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유물들에 담긴 의미와 그 의미를 살리는 기법들은 긴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감탄이 일어나게 한다. 그런 한 편, 아득하게 먼 옛날의 유물들에서 재치어린 아이디어를 엿보고 웃음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유물들은 작고 때로 조금 서툰 솜씨나 어긋난 비례와 균형을 가졌지만 그래서 친숙하고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전시관 중 인도・동남아시아실, 중앙아시아실, 중국실에서는 동물의 형상을 활용한 재미있는 유물이 있어 어린이들은 물론 미술사적 지식이 부족한 어른들도 지루하지 않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의 유물에서는 보기 힘든 코끼리를, 중앙아시아에서는 원숭이를 많이 모티브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소, 거북이와 돼지, 십이지 신을 인간 형태로 표현한 유물들이 중국실에까지 다양하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토우에서도 섬세하게 사실적인 느낌을 살렸고, 손에 꼭 쥘만한 크기의 그릇도 동물의 형태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데다 코끼리가 코를 휘어 올리거나 엎드린 소의 모습을 하고 있어 그 귀여움에 주목하게 된다.
그 외에도 무덤을 지키는 몇몇 상상의 동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동물을 진묘수(鎭墓獸)라고 한다. 투르판 아스타나 묘에서 출토된 상상의 동물은 사람의 얼굴에 괴수의 몸을 하고 있고, 중국 남북조시대의 진묘수는 고개를 들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을 부릅뜨고 있다. 무서운 표정임에도 자그마한 크기를 하고 있어 강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위협보다는 재치 있는 표현에 주목하게 된다. 무덤의 크기와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해 만들었을 이 동물들이 영화에서처럼 깊은 밤, 험한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해냈으리라 상상해보면 기특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시아관 건너편으로 이동하면 먼저 불교조각을 감상하게 된다. 불교의 유래에서부터 연대별 소개까지 전시 설명과 각 유물의 설명을 보면서 지나다보면 역시 종교의 엄숙함에 차분해진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표현에 시선이 이끌려 바짝 다가가 살피게 되는 조각이 있는데, 바로 삼국시대 금동부처상이다. 어린아이 같은 자세로 허리부분이 꺾이고 작은 손에 둥근 물체를 든 이 부처상은 다소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 그 표정에 함께 미소를 짓게 하는 힘이 있다.
금속공예관 불교조각실 입구에서는 재치가 느껴지는 또 다른 금동부처와 보살상을 만나게 된다. 15센티미터가 넘지 않는 정도의 작은 크기의 부처와 보살상이 열 지어 놓여있는데, 경기도 남양주의 수종사 오층석탑에서 발견된 금동좌상들이다. 조선시대 인목대비(仁穆大妃)가 불사를 행하면서 제작한 23구의 불보살상 중 일부이다. 작은 체구에 비해 다소 큰 두상을 지닌 데다 약간 앞으로 숙인 고개로 인해 요즘 미디어에서 유쾌함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인물표현이 떠오른다.
금속공예관 관람 후 휴게공간을 지나면 청자, 분청사기, 백자로 이어지는 도자공예관이 이어진다. 언제나 ‘고려청자’, ‘비색 청자’라 하면 아름다운 빛깔과 형태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죽순, 석류, 어룡(魚龍), 호박, 원숭이, 사자의 형태를 한 주전자나 연적, 향로 등을 보면 선조들이 공예분야에 있어 경쾌함을 살려내고자 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연적은 도교적 상징을 가진 복숭아나 산수풍경의 입체적인 모양, 무릎모양까지 있어 제작자의 감각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기능에 모양을 입힐 때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했을 것을 상상해보면 이 수많은 걸작 가운데 신선함을 잃지 않는 이유를 알 듯하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지식과 경험만큼 즐거운 기억들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 박물관은 역사적 가치가 높고 그 솜씨가 뛰어나며 조형성이 뚜렷한 유물에 관한 콘텐츠를 더 쉽고 재미있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상설전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물들 사이의 재치 있고 해학적인 요소가 보이는 유물들은 배경지식이 없이도 서로에게 이야깃거리가 될 뿐 아니라 자그마한 휴식이 되어 우리를 웃게 한다. 오는 봄에는 서로 마주보며 신나게 웃는 경험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