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박물관에서 만나는 아시아’는 문화 다양성 교육프로그램으로 지난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가량 진행된다. 아시아관 전시물을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와 이들 나라의 문화 교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 뮤진이 해당 교육 프로그램에 동행한 6월 8일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개운초등학교 5학년 한 학급에서 참여했다.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상설전시관 2층에 있는 공간 온(ON)에서 시작된다. 프로그램 시작까지 여유가 남았지만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오늘 함께 할 수업내용이 궁금한 눈치이다. 프로그램은 한 학급의 학생을 6명씩 4모둠으로 나누는 것으로 출발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은 먼저 체험을 함께 진행할 교사와 인사를 나누었다. 4명의 교사가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는데 모두 다른 언어로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하요우고자이마스(おはようございます)!’ ‘니하오(你好)!’ ‘사인바이노(Sain baina uu)!’ ‘나마스테(नमस्त)!’ 하고 말이다. 학생들은 약간 어리둥절하다가도 이내 재미있다는 듯이 하나 둘 웃음을 터트렸다.
교사들의 인사말에 교육 비밀이 숨어 있었다. 교사와 인사를 한 학생들은 시청각 자료 화면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알아볼 나라에 대해 살폈다. 각 나라의 지도가 그려진 활동지를 들고 다니며 각국의 대표 콘텐츠들인 음식, 복식, 전통놀이 등을 바탕으로 나라를 맞춰보는 시간도 가졌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아시아 나라에 대해 살펴본 학생들은 좀 더 상기된 표정이었다. 빨리 움직이고픈 학생들의 마음을 교사가 알아차린 듯 박물관 유물 관람 시 유의사항을 살피고는 각 모둠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각자 ‘탐험지’를 챙겨 나라, 지역 간 교류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아시아관 전시품 탐색에 나섰다.
학생들은 상설전시관 3층에 위치한 아시아관에서 아시아 교류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우리 역사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주변 나라의 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나라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교사는 각 나라 전시관에서 탐험 대장이 되어 학생들을 도왔다. 먼저, 일본관을 찾은 학생들은 ‘국화나비무늬 접시’와 ‘호랑이와 매화무늬 접시’를 보며 릴레이 드로잉에 나섰다. 2인 1조가 되어 정해진 시간 동안 색연필로 접시의 문양을 따라 그리고, 그림에 사용된 색상표를 만들며 당시 자기를 만들 때 사용한 ‘오채기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일본의 자기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일본이 자기를 네덜란드에 수출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첫 번째 문화 교류 지도를 완성했다.
중국관에서는 인도 음악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시물을 살폈다. 돋보기를 활용해 ‘불비상’에 새겨진 세부적인 문양까지 관찰해가며 중국 유물에서 인도의 영향을 찾았다. 비석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놀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비석에서 손상된 부분은 학생들이 상상하여 탐험지에 그려 넣기도 했고, 이후 그 모습대로 자세를 취해 사진 촬영도 했다.학생들은 탐험하며 당시 복식 문화까지 비교하며 질문하는 열의도 보여 담당 교사를 놀라게 했다. 특히, 중국관에서는 태블릿PC를 활용하여 최근 인도 음악 문화까지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중앙아시아실로 이동하면서는 도구로 안대가 제공되었다. 학생들은 ‘뭐지?’ 하며 궁금증을 자아내며 교사의 지시에 따랐다. 이곳에서는 중국의 ‘창조신 복희와 여와’를 찾는 미션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진행되었다. 안대를 착용한 친구를 나머지 한 친구가 인솔하며 창조신을 찾았다. 이후 안대를 한 친구는 창조신 유물이 보이지 않게 유물 앞에 등을 지고 않았고 나머지 친구가 그 앞에 앉았다. 유물을 바라보며 앉은 친구는 앞에 앉은 친구(안대를 착용했던)에게 해당 유물의 모습을 말로 표현해주고, 나머지 친구는 설명대로 유물을 그렸다. 학생들 한 명 한 명 유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고, 친구의 설명대로 그림을 그린 후 직접 유물을 확인하고 나서는 모두 웃음을 터트리며 재미있어했다. 창조신을 통해 당시 인물의 생김새, 화장법, 유물 속 등장하는 소품이 가지는 의미 등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인도관이다. 이곳에서는 OHP 필름을 이용하여 미션을 이어나갔다. 인도·동남아시아실에서는 그리스·로마의 흔적 찾기에 분주했다. 전시품을 찬찬히 살펴 가며 그리스·로마의 조각과 유사한 것을 찾은 학생들은 간다라 2~3세기에 만들어진 ‘보살상’ 앞에서 탐험 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눈에 보이대로 탐험지에 ‘보살상’의 상세한 모습을 그려나갔다. 옷 모양과 잘려나간 손 모양 등은 표현하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꼼꼼하게 생김새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보살상’의 생김새, 자세, 의복 주름 등을 따라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주름의 형태와 사실적인 표현 방법까지 살펴보며 그리스·로마와 인도가 어떻게 문화 교류를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각 모둠이 순차적으로 나라 탐방을 마치고 다시 공간 온으로 돌아와 복습한 후 각 나라에서 촬영한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찾으며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다. 학생들을 인솔해 박물관을 찾은 담임 정유정 선생님은 “항상 학생들에게 박물관에 자주 다녀오라고 추천하는 편인데 막상 학생들이 박물관에 와서 효율적으로 관람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의욕을 가지고 즐겁게 참여해서 보람도 크고 또 박물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김경은 학생은 “학교 책상에 앉아서 배울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아시아관에서 지역 간 교류의 흔적을 찾고 문화 교류의 지도를 정확하게 그려보고 싶다면 문화 다양성 교육에 관심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