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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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진확대경 코너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물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탐구해 보는 뮤진확대경은 초근접 촬영한 실사 이미지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유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상세하게 관찰해 보는 코너입니다. 뮤진에서 준비한 확대경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의 유물탐구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백제금동대향로 텍스트
국보 제284호인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백제 나성(羅城)과 부여 능산리 고분군 사이에서 발견되었는데, 함께 출토된 백제 창왕명 석조사리감(昌王銘 石造舍利龕)의 명문에서 제작시기가 백제 27대 위덕왕(威德王) 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발굴을 통해 위덕왕(창왕)이 아버지 성왕(聖王)을 위해 지은 사찰임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규모가 크고 중요도가 높은 절에서 사용한 만큼 이 능산리 향로는 다양한 측면에서 특별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호 <뮤진확대경>에서는 이 향로의 특징을 꼼꼼하게 살펴봄으로써 그 의미를 더욱 명확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백제금동대향로

유례없이 큰 규모 텍스트

성왕은 관산성 전투에서 사망하였는데, 당시 전투의 최고 사령관이었던 아들 위덕왕에게 가던 중 신라로부터 공격받아 목이 베인 몸만 백제로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을 기리기 위해 위덕왕이 건립한 능산리 사찰에서 성왕을 위한 추모의식이 행해졌고 그 때 이 향로가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보통의 향로가 20cm 내외인데 비해 이 백제금동대향로의 높이가 61.8cm나 된다는 점만 보아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며 제작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

불교와 도교의 공존텍스트

추모의 대상이었던 성왕은 그 이름을 불교의 전륜성왕(轉輪聖王)에서 취할 만큼 독실한 불교신자였습니다. 이 향로의 몸체를 보면 외면에 3층의 연꽃잎이 바깥으로 살짝 휘면서 묘사되어 있어 불교의 연화화생(蓮花化生) 즉, 연꽃이 만물을 상서로운 조화로써 다시 탄생시킨다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뚜껑은 산봉우리의 형태로 중국의 박산향로와의 관련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박산이란, 중국의 동쪽 바다 가운데 불로장생의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삼신산三神山(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仗山), 영주산(瀛州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신선에 관한 내용은 도교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게 되는데, 중국 한 대의 박산향로는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이었으나 남조의 향로가 뚜껑을 매우 섬세하게 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시 도교적 요소가 강한 남조의 불교가 전해지면서 형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이 향로의 뚜껑과 몸체는 불교와 도교의 공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

과학적 구조 텍스트

향로는 향을 피워 올리는 것인 만큼 내부에서 발생한 연기가 나오는 연기구멍이 필요합니다. 향로 꼭대기의 봉황은 반원형 보주 위에 서 있는데, 두 다리 사이로 원통형의 관이 조금 보입니다. 이 관을 측면에서 보면 부리 아래 끼우고 있는 여의주와 직선상에 있고 여의주 바로 앞에는 두 개의 연기구멍이 있어 이 관이 향로 내부의 연기가 밖으로 나오도록 고안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봉황의 형태에 교묘한 방식으로 향로의 제 기능을 살짝 숨겨 피어오르는 연기에 그 신비감을 더한 것입니다. 또한 이 금동대향로는 봉황, 뚜껑, 몸체, 용 부분을 따로 주조하여 결합하였는데, 봉황과 뚜껑은 관으로 접합하고, 몸체와 용은 원통형 대(竿柱)를 중심에 놓고 입을 벌려 연꽃을 입에 물고 있는 용의 모양으로 꾸며 연결했습니다. 특히 용은 세워 든 다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휘어 감는 형태를 활용하여 대의 존재를 숨기고 있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

형태와 묘사를 활용한 균형감 텍스트

향로의 가장 큰 지름은 바닥과 닿는 받침입니다. 이 받침은 용의 몸체, 다리, 꼬리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돌면서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맨 위 봉황의 꼬리 방향과 반대로 다리 하나를 들어 전체 실루엣의 균형을 유지하고 나머지 세 개의 다리가 바닥에 닿아 무게를 지지합니다. 세 다리의 발톱부분이 안으로 휘어들면서 발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바닥에 닿도록 했으며, 세 다리 사이에 파도문, 연화문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소형의 구를 배치하여 용의 역동성을 살리면서도 안정적인 하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용의 갈퀴는 곡선을 유지하며 몸이 휘감아 도는 형태에 꾸밈과 변화를 주면서 파도와 꽃모양에 이어져 원을 이루는데, 직선이 아닌 곡선을 이용하면서도 전체의 형태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도록 제작한 당시의 기술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백제금동대향로

악사와 새 그리고 뚜껑의 연기구멍 텍스트

봉황의 바로 아래에는 각각 완함(阮咸), 종적(縱笛), 배소(排簫), 거문고(玄琴), 북(鼓)을 들고 연주하는 다섯 악사가 표면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다섯 봉우리와 봉우리 꼭대기에 앉은 다섯 마리 새가 있고 이 위치에 연기구멍이 있습니다. 악사들 뒤편에 각 하나씩 5개, 새가 있는 봉우리 사이에 5개가 있는데, 상단의 구멍들은 봉황의 가슴에 있는 연기구멍처럼 깔끔하게 입구가 정리되어 있고 하단의 구멍들은 입구가 거칠게 처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연기가 더 잘 빠져나오도록 주조 후에 뚫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기구멍은 모두 교묘하게 표면의 부조 뒤편에 있어 연기가 피어오르면 신선이 사는 산꼭대기의 신령함이 느껴지도록 안배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두 ‘5’라는 숫자와 관계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 봉황과 용을 포함한 음양오행(陰陽五行)이나 봉황을 천제(天帝)로, 다섯 새를 오제(五帝)로 상정해 소우주로 여길 수 있다는 점에서 도교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

신선과 동물이 함께 사는 산악 텍스트

이 향로의 뚜껑은 상상의 동물과 신선이 함께 사는 산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삼산형 산악문 24개의 가장자리를 따라 집선문이 음각으로 새겨졌는데, 이러한 꾸밈은 산세를 험준하게 보이게 해 더욱 깊은 산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봉우리들은 층층이 교차하며 뚜껑을 두르고 있어 주변의 부조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복잡하고 우거진 모습으로 보입니다. 곳곳에서 풍경이 작지만 세밀하게 보이는데, 구체적인 나무의 형상 6군데, 바위 12군데, 시냇물과 폭포 등도 있습니다. 동물은 호랑이, 멧돼지, 원숭이, 코끼리 등 현실의 동물과 상상의 동물이 보이고 말을 타거나 무예, 낚시를 하는 등 상단의 악사를 제외한 12명의 인물이 돋을새김 되었습니다. 이 동물과 인물들은 왼편을 향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구조입니다.

백제금동대향로

수중생물 위주의 몸체 텍스트

몸체는 활짝 핀 한 송이의 연꽃을 떠오르게 합니다. 잎은 백제 특유의 연꽃묘사 방식으로 표현되었는데, 삼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잎의 각 끝은 잎의 바깥방향으로 선을 균일하게 음각하여 표현했고, 그 가운데가 살짝 바깥으로 휘어 반구의 몸체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아래로 갈수록 잎 자체가 작아지는데 맨 아랫단은 음각으로 선을 새겨 2개 이상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잎의 모양을 묘사했습니다. 위의 상단 여백과 2단의 연판 안에는 사람과 동물이 묘사되어 있는데,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상과 동물을 타고 있는 사람으로 두 사람입니다. 동물은 잡아먹히는 두 마리를 포함한 27마리가 돋을새김 되어 있는데, 새와는 다른 형태이지만 날개가 달려있는 등의 상상의 동물과 물고기, 새 등의 현실 동물이 뚜껑과 마찬가지로 왼편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백제금동대향로는 구석구석 살펴볼 요소가 매우 많고 각각의 아름다움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재 이 향로는 국립부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1층 백제관에서 영상을 통해 상세한 모양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해 직접 만지며 표면을 느껴볼 수 있도록 복제유물이 배치되어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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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금동대향로 더보기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