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63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전시를 통해 보는 문화재의 변신과정
전시명 : 특별전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
기간 : 2016년 3월 8일 - 5월 8일
장소 :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전시작품 : 기마인물형토기(하인상)등 57점

 

수백 또는 수천 년 된 미술품들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듯 온전한 모습으로 전시실에서 관람객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보존과학 전문가들의 구슬땀 어린 복원작업 덕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는 1976년에 제대로 된 공간도 없이 ‘보존기술실’이란 명칭을 달고 단 2명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차츰 전문 인력과 첨단 장비의 보강으로 30여명의 보존과학 인재들이 활약하는 어엿한 박물관의 전문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과정 속에 약 2만 8천 여 점의 보물들이 보존과학 전문가의 손에서 회생하였고, 드디어 40주년이 되는 올해 그간에 축적해 놓은 문화재 보존·복원 노하우들이 토기, 자기, 복식,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의 대표적 사례들을 빌어 이번 특별전에서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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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자료들이 풍부한 전시 텍스트

전시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좌측에 투박한 현미경이 눈에 띈다. 보존처리에 쓰인 최초의 현미경인 만큼 오랜 손때가 느껴지는 이 전시품 하나로 이번 특별전의 모든 내용이 압축되는 듯하다. 이 현미경을 시작으로 하는 프롤로그에서는 박물관 보존과학의 초기 활동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마인물형 토기(하인상),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여러 국보급 유물들과 문화재 복원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1.보존처리에 쓰인 최초의 현미경 2.프롤로그 전시 모습 텍스트

  • 보존처리에 쓰인 최초의 현미경
  • 프롤로그 전시 모습
프롤로그를 지나면 1부 ‘우리 문화재의 재료와 기술을 보다’가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는 90년대 이후 문화재 보존과학에 도입된 현대과학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문화재조사 연구에 의학 분야에서나 사용하던 X선, 적외선, 자외선 등 “빛”을 이용한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여 우리문화재의 내부구조를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보다 더 정밀한 복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한 발전이다. 또한 1부에서는 금속, 도자기, 서화, 목재, 석재 등 각 분야별 대표적인 재료들과 그 재료를 가공하여 제작한 문화재들의 실물과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금속의 누금과 주조기술, 도자기의 동화・철화・청화기법, 서화의 배채법, 목공예품의 나전기법 등 우리문화재 속에 숨어있는 전통기술을 유물과 전시보조물을 함께 구성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초상화 x선 2.철화기법 및 안료 3.나전칠기 유물과 재료, 기법 텍스트

  • 초상화 x선
  • 철화기법 및 안료
  • 나전칠기 유물과 재료, 기법

문화재가 환생하는 과정 들여다보기 텍스트

2부 ‘병든 문화재를 치료하다’에서는 최근에 보존처리 된 유물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무려 480여 조각으로 파손된 국보 제193호 봉수 형 유리병은 1980년대 6년여에 걸친 1차 보존처리 이후, 2014년 다시 보존처리한 것으로 처리 과정을 유물과 처리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부에서는 전시실 내부에 보존처리실을 재현한 ‘오픈 랩(Open Lab)’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지금까지의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화재 치료 과정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더욱이 박물관의 보존처리 공간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이기에 일반 관람객의 보존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픈랩 모습 텍스트

  • 오픈랩 1
  • 오픈랩 2
또한 3부 ‘문화재의 생명을 연장하다’에서는 최근 보존과학분야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박물관의 환경관리에 대한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금속문화재의 부식, 직물류 피해 등 문화재에 해를 끼치는 요인들에 대해 박물관은 환경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이번 전시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보존과학 역사에서는 중요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들이 어떻게 복원되었는지 당시의 보존처리 기록을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1.타블렛pc에서 허리띠고리 확대해 보기 2.백자 달 항아리 접합방식 설명자료 3.현미경으로 금귀걸이를 관찰하는 코너 4.문화재의 원재료 샘플들 전시모습 텍스트

  • 타블렛pc에서 허리띠고리 확대해 보기
  • 백자 달 항아리 접합방식 설명자료
  • 현미경으로 금귀걸이를 관찰하는 코너
  • 문화재의 원재료 샘플들 전시모습

전시의 이해를 한층 돕는 전시보조물 텍스트

이번 전시가 기존의 미술품 전시와 차별화되는 점은 보존처리의 결과물로서 진열된 유물들 외 보존・복원과정을 설명해주는 여러 전시보조물들이 함께 제공되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특히, 1부에서 투명용기에 넣은 문화재들의 원재료 샘플들을 벽면에 줄지어 진열한 전시기법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조형미를 이룬다. 또한 백자 달 항아리의 접합 제작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위아래 절반으로 나눈 달 항아리 모형 조각이나 유물의 디테일한 부분을 확대해 볼 수 있는 영상과 보존처리 기록이 탑재된 타블렛 PC, 관람객이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이나 유물의 x-ray 사진, 자외선 투시 체험 등은 보물급 유물들과 나란히 전시되어 학습과 감상을 동시에 이루어지게 한다. 문화재의 미학을 살린 과학이 더해져 한층 흥미로운 특별전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에서 여러분의 지적호기심을 충족하길 바란다.

글: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