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는 ‘페라나칸 예술’로 페라나칸의 취향이 반영된 공예미술을 살펴본다. 페라나칸 여성들은 바느질 솜씨와 음식 솜씨를 갖춘 며느리 감을 기대하는 중국 전통에 부합하고자 했고, 이에 따라 뛰어난 자수와 구슬 세공품을 남기며 공예미술 발달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신부용 도자세트로서 그들의 취향이 반영된 뇨냐자기(nyonyaware)는 선명한 색상의 대비와 화려한 문양이 특징이며, 중국식 식기부터 서구식 커피포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노냐자기 | 분홍 화문이 있는 녹색 추푸 발 | 아시아문명박물관 소장

싱가포르의 혼합문화인 페라나칸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특수한 환경에서 그들이 획득했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통해 일궈낸 것이다. 그런 만큼 그 많은 부분은 이제 현실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과거의 유산이자 전통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그것이 갖고 있는 본질, 즉 문화의 교류와 융합이라는 가치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어느 하나의 문화로 수렴되지 않고 각각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낸 이들의 문화와 예술은 오늘날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나비모양 침대 장식 | 페낭 | 19세기말~20세기초 | 아시아문명박물관 소장

구슬공예 식탁보 | 페낭 | 20세기초 |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소장 | BNP파리바스재단(BNP Paribas Foundation) 지원 보존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