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큼 이번에는 서구인들에게 돈키호테를 연상시켜 흥미를 끄는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 토기>나 신비한 비색과 섬세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국보 제96호 <청자 거북이모양 주자>,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등 지정문화재를 포함한 전통도자 300여점과 이에 영감을 받아 창작된 현대 작품 30여점까지 총 344점이 전시되어 한국 도자기의 독자적인 세계를 알린다. 특히, 현대 작품들은 김수자, 이수경, 박영숙, 이우환, 전준호・문경원 팀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예술가들 11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우리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도자문화가 현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어떠한 영감을 주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완벽함’이란 의미에서 백자 달 항아리를 재해석한 전준호・문경원 팀의 영상설치 작품, 버려진 도자기의 파편들로 재창조된 이수경 씨의 작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현대로 이어져온 한국도자기의 미학이 유물들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한편, 이번 전시의 취지와 관련하여,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통이라는 것이 그 당시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고 이를 실물로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자기는 시대별로도 볼 수 있지만, 감상하고 장식하는 예술품이며 다양한 용도와 기능을 지녀 실제로 사용되기에 용도별로 구별할 수도 있다. 고대인의 내세관을 반영한 상형토기는 무덤 주인의 영혼을 인도하는 역할을 목적으로 제작되었고, 고려시대에는 아름답고 우아한 색과 형태의 그릇들이 귀족취향을 보여준다. 조선시대의 분청사기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백자는 고아한 이념을 담고 한국도자의 멋 그리고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도록 전시된다. 보름달처럼 희고 둥글어 ‘달항아리’라 불리는 큰 백자 항아리는 고(故) 최순우 선생이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라고 묘사하였을 만큼 가장 한국적인 미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