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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노랑, 분홍 봄꽃이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는 사이 푸르른 나무 잎사귀는 조용하게 제 일을 한다. 꽃잎이 하나둘 우수수 떨어지고 나면 신록이 여름의 서막을 연다. 풍성하게 달린 잎사귀는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을, 묵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곧은 줄기는 우리에게 그늘을 선물한다. 바야흐로 푸르고 푸른 여름을 앞둔 오늘. 나무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자. 꼭 숲속 우거진 나무의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언제나 그랬듯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 한 그루에서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호 뮤진화첩에서 나무가 주는 이야기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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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분물감으로 그려진 버드나무 무늬는 비교적 간결하지만 대담한 구도가 돋보인다. 버드나무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생명력을, 불교에서는 치유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또한, 칼처럼 생긴 잎은 장수나 무기를 나타낸다. 병은 전체적으로 선의 변화가 없는 직선 형태로 단순하지만, 상단부의 깎은 듯 흐름은 단조로움을 탈피하게 한다. 화면에 보이는 버드나무와 함께 맞은편에도 똑같이 버드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뿌리와 등걸의 표현은 대담하지만, 특별한 꾸밈은 없다. 오히려 간결한 표현이 운치와 세련미를 느끼게 해준다. 병은 갈색을 띠지만, 버드나무 아랫부분에는 푸른빛이 감돈다. 병의 형태는 당시에는 이례적인 통 모양으로 대개 술병으로 사용되었으리라 추측한다. 실제 2010년에 국내 한 주류업체는 이 도자기의 형태를 재해석한 새로운 병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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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마디를 본 따 만든 형태가 눈길을 끄는 이 병은 조선 후기 백자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소재이다. 청절한 자태와 그 정취를 지조 있는 선비와 문인들이 으뜸으로 여겼다. 사시사철 푸르며 곧고 강인한 줄기에 군자, 선비, 충신은 물론 열녀의 절개를 비유했다. 무한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백자의 깊은 여백에 대나무 잎을 도드라지게 새겨 넣고, 발색이 고운 청화 안료로 칠했다. 절제된 단아함이 형태와 문양 배치에 그대로 드러나 완성도를 높였고, 대나무 마디를 닮은 병의 조형미 또한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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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학자이자 문신인 조익(趙翼,1579~1655)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대나무 그림으로 다른 묵죽도에서 볼 수 없는 기상과 솜씨를 드러낸다. 조익은 성리학의 대가로 예학에 밝았고, 그의 연대기에 있어 효심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일련의 사건에 효심이 그대 로 나타난다. 조익은 1636년 병자호란 때 높은 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수락하지 못했고, 그 일로 유배되었다. 그의 효심이 알려지면서 곧 석방되었으나 3년 뒤 다시 관직을 하명 받고도 늙은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지위와 신분을 포기했을 정도로 조익의 효심은 지극했다고 한다. 그림 속 대나무에는 채색을 더해 섬세함을 높였으며 작품 속에 세속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효성을 다하고자 한 선비의 곧고 푸른 기상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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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고 훤칠하게 뻗은 늙은 소나무 두 그루가 바위 위에 눈을 맞고 있다. 이 작품은 문기가 충만한 문인 화가로 잘 알려진 이인상(李麟祥, 1710~1760)의 것으로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이인상은 유행에 따르기보다 뚜렷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펼쳐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나무는 조선 시대뿐만 아니라 단군신화, 고구려 시대 북벽 벽화 등에서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같이했다. 선비의 곧은 절개와 지조, 군자의 덕을 상징한다. 작품에서 늙은 소나무는 모진 눈바람과 비바람에도 흐트러짐 없이 묵묵히 온갖 시련을 견딘다. 소나무와 같은 기상을 잃지 않으려는 자신의 의지를 보다 직설적으로 상징한 그림으로 그의 곧은 심성과 삼엄한 골기(骨氣)를 보여주는 소나무에서 자극적인 요소나 화려함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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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가까이 두고 항상 읽는 책을 사랑방 주요 가구 중 하나인 책장에 두고 사용했다. 이 삼층 책장은 자연스러운 나뭇결의 재질을 살린 것으로 19세기에 제작되었다. 조선 목가구에는 지천에 널린 소나무, 느티나무, 오동나무, 은행나무 등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러한 것이 주재료로 사용된 것을 보면 집 밖의 자연이 집 안까지 연장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장의 문판은 오동나무 판재인데 볏짚으로 문질러 부드러운 섬유질을 털어내고 단단한 나뭇결만 남는 낙동법(烙桐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을 이용해 나타낸 나뭇결의 자연스러움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며 주로 사랑방 가구에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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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작품에서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에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무는 사람을, 사람은 나 무를 닮아있다. 야외활동이 많아지 는 시기, 주변에 있는 나무는 무슨 뜻을 가졌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숨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조선백자에 나타난 문양 연구』, 남학호, 대구대학교 대학원, 2004 『능호관 이인상의 예술세계 연구:소나무 그림 중심으로』, 박재성, 홍익대학교 대학원, 2006
대나무 이어령, 종이나라, 2006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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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는 물론 작품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그 중 ○○○는 선비의 절개와 지조, 군자의 덕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다.마감날짜 2018년 7월 14일 ┃ 발표날짜 2018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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