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이나 마우스가 아닌 디지털 펜이나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볍게 튕겨가며 입력된 정보를 찾아보는 태블릿 컴퓨터. 들고 다니는 데 무겁지도 않아 컴퓨터 마니아들 사이에 어느새,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태블릿 컴퓨터의 등장은 1976년에 투박한 개인용 컴퓨터가 겨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던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태블릿 컴퓨터의 등장으로 어느새 찬 밥 신세(?)가 된 노트북이 시판되었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렇게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진화해 나갈 줄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물며 주판을 대신해 10진번의 덧셈과 뺄셈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계식 계산기를 처음으로 발명한 17세기의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 ~ 1662)도, 컴퓨터의 주요한 계산법인 2진법을 고안해낸 라이프니츠도 자신이 발명해 낸 계산법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1941년, 천공 카드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전자식/기계식 컴퓨터, ‘Z3’를 개발한 독일의 공학자, 콘라드 추제(Konrad Zuse; 1910 ~ 1995) 역시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컴퓨터는 ‘애니악(ENIAC)’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독일에서는 1941년에 개발되어 독일 제국의 연방항공청의 원격조종 폭탄의 최적 항공역학 수치를 계산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컴퓨터는 전쟁을 위해 개발된 기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2진법 계산체계를 사용해 개발된 콘라드 추제의 컴퓨터, Z3는 당시, 독일의 적국이었던 미국이나 영국의 과학자들과 콘라드 추제가 거의 교류가 없었던 데다 Z3의 실물 또한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기 때문에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고, 영국에서도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콜로서스 1호’가 개발되었으나 이 역시 1급 비밀에 부쳐져 있었기에 일반인들은 1970년대까지도 그 존재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애니악 역시 군사적 목적을 위해 개발되었다. 포탄의 궤적을 계산하거나 수소폭탄의 예측하는 등 주로 정부의 군사적 목적에 이용되던 애니악은 18,000개의 진공관을 이용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무게가 무려 30톤에 이르는데다 가격 또한 50만 달러(최근 시세로 약 70억 원)에 달하였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서도 관심을 끌지 못했던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