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에 전해진 신라 이야기 - 국립경주박물관 이란국립박물관 특별전 <신라와 페리스아, 공동의 기억>
  • 이미지 배경

    이란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실은 고대부터 우리와 교류해온 나라이다. 엉뚱하게도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이란을 떠올리는 곳이 있다. 바로 ‘테헤란로’이다. 정보통신의 메카였던 이곳의 지명은 1977년 이란 테헤란 시장이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 이란 느낌의 건물이나 풍경은 없지만, ‘이란’이란 나라는 이렇게 조금씩 우리네 일상에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이란에 우리 신라의 이야기가 도착했다

  • 동아시아 최초로 자국 중요문화재 이란 출품

    지난해 11월 4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이란국립박물관에서 <신라와 페르시아, 공동의 기억> 전이 열렸다. 본 전시는 국립경주박물관과 이란국립박물관이 공동 주최했으며, 2017년 한-이란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진행된 특별전이다. 이 전시는 양국의 상호 이해 확대는 물론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에 대한 관심을 역사와 문화 분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 중 자국의 중요문화재를 이란 현지에 최초로 출품 · 전시하는 유일한 나라로, 국가적 위상을 높인 의미 있는 기회이다.

  • 핏줄로 맺어진 신라 - 페르시아

    사실 신라와 세계 역사상 최초의 제국인 페르시아의 관계는 오래전으로 거슬러간다. 바야흐로 1,500년 전 신라를 사랑한 페르시아 왕자가 있었다. 아랍권의 서사시인 <쿠쉬나메>에 신라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치 구전동화와도 같은 이 사료에 따르면 7세기 중반 아랍 공격에 멸망한 페르시아 아비틴 왕자가 유민들을 끌고 길을 떠났고, 이 길 끝에 왕자 일행이 닿은 곳이 바로 실크로드 동쪽의 끝, 신라였다. 신라왕의 극진한 환영을 받은 아비틴 왕자는 신라 공주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며, 둘 사이 태어난 왕자가 아랍군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 시대를 잇는 한류 문화

    1,500여 년 전 인연을 맺은 양국의 관계가 더욱 뜨거워진 계기는 2006년에 시청률 86%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드라마 <대장금>의 이란 내 방송을 시작으로 후속작인 <주몽> 등 국내 사극들이 일찍이 이란에서 한류를 이끌면서 부터였다. 이번에는 신라의 고대역사와 문화를 다룬 전시가 그 바통을 이어 이란을 매료시키고 있다. 2016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이란국립박물관 학술교류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시작으로 전시 준비에 돌입해 전시 내용 및 구성, 전시품 선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며 신라의 역사, 문화, 대외교류를 보여주는 유물 위주로 전시는 구성되었다.

  • 외래문화에 개방적인 신라의 대외교류

    서기전 57년부터 935년까지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번성한 '신라'의 국호는 제22대 왕인 지증왕 때 확정되었으며, 덕업을 날로 새롭게 하고 사방을 아우른다는 뜻의 ‘덕업일신망라사방(德業日新網羅四方)’에서 두 글자를 딴 것이다. 그 뜻에 걸맞게 신라는 덕에 맞는 통치와 국제화 · 세계화를 지향했으며, 외래문화 수용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이었다. 가까운 중국 · 일본은 물론 멀리 페르시아를 포함한 서아시아와도 끊임없이 교류했다. 이번 전시는 이런 대외교류를 포함해 신라의 역사 · 문화적 특징을 살펴보고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예술로 불러일으킨 한국에 대한 이란국민들의 높은 관심에 더하여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 현실감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 신라 문화와 생활을 보다

    전시는 ‘황금의 나라’, ‘신라인의 삶’, ‘신라와 페르시아’로 나눠 구성된다. 1부 ‘황금의 나라’에서는 가장 독특한 신라 문화인 황금 문화를 주제로 한다. 4~6세기 신라의 무덤에서 출토된 금제 장신구, 왕의 상징인 금제 관모와 금제 허리띠를 비롯한 왕실의 황금 장식품을 선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왕실의 권력과 위엄을 느껴볼 수 있다. 2부 ‘신라인의 삶’은 신라인들의 일상을 담는다. 무덤에서 출토된 인물상, 동물 토우를 비롯해 생활에서 사용된 토기, 금속제품, 기와 등 신라인들의 의식주를 살펴본다. 또한, 이들의 사후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골호와 십이지 상을 소개하며 영원한 시공간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 신라에서 찾는 이란 문화의 흔적

    3부는 ‘신라와 페르시아’를 주제로 신라의 대외교류에 대해 집중해서 살필 수 있다. 주변국은 물론 다양한 나라와 관계를 맺으며 끊임없이 세계와 접촉한 신라는 덕분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신라와 페르시아 간 문화적 관계성에 대해 살필 수 있다. 특히, 신라 미술품에서 이란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 ‘계림로 보검’이 대표적 전시 유물이다. 1973년 ‘계림로 14호 묘’에서 출토된 이 보검은 신라의 칼과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2010년 발간된 발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의 집단이 동유럽 금세공 기술자에게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라와 경주를 주제로 한 영상물과 디지털 자료를 상영하는가 하며, 이란국립박물관 직원을 대상으로 신라문화와 한국박물관에 대한 특별 강연도 펼쳤다.

  • 양국 활발한 교류 기대

    국보 · 보물 4건을 포함해 총 102건 144점의 귀중한 문화재가 이란에 처음 소개된 이번 전시기간은 이란에서도 내외국인 관람객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때문에 이란 국민들뿐 아니라 이란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신라 문화를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역사 · 문화 교류가 양국의 지속적인 관계에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이번 전시를 발판삼아 문화 교류는 물론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