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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풍요로움을 마음껏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황금 들녘에 고개를 숙인 벼는 여름날 뜨거운 햇볕을 머금고 누렇게 익어가고, 붉게 익은 과일은 먹음직스러울 만큼 주렁주렁 탐나게 열린다. 푸른 하늘 아래 황금 들녘, 붉은 과일이 자아내는 가을의 색은 결실이고 풍요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식기에 담아 나누고 서로의 평안을 빌었다. 풍요를 담은 그릇, 완, 잔, 병 등 식생활용품의 발달은 그만큼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고 다양해진 음식 문화만큼 발전한 식생활용품을 뮤진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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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을 손꼽을 때 꼭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빗살무늬토기일 것이다. 1만 년 전 선조들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자 신석기 시대의 상징이기도 한 토기는 선조들의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이나 줄기를 이용해 음식을 저장하고 운반하며 생활하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점토가 불에 구워지면 단단해진다는 사실은 선사 인들의 식생활에 큰 변화는 물론 이로 인해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정착생활까지 가능케 하였다. 바닥이 뾰족한 원추형으로 제작된 빗살무늬토기는 겉면에는 점과 선 등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되어있으며, 용도와 크기가 매우 다양하고 문양 역시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중간 크기 이상의 토기는 음식과 곡물을 보관하고자 제작되었으며, 작은 크기의 토기는 물을 마시는 컵의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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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주방에 믹서기가 있다면 옛날에는 맷돌이 존재했다. 석기인들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맷돌의 원형이 바로 갈판과 갈돌이다. 이 유물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갈판은 가운데 부분에서 양 옆으로 퍼지는 듯 타원형 모양의 유연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몽둥이 모양의 갈돌과 함께 하나의 세트로 사용된다(갈판이 뭉뚱 하거나 평평한 것도 있다.) 모양은 조금씩 차이가 있어도 갈판 위에 열매나 곡물을 올려놓고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들 때 사용된 것으로 신석기시대에는 도토리 같은 견과류를 가루로 만드는 데 사용했으며 청동기시대 농경 생활이 본격화되면서 곡물 가공에 이용되었다. 하지만 초기철기 시대 절구와 시루의 발달로 그 쓰임새는 점점 줄어들고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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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붉은빛이 도는 찬합은 오늘날 사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미적 기능과 실용성까지 겸비한 식생활용품이다. 각기 다른 음식을 층층이 보관하고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로 반찬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이 유물은 반찬 그릇과 술병을 하나의 세트로 제작했다. 원통형 찬합으로 맨 아래 반찬을 담는 그릇 위에 긴 술병을 올리고, 잔 받침 중앙에 구멍을 뚫어 병의 목 부분에 끼운 후 잔을 엎어 놓고 다시 뚜껑을 덮는 조립형 형태를 띤다. 또한, 표면에 검은 칠 후 대나무 마디처럼 보일 수 있도록 둘레에 가는 돌출부를 만든 점도 살펴볼 수 있다. 휴대용에 목적을 둔 찬합이지만, 내·외부에 검은 칠과 붉은 칠을 하고 잔 받침까지 마련해 격식을 갖추고 있으며 식기의 다양화와 상차림에 맞도록 하나의 세트로 규격화 된 형태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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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반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아담한 크기가 오늘날의 ‘혼밥’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먹는 밥 또는 그런 행위’를 뜻하는 단어인 혼밥의 정석을 보여주는 상이 아닌가 싶다. 소반은 오늘날 식탁과 같은 상(床)의 종류로 전통 주거 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된 식생활의 중요한 매개물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 구족반은 뛰어난 조형미에 소박함까지 드러낸다. 다리 모양이 개의 다리와 유사하다고 하여 ‘개다리소반’이라는 별칭이 붙여졌으며 주로 충주 지방에서 만들어져서 ‘충주반(忠州盤)’이라고도 불린다. 조선시대 가구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형태이며, 느티나무로 만든 12각의 천판(天板: 가구에서 가장 위의 면을 막아주며 마감하는 판)은 둘레에 테두리인 변죽을 따로 대지 않고 천판 아래 다리 사이를 이어주는 운각(雲脚)은 긴 판을 접어 꺾어가며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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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가구의 터줏대감인 삼층 찬탁은 실용성과 간결미를 자랑하는 목가구 중 하나이다. 한눈에 보아도 인위적인 장식을 최소화한 것으로 단순하며 간결한 선과 면으로 구성되어 통일성과 비례감이 뛰어나다. 조선시대 선조들의 미의식을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용품으로 식기를 얹어두는 탁자로 사용되었는데 놋그릇, 사기그릇 등의 그릇 무게도 잘 견딜 수 있도록 굵은 각목으로 기둥을 만들고 층간도 두껍게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탁자의 기능과 음식을 보관하는 장의 기능도 함께 하고 있는데 2층에 여닫이문 안쪽으로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고 1층과 3층은 트여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식기를 두고 꺼내 쓰기 편리하도록 했다. 2층 네모난 약과 모양의 경첩과 자물쇠 앞바탕이 단순함을 강조하고 가구의 뒤틀림을 막기 위해 테두리 나무는 느티나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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