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난 친구와 찾아간 분위기 좋은 카페, 맛집으로 이름 날린 음식점의 유명 먹거리, 무심코 걷던 거리에서 찾은 인상 깊은 구경꺼리는 기억으로만 간직하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꺼내고 카메라를 찾아 셔터를 누른다. 이제 나의 좋은 기억은 연월일시가 정확히 기록된 하나의 이미지로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개인 사진 폴더 속에는 그렇게 수많은 일상의 순간들이 기록되고 디지털 사진은 기억의 보조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휴대폰 카메라와 디지털 사진들이 우리 삶에 들어온 것은 불과 십 여 년 전의 일이다. 휴대폰 카메라를 비롯한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카메라 시장을 대체한 2000년대까지 카메라는 어떤 역사를 밟아 왔을까?

사진기의 기본 원리는 “어두운 방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빛이 반대편 벽에 바깥 풍경이 역상으로 비춘다”는 현상에서 시작한다.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뜻함)'라고 불리는 이 원리는 기원전 350년경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 기록되어 있고, 13세기 영국의 로저 베이컨(Roger Bacon, 1214년~1294년)은 이 원리를 통해 외부의 풍경이나 일식현상과 같은 천체 현상을 관찰했다고 한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가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년 ~ 1519년)의 원근법 실험에 활용하기도 했는데, 이후 카메라 초점면에 우유빛 유리관을 대고 밖에서 상을 보게 만든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투명한 방)가 개발되면서 회화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화가들은 카메라 옵스큐라와 카메라 루시다 같은 도구를 상비해 두고, 상이 찍히는 측면에 종이를 대고 상을 따라서 연필로 덧그려 베끼는 방법으로 투시도, 조감도, 초상화 등에 활용했던 것이다.

18세기 카메라 옵스큐라를 묘사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