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7호


 

박물관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과정을 거쳐 관람객들의 입장에서 전시를 더욱 편하고 즐겁게 그리고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고심한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전시의 대표유물과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물을 배치하여 흥미를 돋운다. 전시를 보기 전에 접하게 되는 소책자나 엽서, 여러 언어로 준비된 전시정보를 통해 미리 동선이나 유물, 작품의 흐름에 대해 가볍게 먼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관람 후 어떤 내용을 담은 전시였는지, 어떤 전시물을 보았는지 되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된 유물을 여러 가지 보고, 영상이나 체험을 통해 내용을 편히 학습할 수 있도록 배치하며 세심하게 계획, 시뮬레이션하고 설치한다. 유물에 어울리는 받침대나 케이스, 관람객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 유물과 관람객에 맞춘 온도와 습도 그리고 조명의 밝기 등도 모두 연구하고 계획된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하나의 전시는 1년 혹은 2년 전부터 협의하고 개최를 확정하며, 수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한다. 이번호 뮤진칼럼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전시에 나온 유물이나 작품 뿐 아니라 전시 자체가 그 의미를 더할 수 있게 준비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만약 박물관에서 유물을 아무런 기획 없이 늘어놓기만 한다면, 그것은 전시라고 하기 어렵다. 수 없이 많은 유물이 시대별, 용도별, 재료별로 구분할 때 다른 분류에 속하기 때문에 박물관 전시에는 더욱 면밀한 기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즉 전시를 열기 위해서는 이 전시가 어떤 의도아래 기획되었는지, 그 기획에 맞는 유물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기획과 출품유물을 통해 전시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흐름에 맞도록 유물을 분류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이다. 보통 전시실 초입에는 큰 주제아래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당시의 역사, 문화 등의 배경과 어우러져 서술되어 있고, 유물이 분류되는 기준을 따라 그 기준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소주제로 설정되어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계획을 따라 전시가 준비될 때는 여러 유물 중 전시주제에 부합하면서도 주목할 만한 세부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대표유물이 된다.
이 과정에서 출품될 유물을 촬영하고 사이즈 및 특성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기록에 쓰일 이미지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향후 전시설치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유물의 특성에 따라 설치를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공간, 조명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전시일정과 그에 따른 소요예산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게 된다. 이러한 사전준비에 해당되는 과정이 적어도 5개월 전에는 완료되어야 한다.
그로부터 약 5주에 걸쳐 전시설계가 이루어진다. 앞선 단계에서 준비된 기획의도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요예산의 범위 안에서 동선, 평면과 입면 유물배치를 포함하는 계획이 진행된다. 전시 공간의 크기도 크고, 유물의 수도 많으면 관람객들이 필요이상으로 많이 움직이게 되어 전시를 충분히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관람객과 부딪히며 불편을 겪거나 기획의도와 시나리오에 맞지 않은 순서로 관람을 하게 되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전시관람 중 계속해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전시그래픽, 영상, 모형, 체험코너 등이 적절히 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긴 두루마리 그림을 한 번에 모두 펼쳐 보여주기보다는 한 화면에서 전체 내용이 움직이도록 만들어 유물 전체를 편히 감상할 수 있다. 한 자리에 서서 더욱 자세히 화면을 보여주고 실물의 일부는 고정하여 볼 수 있도록 구성하거나 유물의 손상을 우려하여 만져볼 수 없는 경우 모형을 만들어 만지거나 바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적 효과를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전시에 포함하여 남녀노소 구분 없이 유물의 기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동선과 배치계획이 완료되면 각각의 유물에 맞추어 유물받침대를 디자인한다. 앞서 유물을 이해하고 실측해 두었기 때문에 유물의 크기에 정확히 맞고 유물이 전시 안에서 갖는 맥락과 어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제작할 수 있다. 작품이 가지는 색상의 톤이나 다른 유물과의 조화, 전체 타이틀이 갖는 분위기 안에서 디자인한다.

이제 사전에 협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마무리 되었다. 실제로 공간에 준비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직접적인 움직임이 다시 5주 정도의 기간 동안 진행된다. 각종 도면과 유물배치도, 받침대, 전기와 소방, 조명, 통신의 문제를 포함하여 전시장의 환경조성을 위해 계약할 업체를 선정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그래픽디자인과 유물받침대의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관람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해줄 전시홍보물을 디자인한다. 이 경우 전시장 내외의 다양한 디자인과 통일성을 갖도록 한다.
전시가 시작하기 1개월~2개월 사이에 디자인되었던 여러 인쇄물들이 제작되어 도착하면 온・오프라인상으로 적극적인 홍보가 진행된다. 이 시기에는 본격적인 설치가 진행되어 유물손상을 막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유물의 재질이나 현재의 손상정도에 대해 파악해 둔 정보를 토대로 온도나 습도 등의 환경을 확정하여 조성한다. 특히 각 유물은 실내의 밝기가 다소 어둡더라도 관람객이 작품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조명을 설치하는데 조명장치는 불가피하게 열을 발생시키므로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려하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전시를 개막하는 순간까지 남아있는 작업은 유물의 배치이다. 수립된 계획이 실현되는 단계로, 실제 유물이 놓일 자리에 유물과 함께 작품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담은 라벨을 설치한다. 작품의 이름은 한자로 정해진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한자어와 함께 한글로 풀이된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가늠하는 것도 있지만 박물관 유물인 만큼 역사의 흐름 안에서 어떤 이유로 이런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재질로 만들었는지, 실제 사용을 위한 것인지 감상을 위한 것인지, 사용을 한 계층에 대한 정보 등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제작된 시기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재질과 용도에 대해서도 라벨에 작성되는데 현재의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없는 물품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이 라벨이 아니라하더라도 분류별 설명 등에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유물은 아니지만 유물받침대와 전시 인테리어, 전시를 위해 제작된 구조체의 디테일을 확인하고 조명과의 조화, 계획에 맞게 배정되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 전시 직전 환경조성의 최종단계이다. 여기서 전시는 관람객을 맞을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전시가 시작되면 전시에 쓰인 다양한 글들에 틀린 글씨나 잘못된 표현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기재 혹은 누락되었을 경우 수정하여 교체작업을 하는데 개막 후 1주일 이내에 진행되어야 한다. 전시 중에는 잊지 않고 점검되어야 할 몇 가지가 더 있다. 그 중 하나는 전시브로슈어이다. 모두 소진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채워야 관람객들이 전시의 전체 기획과 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전시를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관람객을 위한 체험도구 등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넉넉히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족단위의 관람객의 경우 아이와 어른이 동시에 흥미를 가지고, 추억삼아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체험코너에 큰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이므로 체험도구의 손상이나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여 점검한다. 그 외에도 전시의 운영이 개선될 수 있도록 관람 반영할 수 있는 전시 관람지를 통해 관람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다. 전시 중에 관람객을 위하여 위와 같은 점검이 필요하다면, 박물관을 위해서는 전시공간과 전시된 상태 등을 충실히 촬영하여 아카이브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그대로 박물관의 역사가 되고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며 동시에 발전을 위한 양분이 될 수 있다. 촬영한 내용과 더불어 전시도면 밎 전시그래픽 최종데이터 등도 잊지 않고 꼼꼼히 아카이브하는 것도 진행해야 할 일이다.
박물관은 전시가 시작되면서부터 전시의 종료와 그 이후에 대한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적어도 5개월 전부터 사전준비가 진행된다고 볼 때 항상 박물관은 다음 전시를 위한 사전준비와 점검, 종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철거일정을 확인하고, 전시를 위해 마련된 시설물을 처리하는 방안 등이 가장 대표적인 전시종료의 준비이다. 전시가 종료되면 설치물은 지방전시 등으로 이어질 경우 활용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시종료 이후의 계획에 따라 재사용도하기 때문에 재활용을 위하여 보관되기도 한다. 그 외의 폐기할 것들은 철거하는데 실내와 외부의 배너, 포스터, 현수막 등의 홍보물도 함께 철거하게 된다. 쇼케이스도 개폐유무와 밀폐도 전기와 조명 등의 상태를 점검하여 폐기할 것인지 보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나의 전시를 종료되고 박물관은 다시 다음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다시 기획의도와 유물을 이해하고 선정하고 계획하며 전시의 의미가 되어주는 관람객들의 방문과 다양한 효과의 극대화, 우리 유물을 통한 국가 위상의 재확인을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더 다양한 방법으로 유물과 우리의 역사를 선보일 수 있는 만큼 늘 공부하고 기획하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 나간다. 2015년 봄, 박물관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박물관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며 이러한 준비과정을 떠올리며 전시를 즐겨주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