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려오다 지상으로 '신' - 神
  • 내려오다 지상으로 '신' - 神

    비가 내리고 해가 지고 계절이 바뀌는 등의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들었던 먼 옛날,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신이 결정한다고 믿었다. 하여 하늘을 지배하는 자, 땅을 다스리는 자, 바다를 지키는 자 모두를 ‘신’이라 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은 우리 삶을 돌보고 지켜주는 존재였다. 이러한 신의 존재를 숭배하기 위한 시각화는 고대 미술에서 신을 표현한 조각이나 공예품의 활발한 제작으로 이루어졌고, 수많은 화가들이 신의 모습을 그리는데 몰두했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실에는 신의 모습을 표현한 전시품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지상으로 내려온 ‘신’의 모습을 만나본다.

  • 새로운 형식의 십이지상 출현하다, 납석제십이지장=토끼,말

    토끼 머리에 사람의 몸, 말 얼굴에 사람의 몸을 한 십이지상이다. 토끼상은 1939년 김유신 묘 외부 정동부, 말상은 이보다 앞선 1928년 외부 정남부에서 발견되었다. 먼저, 토끼상의 경우 학계에서 쫑긋하게 하늘로 솟은 귀의 모양을 보고 토끼상으로 추정하지만, 다른 토끼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송곳니가 표현되어 있어 ‘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토끼상처럼 선으로 입체감을 준 목, 밧줄 같이 두꺼운 허리띠를 두른 허리, 말상처럼 긴 말의 얼굴, 경당을 두르고 갑옷을 착용한 목 등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손 역시 검을 받치고, 잡고 있는 세부 묘사 하나하나 섬세하다. 김유신묘에서 발견된 십이지상은 이전에 발견된 것과 달리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있으며, 능묘 외역에 배치된 새로운 형식의 십이지상이다.

  • 납석제십이지상-토끼,말 / 통일신라 7세기, 높이 40.8cm, 41.2x26.8cm
  • 중국의 세계관을 이해하다, 복희여와도

    중국 문화권과 인접한 투루판(高昌) 아스타나 무덤에서 출토되었다. 투루판은 신강위구르자치구의 동부 지역이며, 아스타나는 당시 중앙귀족의 무덤이다. 두 명의 신이 마주 보고 있다. 왼쪽은 ‘여와’, 오른쪽은 ‘복희’이다. 이들은 중국 천지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남녀 상반신은 분리되었고 하반신은 뱀의 꼬리처럼 서로 교차하고 있다. 각각 손에 컴퍼스와 구부러진 자를 들었다. 이는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으로 이뤄진 중국 전통적 우주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물 사이 상하( 上 下 )에는 일월상( 日 月 像 ), 그 주위에는 성진상( 星 辰 像 )이 표현되었다. 해·달·별은 고대 사회에 우주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근간으로 그들의 우주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이는 하나의 소우주를 재현한 것이다. 당시 천정에 걸려 있거나 시신 옆에 접혀있는 형태로 출토되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이 여러 군데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바탕은 파란색이었으나 가장자리를 제외한 대부분 초록색으로 바랬다.

  • 복화여와도, 투루판, 아스타나, 7세기, 비단에 채색, 219.0x94.0cm
  • 불법을 수호하다, 팔부중

    팔부중이란 천( 天 ), 용(龍), 야차( 夜叉 ), 건달바( 乾闥婆 ), 아수라( 阿修羅 ), 가루라( 伽樓羅 ), 긴나라( 緊那羅 ), 마후라가( 摩睺羅伽 )라고 부르는 여덟 종류의 반신이나 귀신, 정령과 같은 중생들의 모임을 지칭하는 것이다. 불교 성립 이전부터 고대 인도신화에서 신적이거나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등장했으며, 서역을 거쳐 중국과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투구와 갑옷을 입은 무장상으로 정형화되었다. 주로 석탑 기단부에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는 여덟 명의 신으로 새겨졌다. 신라의 석탑 부조상에서는 사자관을 머리에 쓴 건달바상이 머리 셋, 팔이 여섯 혹은 여덟 개가 있는 아수라상과 짝을 이룬다. 왼손에 보주, 오른손에 칼을 든 아수라(좌측)는 원래 싸움의 신이었으나 부처님에게 감화되어 불법을 지키는 신이 되었으며, 얼굴은 셋, 손과 팔은 여섯 개로 표현된다. 건달바(우측)는 사자의 머리가죽과 같은 것을 쓰고 있다. 입 모양이 새 부리와 비슷한 형태인 것으로 보아 건달바 상으로 추측된다.

  • 팔부중, 동일신라 9세기, 돌
  • 부처와 사찰의 호위무사, 인왕상

    목재로 만든 신장상( 神將像 )이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불법 수호신으로 사악한 것이 사찰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찰의 문이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했다. 이외 나한전( 羅漢殿 ), 시왕전( 十王殿 ), 명부전( 冥府殿 ) 좌우에 배치되어 힘을 발휘한다. 입을 꼭 다물고 주먹을 쥐고 있는 이 신장상은 보는 것처럼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있다. 이목구비는 매우 크고 뚜렷하게 조각되었다. 눈은 왕방울만 하고 코와 입은 아주 커 우락부락해 보인다. 머리는 벙거지 같은 모자를 썼고 가슴에는 혹, 등에는 척추가 돌출했다. 간결해 보이는 신체 묘사와 달리 표정이 매우 섬세하다. 먹으로 바탕을 그린 다음 색을 칠하였으나, 현재는 퇴색되어 희미한 흔적만 보일 뿐이다.

  • 인왕상, 일제 강점기, 나무, 높이 107cm, 너비 75cm
  • 지혜와 행운의 신, 가네샤 상

    가네샤는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신 중 하나로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힌두교도들이 예배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신이다. 이 가네샤 상은 통통한 몸에 코끼리 머리를 한 독특한 형태에 유심히 살펴보게 만든다. 머리는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있고 주름진 치마 형태의 하의를 입고 있는데 다리 부분은 파손되었다. 가네샤는 보통 4개의 팔이 있는데 손에는 염주, 막대, 뱀, 부러진 상아 어금니 등 지물을 들고 있다. 이 상의 경우 세 개의 팔과 손만 남아 있으며, 이마저도 손상되어 어떤 지물을 들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남아 있는 왼쪽 한 개의 손에는 연꽃 봉우리를 들고 있다. 부드러운 얼굴에 유연해 보이는 신체를 가진 가네샤 상은 주로 사원의 입구에 배치되었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 가네샤 상, 크메르 앙코르, 10세기 후반, 돌, 높이 76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