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인 ‘페라나칸’은 말레이- 인도네시아어로 아이를 뜻하는 ‘아나크’ 에서 유래한 말로 해외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과 원주민의 혼혈, 또는 오랫동안 이곳에 정착한 이들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다수는 중국계 페라나칸으로 일반적으로 페라나칸이라고 하면 중국계를 의미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중국계 페라나칸을 남성은 바바(baba), 기혼 여성은 뇨냐(nyonya)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계 페라나칸은 무역에 종사하며 향료무역의 집산지였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해안 도시에 자리를 잡고 활동해왔다. 특히 19세기 싱가포르에서 활약했던 중국계 페라나칸들은 식민지 상인가문 및 영국 식민정부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었으며, 식민세력과 원주민 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페라나칸은 자신의 뿌리인 중국의 문화,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인 말레이-인도네시아의 문화, 그리고 새롭게 다가온 서구의 문화를 수용하여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했다.

도입부를 포함하여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중국, 말레이, 유럽에서 받아들인 주요한 문화적 흐름을 중심으로 중국계 페라나칸들이 어떻게 상이한 문화요소들을 창조적으로 받아들이고 재해석하여 혼합적이면서도 독특한 양식을 이끌어내었는지 살펴본다.. 전시도입부인 제1부 ‘페라나칸 문화의 이해’에서는 페라나칸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소개한다. 전시실 입구에서는 ‘말라카에서 온 신랑 신부’의 중국 이주 남성과 원주민 여성간의 혼례 모습을 통해 본래 페라나칸 공동체의 출발점이 된 두 세계간의 결합을 보여주며, 전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