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를 손꼽아 보자면 2010년 특별 전시로 열렸던
<조선의 호랑이>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미술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표현되는 호랑이에 초점을 맞춰 저희 미술관 소장의 ‘용호도’ 같은
호랑이 관련 회화작품과 민화, 나무인형 같은 다양한 민속자료를 소개한 전
시였습니다. 일본에는 실제로 서식하지 않는 호랑이가 중세의 그림에 등장,
표현된 데에는 한국 미술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 준 전시였습니다.

고려미술관 소장품 외에도 다른 기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전시를 치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아주 뜻 깊은 전시였다고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미술관에 들어 와 처음으로 기획을 맡았던
<조선의 영물들>전, <동물 표현-화각과 가죽공예>전, <유쾌한 그림-조선민화>
전,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 4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특별전시
<성심을 다한 만남-통신사의 숨소리>전. 그리고 최근에 열린 특별전
<화훼초충-꽃과 벌레로 엮어낸 조선의 미술>전, <조선의 목기 100선>전 등을
손꼽아 볼 수 있겠습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접하면서 깨닫게 된 한국미술의 매력은
그 배경에 깔려 있는 철학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적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세련된 선과 형태, 그리고 깊은 풍취와 유희심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한국 미술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두 점 있는데요,
둘 다 아주 독특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먼저 고려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각 함을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아주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세속을 뛰어 넘은 화풍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려미술관의 입장권에도 이 화각상자의 호랑이와 코끼리의 도상을
사용할 만큼 저희 미술관을 대표하는 명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교토국립박물관의 소장품인 백자 항아리입니다. 항아리의 형태가 아주 맘에 들고
철로 그려진 들국화에서 왠지 모를 평온함과 품격을 느낄 수가 있어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