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박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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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교실 코너에 대해>63호 e특별전에 등장한 벼루함과 백자에 관련된 옻칠과 철화기법, 그리고 뮤진확대경에서 소개한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부분을 장식한 동물인 봉황에 대해 좀 더 알아봅시다
63호
봉황(鳳凰)은 고대 중국에서 신성시했던 상상의 새로, 암수를 한 번에 뜻하는 말입니다. 수컷이 봉(鳳), 암컷이 황(凰)입니다. 처음에는 '봉'이라는 한 글자만으로 이 새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나중에 '황(皇)'이 더해져서 '황(凰)'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에 근거하여 봉황은 두 마리가 함께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자그대로의 의미로 본다면 봉황 자체는 암수가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봉황은 예로부터 새 중의 왕으로 일컬어지며 오동나무에만 둥지를 틀고 대나무 열매만을 먹는 영물(靈物)로 여겼습니다. 외관은 『설문해자(說文解字)』, 『악집도(樂汁圖)』와 그 외의 책들에서 모두 조금씩 다르게 묘사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색의 깃털과 다섯 가지의 묘음을 낸다고 하며,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서 사해(四海)의 밖을 날아 곤륜산(崑崙山)을 지나 예천(醴川:甘泉, 중국에서 태평할 때에 단물이 솟는다고 하는 샘)의 물을 마신다는 내용도 알려져 있습니다. 고결하고 오염을 극도로 회피한다는 이야기는 이 밖에도 여러 문헌에서도 서술되어 있는데 이러한 점이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면 봉황이 나타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성군(聖君)과 태평성대를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하늘이 내린 통치자로서 천자(天子)를 뜻하게 되어 황제 혹은 왕에 관련된 수많은 물건, 장소, 행동에 ‘봉(鳳)’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중국음악과 함께 전해져 중국에서와 같은 의미로 인식되었고, 천자는 하늘이 내는 성군이므로 중국과 동등함을 드러내는 의미에서 봉황을 상징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도 청와대에 두 마리 봉황과 무궁화가 있는 벽장식이 남아있는 만큼 봉황이 상서로움과 고귀함을 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평소 옻칠보다는 ‘칠기(漆器)’라는 표현을 더 자주 접합니다. 칠기는 옻칠을 한 기물이나 용기를 뜻합니다. 이렇듯 완성된 칠기는 나전을 하거나 표면을 꾸며 완성한 형태의 것을 주로 접하게 되는데, 사실은 옻을 추출해서 칠기가 되기까지 까다로운 과정이 있습니다.
옻은 옻나무에서 채취하는데, 나무의 줄기 겉에 수평으로 상처를 내어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는 것입니다. 나무에서 바로 받은 것을 생옻이라 하고 건조시켜 굳힌 것은 마른 옻이라고 하며, 채취한 옻은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산이나 알칼리, 70℃ 이상의 열에 닿아도 변하지 않습니다. 또한 나무가 조금 틀어지더라도 옻칠의 특성으로 인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표면에 막을 형성해 방수와 방습효과가 좋으며 옻의 살균력이 미생물과 벌레의 접근도 막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인사 팔만대장경목판의 보존에 옻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이 이해됩니다.
이렇듯 여러 장점을 가진 옻칠공예품은 어떤 과정으로 제작될까요?
먼저 목기의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 후 생칠(정제하지 않은 옻나무 진)을 발라 흠집을 메웁니다. 이 때 메워지지 않은 틈은 생칠에 톱밥이나 밥풀을 섞어 메우는 틀메임을 합니다. 매우 느리게 마르지만 건조 후를 보고 재차 메워주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나무가 터지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칠주걱을 사용해 생칠과 쌀풀을 섞은 베를 바릅니다. 평면을 유지하기 위해 이 베의 틈을 메우는 것은 고태바르기라고 하며 황토가루와 생칠과 풀을 배합해서 씁니다. 이 과정이 충분하도록 두 번을 바른 후 숫돌로 바닥을 갈아 표면을 평평하게 합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표면이 매끈하고 평평하게 되도록 긴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면에 자개를 붙이지 않는다면 중칠(中漆)을 4회 반복하고 칠장에서 건조한 후 숯으로 표면을 갈아냅니다. 그 위로 질 좋은 상칠(上漆)을 거듭 바르고 다시 한 번 숯으로 표면을 곱게 한 후 고운 토분이나 숯가루를 콩기름에 섞어 윤을 내는 과정을 3회 반복한 후 건조하면 드디어 끝입니다.
이렇듯 긴 시간을 들여 여러 번 반복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에 칠기의 표면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음에도 그렇게나 맑고 투명하며 결점 없는 모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얇지만 깊이감이 있고, 색을 칠한 것은 아니지만 멋과 색이 밴 칠기를 예전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게 대하게 될 듯합니다.
철화(鐵畵)란, 자기(磁器)에 철사(鐵砂) 안료를 사용해 색이나 문양을 나타내는 것을 뜻합니다. 철사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있는데, 환원염 혹은 산화염을 통해 청록색이나 황갈색으로 나타납니다. 박물관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분청이나 백자에서 붉은 기가 도는 철색이나 흑갈색의 그림이 보이는 유물의 한자이름에 ‘철화’가 쓰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철화기법은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까지 널리 사용되었는데 풀과 꽃을 간결하고 추상적으로 그리거나, 해학적인 구름과 용무늬를 그린 경우가 많습니다. 철화는 초벌구이한 자기의 표면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매우 숙련된 솜씨가 필요합니다. 표면에 문양을 덧대거나 조각칼로 파내어 표현하는 것과 달리 자유로이 화면을 구성할 수 있지만 안료의 휘발성이 높은 탓에 구운 후 전혀 그림을 볼 수 없기도 해서 경험이 많고 신중하며 신뢰할 수 있는 장인이나 화원(畫員)들이 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알고 보니, 이번호 E특별전에서 감상한 철화백자처럼 곡선의 면에 대나무와 매화를 그려 그처럼 완성도 높은 화면을 구성했던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