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나칸에게 혼례식이란 중국적 가치를 반영하는 동시에 중국적 전통을 따르는 기회였다. 12일간 이루어지는 혼례는 복잡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는데, 그 가운데 중요한 의례로 신부의 머리를 빗기는 츄타우(Chiu Thau)와 면사포를 걷는 의식인 침팡(Chim Pang)이 있다. 츄타우는 사당의 제단 앞에서, 그리고 침팡은 신방에서 치르는데, 제 2부 ‘페라나칸의 혼례 : 중국의 영향’에서는 이러한 공간들을 재현해, 조상숭배의식, 중국적인 색상과 문양을 사용한 혼례 장식 등 페라나칸 문화의 중국적 요소를 보여준다.

제3부 ‘뇨냐의 패션 : 말레이의 영향’에서는 페라나칸 여성의 전통 복식과 장신구들에서 보이는 그들만의 독특한 미감 속에 배어나는 말레이적 요소들을 찾아본다. 페라나칸 여성이 입었던 말레이 전통 복식이자 현대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롱(sarong)과 케바야(kebaya)를 비롯해 뇨냐의 대표적인 장신구인 브로치 케로상(kerosang) 등의 화려한 보석장신구들이 선보인다.

페라나칸은 영어나 네덜란드어를 습득하고 서구식 복장을 했으며, 테니스나 크리켓 등 스포츠를 즐겼다. 서구식 주택을 지어 거주하고 유럽에서 제작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새롭게 획득한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했다. 제4부 ‘서구화된 엘리트 : 유럽의 영향’에서는 사회적 지위의 표현 방법 중 하나인 초상화 등을 통해 사회주류층으로서 유럽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페라나칸의 모습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