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조각공예관 금속공예실을 새롭게 단장하여 1월 6일부터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개편에서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금속공예품을 금, 은, 동, 철 등 재질에 따라 구성하여 금속공예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배자의 권위를 상징했던 고대의 금속공예품이 고려와 조선시대에 일상생활 용품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미의식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금속공예는 기원전 10세기 무렵 청동거울과 검 등 권위의 상징물에서 시작되어 종교 및 생활용품 등으로 점차 범위가 확대되었다. 금속공예가 본격적으로 발달한 삼국시대에는 금과 은을 사용하여 지배층의 권위를 상징하는 관(冠)과 허리띠, 귀걸이 등을 제작하였다. 불교의 성장과 함께 불교공예품의 제작도 활발하였고, 특히 통일신라시대는 왕실의 후원 아래 독창적인 미의식을 반영한 종과 사리구를 제작하였다. 한편 대접과 접시 등의 조합을 이루는 청동그릇이 통일신라시대부터 사용되었고, 경주에서 점차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당(唐)의 영향을 받은 장식성이 강한 꽃 모양 그릇과 금은으로 무늬를 장식한 거울 등에서는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국제적인 성격도 확인할 수 있다. 고려시대는 금속공예의 전성기로 은제 도금 또는 은으로 만든 다기(茶器)와 주기(酒器), 향과 약그릇 등이 많았고, 민간에서도 청동그릇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금속공예품의 사용계층과 범위가 확대되었다. 불교공예품은 향로, 촛대, 꽃병으로 이루어진 공양구의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입사기법을 적용한 불교공예품은 종교적 상징성과 아름다움이 조화된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철이 공예품의 재료로 새롭게 등장하였는데, 화로와 촛대, 담배합 등 철에 은과 구리를 입사하여 장식한 철제 은입사 공예품이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금은 태양을 상징하는 금속으로 고대부터 권위의 상징물이나 화폐 등으로 사용되었다. 금은 펴지는 전성(展性)과 늘어나는 연성(延性)이 가장 뛰어나 새김과 돋을새김, 낱알기법 등의 정교하고 치밀한 세공이 가능하여 금관과 귀걸이 등 화려한 금속공예품의 제작에 사용되었다. 또한 은과 동 등 다른 금속 위에 금을 입히는 도금(鍍金) 기법은 금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 사리 장엄구와 은제 도금 그릇 등의 제작에 활용되었다. 은은 금처럼 잘 펴지고 늘어나지만, 금보다 더 단단하며, 항균과 방부(防腐)의 속성이 있다. 은제 공예품은 새김과 돋을새김 기법으로 무늬를 표현하거나 무늬 위에 도금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청동이나 철로 만든 공예품에 홈을 파고 은실을 넣는 은입사(銀入絲) 기법은 색의 대비 효과로 무늬의 장식성을 높일 수 있었다. 동은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금속이다. 단단하고 다른 금속과도 잘 융합하여 주석을 섞으면 청동, 아연을 섞으면 황동이 되어 공예품의 성격에 맞게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원전 10세기경 청동기를 사용하였고, 『송사宋史』 「고려전高麗傳」 대중상부大中祥符 8년(1015년)의 기록에는 민간에서도 동기(銅器)를 사용하였다고 기록할 정도로 고려시대에는 청동그릇의 사용이 보편화 되었다. 청동공예품은 대형 종부터 작은 거울까지 크기와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제작되었으며, 투조(透彫)와 입사 등으로 무늬를 표현하였다. 철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금속으로 주로 무기와 농기구 등의 제작에 사용되었으나 조선 후기에 들어 금속공예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철제공예품은 왕실에서 먼저 사용되었고, 19세기에는 화로, 문방구, 담배합 등 일상생활용품으로 확대되었으며, 주로 입사로 무늬를 장식하였다.
금제 공예품에서는 삼국시대 장신구부터 고려시대 향그릇 및 약그릇에 이르기까지 귀하게 사용되었던 금의 상징성과 재료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허리띠는 고귀한 금속인 금과 정교한 공예 기술이 만나 최고의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고대 금속공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금속공예실에 금관이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금관과 허리띠의 공예적인 면모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은제 공예품은 세련된 기형과 화려한 무늬가 돋보이는 고려시대 은그릇에 초점을 맞추었다. 은제 꽃모양 잔들과 병, 대접 등 새롭게 전시되는 유물과 함께 ‘崔’자가 새겨진 <은제 도금 화형잔> 등은 보존처리를 마치고 새롭게 공개되는 작품이다. 청동 공예품은 『송사宋史』 「고려전高麗傳」의 “민가의 그릇은 모두 동이다”라는 기록처럼 청동접시와 대접, 잔과 병 등의 일상생활용품과 거울과 빗 등 청동공예품의 보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철은 주로 무기, 농기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으나, 조선후기에는 은입사 기법을 통해 화려한 공예품으로도 가치를 높였다. 필통, 문진 등 문방구와 향로, 촛대, 담배합 등 사랑방에 놓였던 다양한 철제 은입사 공예품은 소박하고 친근한 조선시대 공예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 재질별 전시 이외에도 주제별로 구성되는 심화코너를 두어 불교공예와 입사공예를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불교공예는 처음 공개되는 춘궁동 출토 <청동 현향로(懸香爐)> 등을 전시한 공양구 코너와 <경암사명 쇠북> 등 범음구 코너로 구성된다. 입사공예는 삼국시대 끼움입사부터 조선시대 쪼음입사까지 우리나라 입사기법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밖에도 국보 제92호 <물가풍경무늬 정병>, 국보 제280호 <천흥사 종>, 보물 제1359호 <감은사 동탑 사리구> 등 대표적인 금속공예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코너도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개편에서는 새로운 전시구성과 함께 이들 유물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과 진열장도 교체하였다. LED 조명을 설치하여 정교한 세공 솜씨가 바탕인 금속공예품의 특징과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하였고 저반사 유리로 만든 독립형 진열장을 설치하여 최적화된 전시 환경 속에서 관람객들이 유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관람객들이 정교한 무늬와 유물의 세부를 볼 수 있도록 디지털 돋보기를 설치하였고, 유물의 용도와 구성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앱 이름 AR CURATOR)을 국내 박물관 최초로 상설전시에 도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