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박물관에서 만나는 상상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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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게와 근엄함을 떠올리기 쉬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종종 유쾌함을 주는 재미난 미술품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특히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전설이나 신화 속 동물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전시품을 마주하는 것은 관람객의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던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많은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이미 용, 봉황, 사신( 四 神 )이 현대적으로 표현된 모습을 접해왔지만 그 원형이 어떠한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수천 수백 년도 더 전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그 동물들은 우리를 지키고, 우리의 격을 높이는 역할과 상징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과 원형의 모습을 직접 봄으로써 우리의 상상 영역은 조금 더 넓어지거나 깊어질 것이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옛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한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낸 미술품들을 모아 전시를 꾸려보았다.

  • 이미지 무덤의 북방 수호신 현무

    사신도( 四 神 圖 )는 5-6세기의 고구려 무덤 벽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6-7세기에 주로 유행하였다. 동서 남북 네 벽면에 그려진 사신은 청룡( 靑 龍 ), 백호( 白 虎 ), 주작( 朱 雀 )과 현무이며, 그 중 현무는 무덤의 북쪽 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검다는 뜻의 ‘현’과 공격을 막는다는 의미에서의 ‘무’가 합쳐진 이름으로 물에 산다는 점, 북쪽, 검은 색 모두가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것이다. 현무는 거북과 뱀이 한 몸에 얽혀 휘감고 있는 모양이 많은데, 고구려실에 전시된 벽화는 강서대묘에 그려진 현무를 모사한 것이다. 거북이와 뱀은 마주보고 위를 향해 불을 뿜고 있고 뱀의 몸이 거북의 등을 가로지르며 머리와 꼬리가 한 차례 꼬여있다. 그리고 다리의 움직임으로 보아 서쪽으로 이동하는 형상이어서 조금 강하게 동세를 표현하고 있지만 위치가 화면의 한 가운데이며 배경에 다른 형태가 없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 이미지 - 강서대묘 널방 북벽 벽화 모사도 중 현무, 일제강점기

    - 강서대묘 널방 북벽 벽화 모사도 중 현무, 일제강점기

    - 강서대묘 널방 북벽 벽화 모사도 중 현무, 일제강점기

    팝업이미지 강서대묘 널방 북벽 벽화 모사도 1층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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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무덤을 지키는 또 다른 존재 진묘수

    진묘수( 鎭墓獸 )는 중국에서 무덤 속에 놓아두는 용도로 만든 짐승형태의 신상을 말한다. 전국시대( 戰國時 代 ) 초( 楚 ) 나라에서 나무로 만든 사슴뿔 달린 동물을 무덤에 부장한 데서 비롯되었는데 초기의 것은 단순한 모양에 오관( 五 官 : 눈, 코, 입, 혀, 귀)이 없었다가 차츰 머리가 두 개인 뱀 같은 복잡한 모습을 보인 다. 악한 것 을 내쫓는 벽사( 辟 邪 )와 침입자로부터 무덤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한 경우가 많았으나 초나라 후기로 갈수록 비교적 선하고 사람얼굴과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이는 진묘수가 사악함을 물리치는 것 뿐 아니라 무덤 주인의 저승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겸하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일 가능성이 있다. 특정 동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남북조시대 의 진묘수는 대부분 귀여운 느낌의 동물형상이며 등에 3~4개의 갈기를 달았다. 중국실에 전시된 이 두 진묘수는 위에 언급한 내용에 꼭 맞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눈을 부릅뜨고 입을 꾹 다물 거나 크게 벌려 겁을 주려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운 인상을 준다.

  • 이미지 - 무덤을 지키는 동물,중국 남북조

    - 무덤을 지키는 동물 鎭墓獸, 중국 남북조

    - 무덤을 지키는 동물 鎭墓獸, 중국 남북조

    팝업이미지 - 무덤을 지키는 동물 3층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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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사실적인 묘사의 용머리상

    이 재미있는 표정의 용머리상은 발해의 유물이다. 발해는 가장 상위의 행정조직으로 오경( 五 京 )을 운영 하였는데, 그 중 상경( 上 京 )이 있었던 헤이룽장성( 黑 龍 江 省 ) 닝안시( 寧 安 市 )의 궁궐터에서 이 용머리상 이 발견되었다. 이는 발해 도성의 궁전 건축에 조각품으로 사용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해의 다른 도시에서 출토된 용머리상들도 형태와 조각기법이 비슷한 것으로 짐작컨대 대표적인 시대양식이었을 것이다. 건물 터에서 한 층 높게 쌓는 발해기단은 한국의 건축적 특징이며 빗물 등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인데, 이 기단을 한 층 더 쌓고 그 곳에 이 용머리상을 끼워 넣어 장식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눈썹, 코, 윗입술과 아랫니가 모두 조금씩 기울어진 모양새로 완벽한 대칭이나 기계적인 형태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인 느낌이 없이 조금은 해학적이면서 사실적이고, 상상의 동물이라는 독특함은 비현실성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친근한 모습이다.

  • 이미지 - 용머리상 복제품, 남북국시대(발해)8-9세기, 일본 도쿄대학 소장

    - 용머리상 복제품, 남북국시대(발해)8-9세기, 일본 도쿄대학 소장

    - 용머리상 복제품, 남북국시대(발해)8-9세기, 일본 도쿄대학 소장

    팝업이미지 용머리상 복제품 1층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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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힘껏 물 위를 차오르는 모습의 어룡주전자

    어룡( 魚 龍 )은 머리는 용이고 몸통이 물고기인 모습의 상상 속 동물이다. 국보 61호인 이 청자주전자는 어룡이 물을 박차고 힘껏 뛰어 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주전자의 몸통은 지느러미와 비늘로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는데 뚜껑 가까이의 지느러미는 얇으면서도 힘이 있게 뻗어 있어 형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뚜껑은 물고기의 꼬리모양이다. 몸통의 아래쪽에는 연꽃잎을 둘러 장식했다. 전체적으로 옥빛에 표면의 잔 갈라짐이 없으며 표면꾸밈에서 숙련된 솜씨를 느낄 수 있다. 용머리는 높이 24.4cm, 몸통지름 13.5cm인 주전자의 크기에 맞추어 크지 않지만 형태는 유연하고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어룡은 용마루 끝을 장식하는 치미(鴟尾)에도 그 형태가 쓰였는데, 이것은 목조건물에 불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를 바라는 장치 였다고 한다.

  • 이미지- 청자 어룡 모양 주전자, 고려12세기, 국보61호

    - 청자 어룡 모양 주전자, 고려12세기, 국보61호

    - 청자 어룡 모양 주전자, 고려12세기, 국보61호

    팝업이미지 청자 어룡 모양 주전자 3층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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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날개 편 형상이 잘 어우러시는 구름 봉황무늬 항아리

    백자실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박물관에서 만나온 것과는 조금 다른 봉황이 그려진 항아리가 있다. 이 항아리는 표면에 청색 안료로 그림을 그려 넣은 청화백자인데 항아리의 어깨부분 중 가장 지름이 넓은 위치를 따라 봉황이 둘러 그려져 있다. 항아리 양쪽 면에 봉황을 한 마리씩 그려 넣고, 열십자( 十 )와 갈지자( 之 ) 모양 의 구름을 커다랗게 채워 넣었다. 암수인 봉과 황이 같은 방향으로 항아리를 두르고 있는데, 꼬리깃털의 모양을 다르게 표현하여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날개를 펼친 형태가 항아리에 볼륨감을 더하고 역동성을 높이며 꼬리의 표현을 통해 하나의 방향성을 형성하고 있다. 항아리의 목 부분과 몸체 아래의 여의두문양의 띠 안쪽에 문양을 배치했는데, 봉황이라는 상징에 충분히 주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항아리 자체의 모양이 그 장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서로에게 역할을 다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이미지- 구름 봉황무늬 항아리, 조선 18~19세기

    - 구름 봉황무늬 항아리, 조선 18~19세기

    - 구름 봉황무늬 항아리, 조선 18~19세기

    팝업이미지 구름 봉황무늬 항아리 3층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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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전시품들이 현재의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유물로 남겨졌다는 것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 상상의 동물들이 큰 의미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집채만 한 몸집에 날개가 없이도 날고, 갖가지 전설을 남기는 상상의 동물들과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순간 일종의 판타지소설처럼 멋진 이야기가 떠오를 것만 같다. 하여 박물관 전시실을 방문할 때 마다 이야기는 더 풍부해지고 박물관은 상상의 동물과 노니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변화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을 그리든, 무엇을 표현하든 적어도 하나의 의미와 상징이 있는 우리의 유물들은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세계이다.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외에 박물관에서 상상 속 동물과의 만남을 이루어보는 것은 어떨까.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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