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鶴 학에 담긴 간절한 기원
  • 이미지 전시안의 전시를 보다

    평범한 무리 가운데 뛰어난 한 사람을 뜻하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표현을 통해 예로부터 비범함이 바로 ‘학’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사슴과 함께 십장생(十長生)에도 속한다. 학은 실존하는 새임에도 수명이 천년이상이라는 이야기, 신선을 태우고 난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전설적인 새로 표현되어왔다. 그래서 삼국시대부터 장수를 기원하고, 고고한 선비의 기상을 표현하며, 부부의 해로(偕老)를 의미하면서 다양한 기물에 쓰이고 그림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학과 다른 상징들이 결합하면서 뜻이 깊어지거나 변화한 전시물들을 소개하는 이번호 뮤진을 따라 박물관에서 또 다른 전시를 만나보자.

  • 이미지  최고로 높은 관직에서 장수하기를

    이 그림은 강렬한 붉은 해와 화면을 가로지르는 소나무, 넘실대는 도식화 된 파도와 바위 그리고 학의 무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십장생에 해당한다. 게다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고고한 기상에 뛰어난 인재를 뜻하는 학이 만났으니 뛰어난 품성의 선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늪지대에 사는 학이 파도치는 바다와 함께 그려진 것이 생태학적으로는 맞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한자어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가 있다. 파도 즉 조수(潮)와 발음상으로 아침을 의미하는 조(朝)가 같고 이것이 조정(朝廷)의 ‘조’자와 같은 글자이기 때문이다. 즉, 파도 앞에 학이 서 있는 것은 ‘조정에 들어가 관직이 일품에 오른다(一品當朝)’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장수와 높은 벼슬을 의미하는 소나무에 햇살이 비치듯 길한 운세가 펼쳐지기를 기원하는 붉은 해가 더해져 의미가 한층 강조되는 것이다.

  • 이미지 - 소나무와 학(筆者未詳群鶴瑞祥圖), 조선 15~17세기, 종이에 채색

    - 소나무와 학(筆者未詳群鶴瑞祥圖), 조선 15~17세기, 종이에 채색

    - 소나무와 학(筆者未詳群鶴瑞祥圖), 조선 15~17세기, 종이에 채색

    팝업이미지  소나무와 학(이홍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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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서정적인 화면에 바람이 부는 듯

    이 도자기는 어깨부분이 팽창된 듯 크게 벌어졌다가 아래에서 좁아지는 몸체에 각이 지게 세워 올린 작은 입구가 있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매병이다. 표면에는 여러 마리의 학이 다양한 모습으로 제각각 서있거나 도약하거나 저 멀리 날고 있는 등 세심한 관찰로 표현되어 평면에 깊은 공간감을 부여하고 있다. 선비의 올곧음과 흠잡을 데 없는 청정한 심성을 뜻하는 대나무, 매화, 학 그림들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매병의 미적 표현력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시실에서 직접 보면 유려한 형태 뿐 아니라 이 매병이 가진 분위기에 반하게 된다. 조용한 가운데 서정적인 공기를 품고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에서 바람을 상상할 수 있고, 그 사이를 힘 있게 가로질러 오르며 시선을 끄는 매화는 매우 시적으로 느껴진다.

  • 이미지 - 매화 대나무 학무늬 매병(靑磁 象嵌 梅竹文 梅甁),고려 12~13세기, 보물 903호

    - 매화 대나무 학무늬 매병(靑磁 象嵌 梅竹文 梅甁), 고려 12~13세기, 보물 903호

    - 매화 대나무 학무늬 매병(靑磁 象嵌 梅竹文 梅甁), 고려 12~13세기, 보물 903호

    팝업이미지 매화 대나무 학무늬 매병(청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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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섬세하게 만들어진 독특한 붉은 연적

    붉은 색이 부분적으로 사용된 다른 조선시대 도자기들과는 달리 이 백자연적은 윗면의 학과 바닥면을 제외한 모든 면이 붉은 색으로 칠이 되어 있어 매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도자기에 붉은 색을 내기 위해 칠하는 산화구리는 굽는 온도와 산소 양에 따라 다른 색의 결과물이 나오는 만큼 다루기가 까다로운데 반해 이 연적의 붉은 색은 제법 선명한데다 과감하게 사용되었다. 이렇듯 파격적인 디자인의 연적은 아마도 그 주인 된 사람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을까하고 추측하게 된다. 물 양의 조절을 위한 두 개의 구멍은 윗면에 학 두 마리가 사선대칭으로 마주보며 입을 벌린 중앙에 뚫려있다. 쌍학은 흔히 장수와 해로를 뜻하지만 연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문관의 관복에 부착한 흉배(胸背)에 수놓인 학 무늬를 떠올 리게 한다. 흉배는 상하계급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구실을 했으므로 벼슬길에 나아가기를 혹은 더 높은 관직에 오르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만하다.

  • 이미지 - 학무늬 연적(白磁 陽刻銅彩 雙鶴文 硯滴), 조선 19세기

    - 학무늬 연적(白磁 陽刻銅彩 雙鶴文 硯滴), 조선 19세기

    - 학무늬 연적(白磁 陽刻銅彩 雙鶴文 硯滴), 조선 19세기

    팝업이미지 학무늬 연적(박병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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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시선을 끄는 대비와 과감한 표현

    입구부문이 높게 제작되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백자항아리는 전체적인 비례나 균형에 있어서 조금 흐트러진 19세기 도자기의 모습이면서 표면을 메우고 있는 십장생 문양들이 큼직하게 배치되어 화려하고 과감하게 표현되었다. 십장생은 천상계(해, 달, 구름, 학), 지상계(소나무, 사슴, 불로초, 산, 돌, 대나무), 수계(물, 거북)으로 나뉘며 경우에 따라 보통 세 가지 정도가 결합하여 표현된다. 문양들은 청색과 적색의 대비를 통해 활달함을 느낄 수 있고, 화면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오르는 소나무는 도자기의 형태와 어울리며 역동성을 더욱 가미하고 있다. 특히 학이 다른 상징물에 비하여 매우 강조된 모습이다. 지상의 사슴은 나무보다 작게 그려져 있지만, 학은 화면이 확장되어 보이는 어깨부분에 배치된 데다 고개는 한쪽으로 꺾이고 양 날개를 펼친 채 꼬리가 하늘을 향하며 다리는 고개와 반대방향으로 그려져 실제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패턴 화 된 형태를 보여준다.

  • 이미지- 십장생무늬 항아리(白磁靑畵銅畵長生文壺), 조선 19세기

    - 십장생무늬 항아리(白磁靑畵銅畵長生文壺), 조선 19세기

    - 십장생무늬 항아리(白磁靑畵銅畵長生文壺), 조선 19세기

    팝업이미지 십장생 무늬 항아리(백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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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응축된 화려함을 보여주는 단지

    아시아관 일본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작은 단지의 몸체에는 우아하고 단아한 학의 형태가 은판 위 도금으로 새겨져 있다. 일본에서도 역시 학은 길상의 의미를 지녀 축하의 자리에 많이 나타나는 문양이며 장수와 권위 등을 뜻한다. 이 단지는 뚜껑과 몸체 그리고 다리의 균형감이 뛰어나다. 뚜껑은 단지의 입구에 비해 조금 큼직하게 만들어졌으며 아주 은근하게 네 개의 잎으로 구분되어 있고 중앙에 보주형(寶珠形) 손잡이가 바깥으로 살짝 굽은 뚜껑 가장자리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꽃의 형태를 드러낸다. 몸체의 둥근 표면에는 세 개의 커다란 타원형 면을 만들고 안에 보주를 입에 물고 날아가는 학과 구름 문양을 새겨 넣었다. 타원 밖은 잔잔한 풀꽃무늬를 정으로 쪼아 새겼다. 뚜껑의 손잡이를 고정하기 위해 쓰인 못에까지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작은 꽃무늬를 장식하고 바닥까지 보상화문을 새겨 넣었다니, 일본에서 대를 이어 금속공예 장인으로 활동하며 초대 중요무형문화재 조금기술자로 인정받은 장인의 작품답다.

  • 이미지- 구름과 학 문양의 작은 단지(金銀鍍雲鶴寶珠文小壺), 운노 기요시, 20세기 전반(쇼와 시대 전기)

    - 구름과 학 문양의 작은 단지(金銀鍍雲鶴寶珠文小壺), 운노 기요시, 20세기 전반(쇼와 시대 전기)

    - 구름과 학 문양의 작은 단지(金銀鍍雲鶴寶珠文小壺), 운노 기요시, 20세기 전반(쇼와 시대 전기)

    팝업이미지 구름과 학문양의 작은 단지(일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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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 검은배경

    학의 우아한 자태와 단정한 흑백의 대비는 선비나 권위 있는 사람의 고고함과 숭고함을 나타내어, 신선과 함께 언급된다. 불로장생의 상징으로 부부해로와 축하를 뜻하는 학의 모습은 서화, 도자기, 금속공예, 목공예 등 다양한 우리의 유물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누군가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했다는 뜻이기도 해서 요즈음도 선물을 할 때 학이 새겨진 공예품이나 자수로 만든 물품을 고르기도 하는데 정말 따뜻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의 간절한 바람과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이 작은 전시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

팝업이미지 김두량 필 긁는개(회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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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이미지 나전칠 봉황 꽃 새 소나무무늬 빗접(목칠공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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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이미지 물가풍경무늬 정병(곰속공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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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이미지 소나무 매화무늬 연적(백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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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이미지 달항아리(백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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