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인들이 ‘황금의 땅’으로 부르던
동남아시아. 아주 오래 전부터 세계 무역항의
허브로 자리해 온 까닭에 다양성의 문화가
역동적으로 공존해 온 땅이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세계의 3대 종교로
손꼽히는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와 힌두교를
믿으면서도 자신들이 예로부터 믿어 온
조상신, 정령신, 주술신 등 자연에 기반을 둔
토속신앙을 아직도 믿고 따르며 산다.

그들은 이른 아침에 스님들에게 탁발공양을
하고 집 주변에 있는 사당이나 고목나무에
합장을 하며 개인의 안녕과 마을의 평화를
빌기도 하며, 부처의 불법을 수호하는 동물인
사자와 코끼리를 자신들이 믿는 주술신,
토지신과 함께 집 안에 모셔놓고 산다.

또 중국에 인접한 나라,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의 고사와 전설을 다양한 생활용품에 장식으로 새겨 놓고
사용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동남아시아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상생하는 세계의 종교박물관인 동시에 다문화
사회의 모범 답안지와도 같은 곳이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세계를 살펴 볼 수 있는 <아시아,
나무에 담긴 이야기>전은 릇 등의 생활용품을 보여주는 1부 ‘나무와 함께 한 아시아인’과 다양한 종교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된 2부 ‘나무에 담긴 신앙과 종교’로 구성되었다. 가네코 가즈시게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동남아시아의 목칠공예품들로 마련되었다. 다양한 외래종교가 유입되는 가운데에도 자연에 토대를 두고
만들어낸 다양한 토속신앙을 지키며 독특한 종교세계를 구축해 온 동남아시아의 종교문화 관련 유물들이
다수 출품되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욕조의 안팎에 악마를 물리치는 상상의 동물과 인물상을 새겨 아이의 장생(長生)을 기원하던 말레이시아
다약족의 신생아 욕조, 풍요제가 열릴 때면 신전에 모셔 놓던 인도네시아 발리족의 곡신상, 미얀마의 주칠
신령상, 인도네시아 바타크족들의 남자 사제들이 쓰던 약통 등과 같은 유물들을 통해 그들의 독특한
종교세계와 문화를 다채롭게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