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이면 중·고등학교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 시작 전까지 대부분의 교과 과정도 마무리된다. 그 때문에 이 시기 체험학습이며 현장학습으로 단체로 박물관을 찾는 학교가 많다. 박물관 전문직 체험 교실이 열리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광영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박물관의 다양한 직업 중 ‘교육연구사’를 체험하기 위해 인솔교사와 함께 박물관 나들이에 나섰다. 추운 겨울, 학생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라 불리는 긴 패딩을 너도나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기다리는 모습에 체험에 대한 기대감 역시 감출 수 없었다.
지난 12월 21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7년도 하반기 박물관 전문직 체험 교실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약 두 시간 동안 박물관 전문직 중 ‘교육연구사’ 직업에 대해 체험해보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교육연구사’는 대상별로 박물관의 전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선보이는 일을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은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높일 수 있으며 전시를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 시작 부분에서는 박물관의 다양한 직업들과 그중 전문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분야에 대해 살폈다. 영상으로 준비된 ‘교육연구사’ 소개 자료는 직접 연구사들이 참여해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였다.
박물관에 수장된 소장품은 고고학자를 통해 ‘발굴’되고 보존 과학자 손에서 ‘보존 및 복원’ 된 후, 유물관리 담당 학예사로부터 하나의 이름을 부여받는다. 이렇게 이름표를 단 40만 점의 유물은 전시기획자의 기획에 따라 ‘전시’되고 교육연구사는 전시된 유물을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문화예술 교육을 기획 · 진행한다. 이렇게 직업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직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 박물관 직업과 전시 과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문을 연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개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진지한 태도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동안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제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선생님이 눈에 띄었다. 조심히 다가가 인사를 건네니 다름 아닌 인솔 교사였다. 역사 과목을 담당 중인 이도현 선생님은 “박물관에 교사 연수를 받으러 왔다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오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신청하게 되었습니다.”라며 학생들에 대해 소개했다. “참석한 학생들은 대부분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입니다. 교내에서 역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모집했고, 2학년 학생들의 신청이 많아 아쉽지만 1학년을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인솔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학생들은 모둠별로 유물 복제품을 하나씩 선택했다. 이 복제품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구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마패, 농경문 청동기, 금관, 청자투각 칠보무늬 향로 복제품을 관찰하며 활동지를 채웠다. 또한, 모둠별 강사와 함께 유물 마인드맵을 제작하며 ‘재료는 어디서 구했을까?’, ‘만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을까?’, ‘왜 파손되었을까?’등 유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궁금증을 모았다.
모둠마다 복제품으로 살핀 유물이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로 이동해서는 더 자세하게 유물을 살폈다. 관람 위치를 이리저리로 옮겨가며 유물을 관찰하고, 함께 전시된 유사한 유물을 보며 특징과 차이점을 살피는 등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물을 실제로 감상하며 정교한 아름다움과 예술성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직접 유물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듯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상 선정은 어떻게 할지, 활동지를 비롯한 교육 자료는 어떻게 만들지, 프로그램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하는지 등 의견을 모으며 별것 아닌 것에도 꺄르르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즐겁게 임했다.
강의실로 돌아와 프로그램 구상 마무리를 하면서 학생들이 공을 많이 들인 것은 제목을 정하는 것이었다. 대상별 호기심을 이끌 수 있는 것으로 정해야 하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목도 종종 나왔다. 마지막 순서로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어 만든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것으로 체험 교실이 마무리가 되었다. 금관 만들기 콘테스트인 ‘쇼 미 더 금관’,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캐리와 함께하는 유물 이어 그리기’ 등 학생들다움이 돋보이는 톡톡 튀는 기획에 여러 재료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구상되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은 시험 칠 때만 공부하는 정도였는데 박물관에 와서 자세하게 보니 더 좋은 것 같아요. 유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과서보다 자세히 볼 수 있고, 관련 유물까지 함께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등 학생들은 교육연구사 직업 체험을 통해 박물관에서 배우는 유물 공부는 물론 ‘교육연구사’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에 흠뻑 빠졌다.
두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학생도 지루해하는 모습 없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학생들은 직업 체험을 통해 ‘교육연구사’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했을까? 활동지에 쓴 답변은 다양했다.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사람, 지식 전달의 매개체, 박물관과 관람객의 끈 등 학생들마다 느낀 감정은 모두 달랐을 테다. 이렇게 박물관 직업을 탐구하고 체험하면서 누군가 박물관인( 人 )을 꿈꾸게 해주는 박물관 전문직 체험 교실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많은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선택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신청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http://www.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의 전문 직업군 중 ○○○○○는 관람객이
박물관의 유물을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 준비해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마감날짜 2018년 3월 14일 ┃ 발표날짜 2018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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