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철강 철의 문화사 2017년 9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쇠철강 철의 문화사 - 열정의 가마솥, 김충환 작, 2009년 철강협회 사진공모전 금상 이미지

    1997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먼드 교수는 책 속에서 총과 균(세균) 그리고 쇠(철)를 인류의 문명을 바꾼 3대 무기로 소개한다. 이렇듯 인류사의 변곡점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철을 금속학적·문화사적으로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특별전 <쇠, 철鐵, 강鋼-철의 문화사>가 그 주인공으로 오는 9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석암리9호분 황금철검,가야의 철갑옷 등 한국 고대유물에서부터 이란, 중국의 철검까지 다양한 철제 유물 200여 점을 통해 철의 유입에서부터 근대까지 철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뮤진에서는 이번 전시 담당학예연구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특별전 <쇠, 철, 강-철의 문화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번 전시의 주요 메시지는? - 삼랑진의 철교의 밤, 유혜영 작, 2015년 철강협회 사진공모전 대상 이미지

    인류가 가장 선호해 온 두 가지 주요 금속은 금과 철입니다. 금은 영속성이 있는 반면 철은 녹이 슬어 사라지는 성질을 지녔습니다. 그럼에도 철을 선호하는 이유는 본연의 단단함 때문인데요. 이는 철로 하여금 생산성과 파괴성이라는 양면적 속성을 동시에 지니게 합니다. 철로 도구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 등의 생산 활동은 경제적 이득을 낳고 산업과 문명을 성장시켰지만, 잉여생산물의 주도적 권리를 맡은 지배자의 등장으로 계급사회가 만들어지고 권력의 탄생은 곧 이의 유지를 위한 다툼, 즉 전쟁으로 이어져 철은 무기와 같은 파괴의 도구로 이용됩니다.

  • 최초의 철제농공구지, 철의 집약, 고수경 작, 2011년 철강협회 사진공모전 은상 이미지

    게다가 산업화의 촉진은 더 많은 철의 생산을 위한 벌목량의 증가로 자연을 훼손하며 기후변화 원인의 한 축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즉 철은 개념적으로 인류의 근대화를 이끈 ‘성장’과 성장으로 생긴 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의 도구로서 ‘파괴’를 동시에 상징하는 모순된 의미를 지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철의 두 얼굴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줌으로서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에 대해 나름대로 통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 전시 준비 중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중국 집안현 소재 통구12호 북분 적장참수 모사도, 고구려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확보된 유물들은 철의 물성 때문에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많아 시각적으로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전시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구성하는데 주력하였으며 국내외 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만한 전시품들을 대여하기 위한 접촉을 많이 시도하였습니다. 작년 초부터 터키에서 히타이트시대 유물들을 가져오려 접촉했으나 현지 정세가 좋지 않아 사진자료 제공만 가능하다 하여 포기했습니다. 그 후 중국과도 협의 중이었으나 최근에 불거진 사드문제로 대여 가능한 전시품 수가 대폭 축소되는 바람에 또 무산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장고를 뒤진 끝에 찾아 낸 중국 연나라 철기 기증품, 히타이트시대를 대체할 만한 서아시아 철검 구입품, 일본 오리엔트미술관과 한국의 철 박물관 소장품들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 하이라이트 전시품들-주칠어피갑황동장용두병보도, 조선, 국립고궁박물관 이미지

    전시에서 1실이 세계사 관련이고 2실이 한국사 관련입니다. 세계사 관련은 히타이트부터 산업혁명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한국사 관련은 초기 철기시대부터 근대까지를 다룹니다. 특히 한국사 관련 전시품 중에 하이라이트가 될 만한 유물들을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여러 자문 등을 거친 끝에 주요 전시품으로 우선 갑옷을 선정했는데 이는 한국이, 특히 고대가야가 동아시아에서는 대표적인 갑옷 생산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 종장판갑, 가야, 국립김해박물관 이미지

    일본의 갑옷도 한국에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럽도 중세시대에 들어서나 철로 된 갑옷을 제작했지 고대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만큼 철로 된 갑옷은 한국만의 독창적인 기술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병기와 철불입니다. 철불은 금동불에 비해 물성에서 오는 투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철불은 전쟁관련 철기들과는 상반되는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의 전시로 구성하여 양면성을 더욱 강조할 예정입니다.

  • 새로 선보이는 전시품들-철제금은입사사인검 이미지, 조선

    아까 말씀드린 우리 관에 기증된 유물인 중국 연나라 철기, 우라루트와 아시리아 왕국의 철제 검들, 이란 철검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존처리가 최근 완료되어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석암리 9호분의 황금철검이 있습니다. 이 유물의 경우 철 부분은 사라지고 황금 부분만 남아 있어, 철의 반영구적인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품으로서 활용할 예정입니다. 우리 관 소장품이긴 하나 육군박물관에 전시 중이었던 360kg 규모의 대완구(피격진천뢰를 쏘아 올리는 대포)도 눈여겨 볼 전시품 중 하나입니다.

  • 과학 관련 내용도 있을까요?-구성, 김태수 작, 2002년 철강협회 사진공모전 동상 이미지

    과학적인 내용을 전시품으로서 나타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철기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화학적 작용과 원리를 설명한다거나 지구 내 철 때문에 생기는 자기장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오로라를 보여주는 영상 등이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 현대사 관련 전시품도 있을까요? - 주조작업, 양지대 작, 2010년 철강협회 사진공모전 특별상 이미지

    원래 계획단계에서 현대사 관련 내용도 넣을 예정이었으나 전시품이 드물고 있다하더라도 강판 종류 같은 것들인데 이는 무게와 부피 등을 고려했을 때 전시실 여건상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대사에는 철강 산업 관련 내용이 빠질 수 없어 자칫 기업홍보 전시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이 부분은 다루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현대사회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철을 재료로 제작된 작가의 작품 몇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해 전시할 예정입니다. 그중 ‘철의 숲(작가 최기석)’이라는 작품은 산업화로 인한 자연의 황폐화에 대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돌이켜보게끔 할 것입니다. 또한 ‘아이언 피쉬’라는 쇠로 만들어진 작은 물고기 모양의 물건도 소개가 될 예정인데요. 이는 대다수가 빈혈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철분보충제로서 고안된 것입니다. 이러한 전시품 역시 철이 가진 다양한 속성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 계획 중인 체험이나 영상물

    전시 주제를 생각하면 체험코너가 많아야 하지만, 자칫하면 과학관 전시와 흡사하게 될 염려가 있어서 고민 끝에 많이 넣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철 박물관에서 빌려 온 150kg 상당의 운철(인류가 처음 접한 철로서 운석에서 발견됨.)을 노출 전시하여 관람객들이 만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대형 철광석도 휴게공간에 놓아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앉거나 자석을 이용해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게 할 계획입니다. 또한 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맵핑 영상으로 제작하여 철기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풀어갈 예정입니다.

  • ‘철’외에 전시와 관련된 키워드-소청도 송신탑, 김영숙 작, 2015년 철강협회 은상 이미지

    전시의 주제는 ‘철’이지만 결국 철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과 진화, 철을 응용한 도구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철의 양면적인 속성의 배경에는 결국 인류의 문명적 이기의 발달과 그 폐해가 자리한다는 것입니다.

    원고작성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