 단청장 이수자 김석곤
  • 이미지 우물반자, 면에 채색

    궁궐, 사찰, 향교 등 한국 전통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청은 목조건축물의 부재에 여러 문양과 채색을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 단청은 적・청・황・백・흑의 다섯 가지 색을 중심으로 건축물・공예・조각품 등에 일정한 도안이나 문양 등을 그려 넣는 서(書)・회(繪)・화(畵)의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 우물반자, 면에 채색, 193x140cm, 2001

  • 이미지 단청장 이수자 김석곤

    단청은 목재를 보호하고 조악한 면을 감추어 권위를 드러내며 종교적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역할 때문에 그저 꾸밈으로만 볼 수 없다. 그런 만큼 힘과 숙련도가 필요한 분야이다. 때문에 전수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5년간 이수한 후, 심사를 통해 이수자라는 자격을 얻어야 하므로 단청 이수자는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이수자 김석곤 선생은 단청과 불교미술 분야에서의 활동에 비해 매우 젊은 편임에도 문화재수리기술자 단청 종목과 문화재수리기능자 화공/모사공 종목 등을 취득한 전문가이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김석곤 선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단청과 불교미술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

  • 이미지 시작이라 할 것이 없는 시작

    김석곤 선생은 고등학생이었던 17세부터 단청을 가까이 해 왔다. 부친인 소운 김용우 선생께서 초대 단청장 기능보유자 월주스님의 화맥을 이어 꾸준히 단청작업을 해 온 터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은 것이다. 사학도를 꿈꾸던 그는 미술사와 불교미술을 공부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단청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단청장 이수자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이 필요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있던 일들을 하게 되었다는 선생은 그러한 시작이 가끔 일탈을 꿈꾸게 했고, 길을 벗어나보는 경험들이 오히려 그 길로 돌아오는 힘이 되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 불(佛)7, 나무에 채색금니, 지름13cm, 2014 (좌)

    - 불(佛)2, 나무에 채색금니, 지름13cm, 2014 (우)

  • 이미지 두 가지의 결

    선생은 전통은 과거에 당시의 신기술이었으며, 저항을 겪고 수용되어서 당대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라, 현재에도 끊임없이 흐름을 형성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불교미술은 정해진 경전의 이야기에 엄격한 상징체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통에 대한 이해와 수행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은 전통에 기반을 두고 충실히 단청작업을 해 나가면서 동시에 현대미술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개인전만 8회를 진행해 온 그는 넓은 의미의 단청에서 유지되어야 하는 틀과 유연히 변화를 받아들일만한 부분에 대해 작가로서 꾸준히 탐구하고 있어 두 가지 결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었다. 내용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범한 시도를 해 나가며, 고루함과 반복으로 오인되는 전통을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자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 부처님1, 목본채색금니, 12x12cm, 2013(좌)

    - 부처님3, 목본채색금니, 12x12cm, 2013(우)

  • 이미지 약사불회도

    면이나 나무에 금니로 불화를 그리거나 전통적인 형태의 주된 도상을 유지하면서 채색이나 배경패턴을 현대화함으로써 상징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각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을 개인전에서 선보여 왔다. 불상이나 보살상의 자세한 형태 없이 외곽선으로 그리고 배경을 선명한 단색으로 처리, 단순하면서 시선을 끄는 패턴으로 메움으로써 지시적인 내용은 없으나 전통적인 콘텐츠를 그 자체로 인식할 수 있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또 완전히 전통적인 불교회화 같은 작업에도 그림의 제목을 재미있게 풀어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돕기도 한다.

    - 약사불회도(藥師佛會圖), 면본금니채색, 150x 200cm, 2013

  • 이미지 우물반자

    단청이 긴 시간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10년 주기로 큰 흔들림을 겪었다는 선생은 그렇기에 단청 분야에서의 활동을 고려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을 믿을 것과 꾸준함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단청 작업을 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면 부단히 탐구하고 배워나가는 어느 때 자신만의 활동이 시작된다고 했다. 선생 본인도 아직 과정 중에 있으며 지금은 틀만 따르기 위해 전통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전통 안에 이미 수없이 많은 새로운 시도가 녹아 있기에 자신이 새로움을 향해 간다는 믿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생은 교육과정의 변화도 절실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조금 더 일찍 스승을 만나서 배움을 시작한다면 더 유연하게 현재를 수용할 수 있을 때 충분한 숙련도와 필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 우물반자, 목본채색, 45x45cm, 2012

  • 이미지 작가손동현 동양화작품

    전통회화에서 중요한 요소인 필력은 선에서부터 생겨난다. 붓의 크기나 기법에 따라 선은 면이 되기도 하고 한 번에 형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또한 덧그리거나 망설인 부분을 결코 감출 수 없기에 선 그 자체만으로도 표현의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김석곤 선생은 그래서 자신의 문화재로 국보 제83호를 꼽았다.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크지만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고, 율동감이 뛰어나면서도 균형 잡힌 모습으로 제작된 놀라운 문화재가 바로 83호 반가사유상이다. 말쑥하게 표현된 보관, 살짝 곡선을 드러내는 상체는 천의를 입지 않아 표면 꾸밈이 최소한이고 그 아래 입체적인 옷 주름 표현은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 살짝 들어 올린 무릎과 그것이 받치는 오른 팔, 손끝에 닿은 얼굴이 이루는 선과 눈썹, 눈꺼풀, 입매의 선 등 이 반가사유상을 이루는 모든 선이 갖춘 절제미는 최고라 자부한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 불(佛) 시리즈, 숫기와에 금니와 금박, 2015

  • 이미지 배경

    “흐름이 있어야 전통이고 그것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오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고 어제의 미래이며 오늘 하루를 부단히 잘 지냈을 때 또 하루만큼의 가능성을 얻는다.”는 김석곤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서 어쩌면 전통은 항상 젊을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