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8호


유물박사 교실

뮤진 유물박사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곳은 뮤진 사이버 박물관에서 만나보았던 <E-특별전>과 <뮤진 확대경>을 또 다른 시각으로 만나보는 공간입니다. 우리 문화가 지닌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볼까요?

이번 호 E-특별전에서는 조선 시대 다양한 산수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특별전을 살펴보면 산수화풍이 조금씩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시대의 흐름과 당시 활동했던 작가들의 양식을 따르는 것으로 화풍마다 표현하는 기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호 유물 박사 교실에서는 E-특별전에 소개된 산수화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산수화는 산과 언덕, 바다와 강, 구름과 안개, 풀과 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 경치를 그린 그림입니다. 우리나라 산수화는 삼국 시대부터 그려졌다고 전해지나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고려 시대 이후입니다. 조선 시대에 고려 시대로부터의 전통을 계승하고 명나라에서 들어온 화풍을 수용하면서 한국적 특색이 있는 그림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중기에 명나라에서 남종 화풍이 전해지면서 조선 후기 이 화풍이 크게 유행하였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곽희파 화풍(郭熙派 畫風)은 북송시대 화원이었던 ‘곽희’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북방의 산수를 특색 있게 그려냈습니다. 그림의 특징으로는 화면 가운데 험하고 높은 산이 위용을 자랑하는 듯 높이 솟아 그려졌으며 폭포는 거대한 산수에 묻혀 실처럼 가늘게 표현되었습니다. 압도당하는 듯 웅장한 산수화 속에 왜소한 인간이 대조적으로 표현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의 모습은 개미처럼 작기만 합니다. 자세히 찾아봐야 겨우 찾아낼 정도로 인물에 대한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곽희파 화풍은 조선 초기 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남송원체 화풍과 버금갔습니다.

남송원체 화풍(南宋院體 畵凮)은 취향에 따라 화원을 중심으로 이룩된 직업인 화가들이 그린 화풍을 의미합니다. 궁 내에서 유행하는 것이나 분위기가 임금과 시대에 따라 변화기 때문에 일정한 양식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송대 나라에서 설치‧운영한 회화 전문기관인 한림도화원에 속했던 궁전 내 화원 화가들이 즐겨 쓰던 화풍을 원체 화풍이라고 합니다. 남송 시대 강남지방의 온화한 기후와 나지막한 산, 물이 많은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이룩한 화풍인데 구도는 화면을 대각선으로 나눈 후 아랫부분에 치우치게 그렸으며 나머지 부분은 물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두어 여백을 강조했습니다. 주로 산수화와 화조화 부문에서 눈에 띄는 양식이 나타났으며 북송시대 규모가 큰 산수화와는 대조적으로 작은 화첩에 그린 것이 많으며,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자연의 일부를 스스로 선택하여 화면에 담아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원(馬遠) 하규(夏珪), 양해(梁楷) 등에 의해 정립되었으며 조선 전기 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절파 화풍(浙派 畵風)은 중국 명대(明代) 초기의 화풍입니다. 궁정 회화가 번성하는 동안 궁궐 밖에서는 크게 부상한 화풍으로 대진(戴進, 1388~1462)이 활동했던 저장성(浙江省) 전당(錢塘)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그를 추종한 직업 화가들의 화풍을 말하는 것입니다. 남송원체 화풍을 바탕으로 여러 화풍의 요소를 융합하여 복합적이고 절제된 구도와 다양한 필법을 보여주며 15세기 후반부터 명대 직업 화가들의 주도 화풍이 되었습니다. 남송원체 화풍에 그림 중간 부분에도 경치를 그려 넣어 복잡한 구성과 거친 필치, 흑백 대비가 심한 묵의 사용, 날카롭게 각이 진 윤곽선의 표현 등 그림 전체가 거칠며 조잡한 느낌을 줍니다. 인물을 그릴 때도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위주로 구도를 잡으며 먹과 선의 사용이 거칠고 대담할 뿐 아니라 복합적이며 다양한 화풍을 만든 절파 화풍은 궁궐 내 딱딱하고 얽매인 것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함까지 보여주며 조선 시대 중기까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안견파 화풍(安堅派 畵風)은 조선 시대 최고의 산수화가인 안견(安堅)이 정립한 화풍을 말합니다. 북송의 이성과 곽희, 그리고 그들의 추종자들이 이룩한 화풍인 곽희파 화풍(郭熙派 畫風), 남송원체 화풍 등 여러 시대에 걸쳐 전해진 다양한 화풍을 종합해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것으로 조선 초기 ~ 중기까지 이어졌고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안견파 화풍의 특징은 그림이 세 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쪽 끝으로 치우친 구도이거나 혹은 두 폭으로 좌우대칭을 이루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늘고 뾰족한 붓끝을 화면에 살짝 대어 점을 찍듯이 하여 짧은 선이나 점의 형태를 이룬 단선점준 사용해 대상을 나타냈으며, 풍경과 물체가 떨어져 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한 그림에서 물체의 형태가 어느 정도 규칙성을 가지고, 풍경과 물체 사이에 펼쳐지는 수면과 안개 등에 의해 공간이 점점 확대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붓과 먹의 사용이 부드러워졌으며 한가지 화풍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화풍의 특징을 탐구해봤으니 산수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하며 감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띄어쓰기) 또한, 각 화풍을 이끈 화가들의 작품을 비교를 통해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도 산수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강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는 즐거움까지 누리며 무릉도원으로 들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