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배움터가 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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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면 배움도 끝난 것으로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학교교육이 한계에 다다르며 ‘평생교육’이 대두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배우는 시대! 우리는 학교에서 뿐 아니라 졸업 후 사회인이 되어서도 심지어는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배우며 늘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리는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몇 해 전 입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박물관 및 미술관의 설립·운영 목적에 ‘평생교육 증진’을 추가하여, 박물관 및 미술관이 평생교육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종전 박물관의 교육 기능에 앞으로는 평생교육이 더해져 그 중요성과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

  •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박물관 교육이란 관람객과 전시물이 교류하는 활동이다. 박물관 교육의 효시는 1852년 설립된 영국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국내 박물관 교육의 역사는 어떨까? 실제적 의미의 박물관은 1909년 설립된 이왕가박물관이지만, 박물관 교육은 과학 분야 자료를 중심으로 조선 내 사회교화사업 장려를 목적으로 설립된 은사기념과학관(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그 시초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20년대 학교·지역 중심에서 이뤄지던 사회교육은 1930년대 들어서면서 박물관, 도서관, 과학관 등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박물관교육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1954년 국립박물관 경주 분관에서 진행된 ‘경주 어린이 박물관 학교’이다. 시대가 변화면서 점차 박물관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눈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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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교육프로그램 역시 내용이 꽤 다양한 편으로 관심과 참여도 또한 뜨겁다. 그중에서도 성인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대상에 따라 전문가와 일반인 두 가지로 나뉜다. 전문가 과정은 특별전 교사초청설명회, 학예사 직무교육,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 사용자 교육, 창조적 경영 최고위 과정 등 박물관이 보유한 고유의 콘텐츠와 노하우를 다방면으로 이용하여 기획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일반인 과정은 도자기 만들기, 손 글씨, 한국화 그리기 같은 체험형과 박물관 역사문화교실 같은 강연형으로 나뉘는데 저렴한 비용에 박물관의 소장품들과 연계한 교육내용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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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이 접수를 시작하는 날이면 박물관 홈페이지 교육신청 페이지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것처럼 예약 시작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눈 깜짝할 사이에 신청이 마감되어 버리니 이 또한 ‘마우스 클릭 전쟁’이다. 초·중·고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은 물론 성인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청자에 대기자까지 모두 정원을 채우는 건 순식간이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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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박물관의 역할: 국립중앙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비교 연구』(박은영, 숙명여자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2012)를 보면 ‘어린 시절부터 박물관 교육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인은 여가시간을 활용한 문화예술 체험활동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길러 나가고 이는 성인의 사회적 활동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가정 내 자녀양육에 정서적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문화예술 교육은 중요하다. 전시 관람 및 교육·강좌 참여가 자기계발과 연결되는 박물관 교육은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더 많은 학습의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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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교육 필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평생교육 기관으로 박물관이 가지는 중요성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소통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한다. 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중심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두 번째는 자발적 참여 시스템이다. 신청에서부터 교육까지 모두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다. 세 번째 융합 교육이 가능하다. 박물관에서는 단순히 역사적인 것 외 자연, 수학, 과학, 생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교육이 가능하다. 열린 교육의 장이 되는 것. 체험을 통한 경험, 이론을 통한 전문 지식, 관람객의 감상 능력을 모두 통합할 수 있는 것이 박물관 교육인 셈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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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연구에 따르면 특히, 성인에게 있어 그 중요성을 몇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교육적 측면이다. 박물관 성인 프로그램은 이론과 실제 유물 감상이 병행된다. 이는 탐구력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자기계발을 하는 문화예술교육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프로그램은 성인 참가자들에게 직접적 체험과 이해를 제공한다는 점에 존재 이유가 있다. 문화예술을 누리는 능력은 물론 문화 역량까지 기를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사회적 측면으로는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쌓고 타인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해 시각을 넓히는 것은 정체성 확립과 사회적 연대감, 계층 간 결속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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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퇴임을 한 김 아무개 씨도, 주부인 박 아무개 씨도, 퇴근 후 야간 프로그램을 찾는 남 아무개 씨도 박물관 교육에 참여하는 날은 마음이 즐겁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문화예술 교육은 성인들에게 배움의 의미를 넘어 또 하나의 희망이고 즐거움으로 다가간다. 예술 체험을 통해 인간과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는 이 모든 과정이 의미 있는 교육의 과정 아닐까. 『문화예술교육이 시민문화의식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김송아,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2010)에서 이러한 ‘문화예술 교육은 일회성에서 끝내는 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학습해야 할 교육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단계별 학습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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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대표적 기관인 박물관, 머지않아 문화예술교육 기관은 물론 평생교육 기관으로 그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될 것이다.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성인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는 박물관이 역사, 문화, 예술, 교육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이다. ‘따뜻한 친구, 함께하는 박물관’에서 배움을 통해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고, 타인과 정서를 공유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삶이 더 풍부해질 것이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