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우 교수는 무대미술가를 상상력 산업에
종사하는 시인이자 화가이자 건축가라고
표현한다. 시인과 화가와 건축가의 시선으로
공연무대를 만들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사람. 이런 직업관을 갖고
우리나라 최고의 무대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동우 교수는 사실 미술학도 출신이 아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한 때는
김우중 회장처럼 기업인으로서의 성공을
꿈꾸던 ‘대기업 맨’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대학시절 활동하던 연극반동아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결국 무대미술가로
길을 바꿔 1987년부터 무대미술가로 활동하기
시작,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박동우
교수는 현재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한국의 옛 문화와 한국인의
몸속에 깊이 침전되어 있는 특유의 정서와
감성 코드를 잘 헤아리고, 우리 시대에
그것들을 어떻게 엮어내야 하고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무대미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명성황후>서부터였다고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완벽하게 짜여 진 무대연출로
새로운 볼거리를 끊임없이 선사하며 한국 공연
예술계의 ‘절대지존’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동우
교수. 그는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마다 ‘우리가 이
작품을 지금 왜 하는가, 관객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다면 관객들에게 메시지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하고 항상 고민하며 작업에 임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 해결책들을 늘 한국적인 것,
한국적 소재들에서 찾아왔으며, 그의 아이디어
창고는 한국적인 것, 우리 것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증거를 <명상황후>에 등장하는 우리의
전통공예품인 발을 응용한 대형 가림 막과
명성황후의 시해장면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던
회전무대에 새겨진 조선시대의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서편제>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대를 극적으로 몰아가던 한지로
된 막 등에서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그만의 상상력으로 오늘에 맞게
재해석해 탄생시킨 무대장치들은 모두 다 그가
늘 고민하는 창작의 문제와 ‘한국적 DNA’에 대한
애정과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