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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박물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장품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전시실에서 만나게 되는 전시품 설명 안내문 등과 같은 객관적 자료들은 거기에 얽힌 역사적 흐름과 사회적 배경, 주변국과 관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소장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하고 전시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박물관의 수많은 소장품에 얽힌 정보를 알 수 있는 데에는 박물관의 조사연구 기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박물관의 조사연구 기능에 대한 생각을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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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비롯한 미술관에서는 전시와 소장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담긴 리플렛과 같은 홍보물은 물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논문 및 저서를 포함한 학술간행물을 발표한다. 이러한 오프라인 간행물은 각종 브로슈어 · 전시 리플렛 · 박물관 소식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학술지 · 연구물이다. 이런 연구 논문 및 보고서는 학술적인 내용의 난이도와 심도 탓에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을 수는 없지만, 관련 학계 및 문화 연구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비록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들이지만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서는 흥미로운 것도 많으며 전시 도록의 경우 관람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지식이 각 페이지마다 담겨 있어 깊이 있는 전시품 감상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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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산하 비정부조직 중 하나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에서는 박물관을 ‘인간 환경의 물질적인 증거를 수집 보존 연구하여 전시하는 행위를 통해 사회와 인류문화발전에 봉사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연구와 교육 과학에 이바지하는 비영리적이고 항구적인 시설’이라고 정의한다. 국제박물관협의회에서는 박물관을 문화재의 물질적인 증거를 중심으로 그 문화와 관계있는 주변 지역의 문화를 조사 연구하는 총본산으로서 인식하며 연구 기능은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규정에서도 연구의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살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 모든 자료를 조사 연구하여 전시함으로써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고, 세계 속에서 한국 위상을 정립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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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새롭게 개관하면서 국립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1946년 경주 ‘140호분’ 발굴의 결과물로 1948년 <국립박물관 고적조사보고서 제1책-호우총과 은령총>이 창간되었고 이를 계기로 박물관 학술서 부문이 활성화되었다. 당시 경주 고분 발굴은 박물관 최초의 발굴조사로 고고학계와 역사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덕수궁 시대(1955~1972)에 들어서는 비교적 안정된 기반 위에 고고학 발굴조사와 미술사 조사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국립박물관이 유일한 고고학 연구 기관으로 학문적 활동을 주도하면서 1968년 한국고고학회가 창립되었고 학회지인 『고고학』이 5집까지 발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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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박물관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연구집도 하나둘 창간되기 시작했다. 『고적조사보고서』는 박물관이 발굴한 문화유적지 조사 내용, 당시 박물관의 연구 환경과 발굴 실적 등을 상세히 기록해 남기는 것이다. 2014년까지 모두 42권이 발간되었다. 1960년 창간된 『미술자료』는 연 2회 발행한 박물관 최초의 학술 정기 간행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창간이래 회화·불상 등 미술품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나 새로운 미술사적 발견을 수록해왔다. 또한 오랜 기간 우리나라 고고학 미술사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며 2017년 6월 제91호가 발간되었다. 『미술자료』는 해가 거듭될수록 자료가 많아져 1989년부터 고고학 분야만 묶어 고고학 전문 연구 논문집 『고고학지』를 별도로 출간, 2016년 11월 제22집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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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의 연구 기능 활성화를 위해 1997년부터 <동원학술대회>를 개최해왔다. 가을마다 국립박물관을 순회하며 열리는 동원학술대회는 한 해 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학술 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동원학술대회에는 고고학·미술사학·박물관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두 모이는데 대회 성과는 『동원학술논문집』으로 묶어 발간한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품이나 전시 외에도 보존과학 분야의 연구의 결과 및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1999년부터 보존처리 관련 전문 연구 보고서인 『박물관 보존 과학지』 를 출간, 현재 제17집까지 발간하였다. 국내의 연구 성과를 외국에 알릴 수 있는 영문 학술지도 2007년부터 출간되었다. 『Journal of Korean Art and Archaeology』는 국내 고고미술사 학계의 주요 성과와 연구물을 묶어 외국에 국내 고고학 및 미술사학의 연구 성과를 알림으로서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전문 서적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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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해외 한국학 분야의 차세대 전문가를 양성하고 국제 네트워크 강화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해 ‘박물관 네트워크 펠로우십’을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해외 주요 대학원의 한국학 관련 박사 이상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미국, 중국, 독일, 스웨덴, 우크라이나 등 국적도 다양하다. 세분화된 한국 문화와 역사 관련 강의를 듣고 심도 있게 연구한다. 또한 <박물관 네트워크 펠로우십 주제발표회>를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며, 『콜로키움 논문자료집』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박물관을 후원하는 모임인 ‘국립중앙박물관회’에서는 2007년부터 매년 국립박물관 직원을 대상으로 ‘국립중앙박물관회 학술상’을 수여한다. 본 상은 국립박물관 직원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연구 논문이나 저서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고고, 미술, 역사와 같은 소장 자료 관련 분야는 물론 전시디자인, 교육과 같은 박물관학 관련이나 전시도록 부문에도 시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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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여러 종류의 연구집이 발행된다. 이들의 조사 연구는 지금까지 한국미술사를 개척하고 미술사 학계의 발전을 이끌어오며 관련 학계의 연구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의 논문이지만, 이런 자료를 통해 박물관이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에 사들인 초상화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에 구입한 작품이 1916년 단돈 1원으로 구입한 김홍도·이명기 합작의 ‘서직수 초상’이며 1913년 구입한 중국 인물상인 ‘제갈무후도’가 280원으로 가장 비쌌다는 점 등 작품에 담긴 다양한 정보를 읽으며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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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삼성리움박물관 등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도 한국 문화 및 미술과 예술의 가치를 확인하는 연구 논문집을 발간하는 등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구집이 궁금하다면 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 ‘학술>정기간행물’에서 내려 받기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