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긴 시간의 노력과 그 결실 국제교류 전시
  • 이미지 긴 시간의 노력과 그 결실 국제교류전시

    방학과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여름에는 국내외로 여행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많겠지만, 주말이나 시간상 멀리 다녀오지 못하는 경우 서울 시내에서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역사・문화・예술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에는 박물관만한 곳이 드물다. 국립중앙박물관만 해도 최근 한국과 일본의 국보 반가사유상을 주제로 일본과 교류전을 진행하였고,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가 진행 중이며 그 외 올해 말에는 이집트에 관련된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다른 나라의 역사・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이러한 전시는 외국의 박물관과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하고 전시의 주제에 맞는 전시품을 선정하는 등의 세세한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이번호 뮤진에서는 전시만 보아서는 알기 힘든 국제교류전시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이미지 장기간에 걸쳐 완성하는 국제교류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의 테마전시와 특별전시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상설전시를 더욱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특정 주제에 맞추어 모인 전시품들이나 수장고에서 전시를 계기로 새로이 빛을 보게 된 유물들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미적인 관점을 갖게 한다. 특히 다른 나라의 문화나 역사를 담은 전시의 경우에는 나라간의 자연과 사회적 환경이 다른 점을 포함해서 거리가 멀고 시대가 다름에도 서로 간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 또는 영향관계가 있는지 등 여러 가지 내용을 함께 관람자에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편안히 관람할 수 있도록 더 쉽고 명료하게 자료와 유물을 선보이는 방식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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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기에 국제교류전시는 전시를 제안하는 것부터 시작하며 최소한 2-3년의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던 <미국미술 300년>(2013),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성황리에 끝난 <황금의 나라, 신라>(2013)와 미국을 순회하며 개최된 <조선미술대전>(2014)의 경우 처음 전시 아이디어가 나온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개막했다고 하니, 보통 한 차례 관람하는 전시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생각보다 길고 방대한 것이다.

  • 이미지 낯선 해외미술을 대하는 관람객에 대한 배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는 국외미술전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시 제안이 이루어지고 전시품 목록이 확정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기간에 제안된 전시에 대한 논문, 도록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예산계획을 수립한 후 양국의 박물관이 전시에 대한 계획을 협의하고 협약서를 체결한다. 전시품 목록이 확정되면 해외로 이동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고, 각 전시품은 값어치가 나가는 귀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손상이 없도록 충분히 특성을 분석하고 포장, 해포, 설치, 관리에 관한 내용을 숙지한다. 이렇게 운송을 준비하는데 최소 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시품이 확정되면 전시의 기획, 의도와 전시품이 조화를 이루고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한 전시 구성 및 전시장 기본설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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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전시에서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기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해외 문화나 예술을 국내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알기 쉽게 전달할 것인가가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에게는 매우 깊이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연표에서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소개할 것인가부터 영상, 인용구의 활용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방법 등은 디자이너와 함께 노력하며 결정해 나가기 때문에 전시그래픽은 디자이너와 큐레이터간의 협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꾸리는 기획자인 동시에 관람자로서 전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즉, 두 가지 시선을 동시에 가져야 가능한 과정이다. 전시 보조자료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제작하는 것은 도록이다. 전시가 시작되기 1년 전에 해외 기관과 협의하여 도록 기획을 마무리하고 원고의 작성, 번역, 편집 및 디자인, 인쇄 후 완성하기까지 1년도 빠듯한 시간이다. 특히 국제교류전시는 양국 박물관간의 합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데 여기에는 도록에 들어가는 작품의 사진에 대한 권리나 활용에 대한 동의에서부터 브로슈어, 포스터와 같은 홍보물의 디자인까지도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넉넉한 시간을 두고 꼼꼼히 진행해 나간다.

  • 이미지 전시의 학술성 강화를 위한 강연회

    이렇듯 전시를 위한 여러 방면에서의 노력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지식과 시선을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하여 쉽고 가깝게 다가가는데 효과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더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전시의 내용을 더욱 심화하고 최근의 연구 동향 등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 미국미술의 전 역사를 소개하는 첫 전시였던 <미국미술 300년>은 기획단계에서 미국문화를 소개하는 연속강좌나 미국미술 석학들의 특별강연을, <폴란드, 천년의 예술>(2015)은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폴란드 예술을 소개하는 전시이니 만큼 폴란드 미술사의 최고 석학인 바르샤바대학의 마리아 폽젠츠카 교수의 강연을 진행했다. 보다 심도있는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전시를 통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관람객들, 그리고 해당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심포지움이나 강연회를 통해 전시의 대중성과 학술성의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 이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제교류 전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하나의 전시로 기억되는 모든 내용의 구성을 위하여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양국의 이해와 협조 그리고 깊이 있는 연구까지 함께 하면서 결실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쉬우면서도 내용과 의미가 있는 국제교류전을 위한 이 모든 과정이 관람객을 향하여 이루어지므로 충분히 즐기고 알차게 관람할만한 전시로 기억될 때 그 의미가 한층 깊어질 것이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