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진 화첩 / 한여름, 물고기 헤엄치다
  • 뮤진 화첩

    올해는 이른 6월부터 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시원한 곳을 찾거나 입맛 살리는 시원하거나 혹은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한여름 무더위를 버텨낸다. 그리고 티 없이 깨끗하고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기분이 드는 푸른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는 휴가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이겨내 보려 한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시원해지지 않는가? 바다에서, 계곡에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하다 보면 누군가 조용히 인사를 건넬지도 모른다. 발가락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며 말이다. 깨끗한 물속을 종횡무진 하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바로 이번호 <뮤진화첩>의 주인공이다.

  • 뮤진 화첩 / 수려한 어룡의 자태 / 청자 물고기 용 장식 꽃병 靑磁 魚龍裝飾 花甁 중국 원元, 높이 15.8cm

    신안 해저에서 발굴된 이 청자는 원대 중국 저장성 용천요에서 생산되었으며 꽃병으로 사용되었다. 용천 청자는 짙은 유약에 따른 옥 같은 유색과 고대 청동기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형태가 특징이다. 병의 입구에 나란히 마주 보며 양귀를 장식한 어룡의 모습은 군더더기 없고 수려하며 유색이 연하고 부드러워 마치 푸른 옥의 느낌을 준다. 병의 형태는 매병처럼 입이 좁고 뾰족하며 아래가 둥글다. 긴 목은 꽃의 줄기를 모아 제 멋대로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침몰선 1척과 그곳에 적재된 수출품 및 생활용품은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데 이 병도 그중 하나이다. 당시 병류(甁類)는 서재, 거실 등 관상 또는 의례용으로 사용된 최고의 장식품이자 실용기였다.

  • 뮤진 화첩 / 물고기의 조형성을 살리다 / 청자 물고기 모양 연적 靑磁魚形硯滴 중국 원元, 높이 7.2cm

    앞서 본 병과 함께 신안 해저에서 발견된 유물이다. 물고기의 움직임을 포착해낸 듯 조형성을 잘 살렸다. 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물고기 입과 등지느러미 쪽에 각각 구멍을 뚫었다. 물고기 비늘 모양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으며, 물고기의 배와 꼬리 쪽 지느러미를 받침대로 활용하고 있어 장식적으로도 뛰어나다. 연적은 원대 성행한 기종으로 주로 동물상과 인물상이 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천요 청자의 소박하고 단아한 기형적 특징이 잘 반영되었다.

  • 뮤진 화첩 / 연못의 풍경을 떠올리다 / 분청사기 철화 연꽃 물고기 무늬 병 粉靑沙器鐵畫蓮魚文甁 조선, 높이 29.7cm

    분청사기란, 백토(白土)로 표면을 입히고 회청색 유약을 발라서 구워낸 그릇이다. 이 병은 전체에 귀얄로 백토를 입힌 다음 몸체 중간 부분 짙은 갈색을 띠는 철화 안료를 사용해 물고기와 연꽃을 교대로 그렸다. 물고기는 점을 찍어 비늘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였으며 마치 뛰어오를 듯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분청사기를 장식하는 다양한 기법과 문양은 특히 지방색과 어우러져 독특한 미감을 보여준다. 이 병은 충남 공주의 계룡산 가마터에서 제작되었다. ‘계룡산 분청자’라 불리는 철화분청자는 왕실의 청화백자를 흉내 냈다. 산화코발트 대신 산화철로 그림을 그렸는데, 문양의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표현은 지금 봐도 놀랍다. 물고기 그림은 다른 문양과 조화를 이루며 공간의 깊이 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 뮤진 화첩 / 이 구역의 주인공은 쏘가리! / 물고기 闕魚圖 장한종 조선, 25.6x29.4cm(전체), 종이에 채색

    옥산(玉山) 장한종(張漢宗, 1768-1815)은 정조(재위 1700-1800)와 순조(재위 1800-1834) 시대에 활동한 화원 화가로 물고기와 게를 소재로 하는 어해도(魚蟹圖)에서 가장 명성이 높았다. 쏘가리와 잉어는 그의 작품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어종이다. 이 작품은 몸의 얼룩과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특징인 쏘가리가 단독 주인공이다. 작품에서 쏘가리는 수중 식물과 함께 어울려져 있다. 이동 방향이나 몸의 모습을 통해 활발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강조했고 필선이 강조된 과감한 표현을 엿볼 수 있다. 화사한 분홍빛의 복사꽃도 작품 속에 드러난다. 이는 봄철이라는 계절감을 상기시킨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생물체와 역동적인 수중의 느낌을 생생하게 구현해 어해도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를 잘 전달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 뮤진 화첩 / 고려 시대 뛰어난 금속공예 기술을 보다 / 금으로 된 꾸미개 純金製裝身具 고려, 길이 3.8cm, 너비 2.9cm, 동합금제

    얼핏 보면 용도가 쉽게 파악되지 않은 모양의 꾸미개이다. 하지만, 화려하게 조각된 것이 시선을 끈다. 이는 최근 연구에서 적의(翟衣)를 착용할 때 어깨에 걸어 늘어뜨리는 하피에 다는 단추인 추자(墜子) 또는 피추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잎 위로 뛰어오르는 잉어와 또 그 위로 연꽃과 연잎을 배치해 타원형 구도로 추출한 순금제 장신구이다. 물고기 비 늘 표현과 연잎의 잎맥 표현이 매우 정교하다. 입체적인 장식이 뛰어나며 볼륨감이 남다르다. 얇은 금판에 타출 시켜 문양을 돌출시킨 후 이면에 다른 얇은 금판을 한 장 덧대어 붙여 제작한 것이다. 이 꾸미개에서 보이는 것처럼 고려 시대의 타출 기법은 당시 뛰어난 금속공예의 수준을 말해준다.

  • 뮤진 화첩 / 상상 속 동물을 만나다 / 청자 어룡 모양 주자 靑磁 飛龍形 注子 고려 12세기, 높이 24.3cm, 바닥지름 10.3cm, 국보 61호

    한눈에 보아도 ‘무슨 동물이지?’하고 생각하게 되는 형상이다. 이 주자는 상상의 동물인 어룡을 형상화하여 주구를 장식했다. 물고기 모양의 몸체에 연꽃 봉오리와 연잎이 달린 줄기를 모아 엮은 형상의 손잡이가 달렸다. 독특한 모양에 세부 표현이 정밀하고 뛰어나며 유색이 아름다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룡은 용과 물고기가 합쳐진 상상 속 동물로 고려 사람들의 창의력과 제작 기술이 돋보인다. 물고기는 양각된 겹꽃잎 연화좌 위에 배를 대고 꼬리를 힘차게 틀어 올린 모습이다. 입으로 물을 붓게 되어 있으며 꼬리 부분은 뚜껑이다. 물고기 머릿밑 날개와 지느러미, 그리고 온몸에 비늘이 정성스럽게 양각되었다. 이빨, 몸체의 지느러미, 연꽃 봉오리, 연잎과 꼬리 끝부분은 백토로 장식해 청자의 유색과 대비를 이룬다.

  • 뮤진 화첩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물고기 문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물고기 문양은 부귀유여(富貴有餘)라는 뜻을 지닌다. 중국어로 어(魚)와 여(餘)가 동음 동성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고기 문양이 도자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기물에 쓰인 의미는 부귀, 길경(吉慶)을 나타내거나 다손(多孫) 및 번영을 뜻한다. 이 때문에 결혼용품 등의 혼수나 의복에 물고기를 수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참고자료
    『고려시대 타출공예품 연구』, 김은애, 홍익대학교 대학원, 2003년
    『高麗 靑磁 注子의 硏究』, 한영민,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2010년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