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슬렁 어슬렁 호랑이를 만나다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한국, 일본, 중국)
  • 대나무 아래 호랑이, 임희·김홍도, 조선, 개인 소장

    우리는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여러 묘사에 빗대어 사용될 수 있는 이 문장을 듣다 보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도대체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는 시절은 언제였던가?’ 혹은 ‘호랑이는 언제부터 살았을까?’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랑이’는 참 많은 곳에 비유된다. ‘호랑이 기운’ , ‘호랑이 굴’ , ‘호랑이 선생님’ 등... 그래서 익숙한 동물이기도 하지만 사실 호랑이는 맹수의 왕으로서 공포의 대상인 까닭에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존재이다. 그런데 이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그것도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호랑이 주제 미술품들이 총 출연한다.

  • 호랑이와 모란, 박생광, 1984년, 서울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은 2018년 1월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기념 특별전인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韓國·日本·中國>을 진행한다. 본 전시에서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의 호랑이를 소재로 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105건 144점의 유물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호랑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동아시아의 문화 전통을 공유하는 동시에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각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이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로 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호응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 호랑이 모양 청동 미늘창, 상나라, 중국 국가박물관

    동아시아에서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포악한 맹수로 여겨짐과 동시에 잡귀를 물리치는 신령한 동물로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찬란한 무늬를 가진 생김새, 바람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민첩함, 산꼭대기에 올라가 전체를 조망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며 하는 한 번의 포효는 산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위용까지 가졌다. 호랑이의 몸짓 하나하나가 맹수의 왕 다운 위엄 과시이고, 숭배의 대상으로 전화되는 덕목이다.

  • 龍虎図屏風, 다와라야 소세츠, 17세기, 도쿄국립박물관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은 본래 가진 위엄보다 친숙함으로 매력을 뽐낸다. 고조선의 단군 신화, 후백제의 시조 견훤의 신화, 고려 태조 왕건의 설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국토의 2/3가 임야로 구성된 한반도는 호랑이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호랑이는 자주 출몰했고,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일은 다반사였다. 조선 시대 기록을 살펴보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과 가축 이야기가 700건이 넘게 기록될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호랑이는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가졌다.

  • 백호 무늬 수막새, 한나라, 중국 국가박물관

    공포와 맹수로서 위엄은 신앙의 대상이 되는 배경이 된다. 동아시아 미술에서 호랑이는 토템 ·신화 속 시공간을 수호하는 사신( 四 神 )과 십이지( 十 二 支 ), 신중( 神 衆 )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전쟁과 죽음, 귀신을 잡아먹는 벽사를 의미하기도 했다. 이런 이념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어 확산되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미술에서 호랑이는 호기로운 무용( 武 勇 )을 상징하며 군대의 깃발과 문인의 흉배, 칼에 장식되었고 건강과 호신을 기원하는 장식구와 부적, 길상을 의미하는 공예품에 장식되는 공통점을 보인다.

  • 《虎》彩墨画, 한메이린, 2010, 중국 국가박물관

    동아시아의 호랑이는 다른 듯 비슷한 성격을 지니며 미술적 표현의 대상으로 진화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미술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통해 한·중·일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명한다. 고대의 원시 신앙 속 호랑이, 도교와 불교에서 보는 호랑이에, 생활 속에서 확장되는 호랑이의 모습을 한국, 일본, 중국의 미술과 문화 속에서 찾아보며 삼국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다변화했는지 감상할 수 있다.

  • 龍虎図屏風, 다와라야 소세츠, 17세기, 도쿄국립박물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삼국의 문화를 비교해 살펴본다는 건 여러 가지로 흥미 있는 일이다. 여기 또 하나의 즐거움을 추가하는데, 바로 ‘호랑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다. 전시 개막일인 1월 26일에는 삼국 호랑이 미술을 주제로 전문가의 학술특강이 열리고, 어린이박물관에서는 호랑이 그림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흥, 저는 호랑입니다’라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뿐만 아니라 김홍도가 화첩 기행을 떠나 <맹호도>를 그리게 된 이야기를 창작 판소리극 공연을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 청자 호랑이 모양 변기, 백제, 국립중앙박물관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은 오프라인 전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 작품의 고해상 사진과 큐레이터 설명은 구글 아트앤컬쳐 사이트를 통해 소개, 전시를 직접 관람할 수 없는 세 나라의 많은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동아시아의 미술품에서 보이는 호랑이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를 비롯해 연계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하자.

    원고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