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오랜친구, 개를 만나다.
  • 인간의 오랜친구, 개를 만나다.

    황금 개가 우렁차게 짖기 시작했다. 무술( 戊 戌 )년 황금 개띠가 시작된 지 3달째. 설원에서는 황금빛 질주가 이어졌고, 속살 드러낸 버들강아지는 봄소식을 전한다. 사람과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충성심 높은 동물이라 알려졌다. 주인 구한 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고, 사냥·귀신 등을 쫓는 역할도, 신화나 설화에서 환생 시 저승에서 이승의 길라잡이로 백구가 등장하는 등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다. 어디 이뿐인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등 개와 관련된 속담도 아마 동물 관련 속담 중 가장 많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 생활과 가장 밀접했을 동물인 ‘개’를 뮤진에서 옛 그림을 통해서 만나보자.

  •  '견' 을 통해 느끼는 모성애

    검은색과 붉은색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이다. 온화하고 편안해 보이는 첫 느낌이 관람객의 발을 붙잡는다. 목에 걸린 붉은 목줄과 금방울은 이 개가 왕실이나 대갓집에서 기르던 동물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암의 견도는 한국 회화사에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 이암은 이 작품에서 공간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한정된 화면 공간에 어미 개를 반 이상 차지하는 크기로 그림으로써 관람객의 시선을 어미 개에게 고정시켜버린다. 원거리가 아닌 근접거리에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관람객이 어미 개와 강아지의 표정과 행동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입을 굳게 다문 어미 개의 시선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시선을 따르게 한다.

  • 어미 개와 강아지 狗圖 ,이암 종이에 옅은 채색 , 163.0x55.5cm(전체), 16세기
  • 삽삽개의 위엄

    검은 삽살개의 모습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관람객의 시선에서 그림 속 삽살개의 표정을 따라 해 보게 된다. 작가 미상의 작품으로 화가는 무수한 붓질로 온몸을 털로 뒤덮고 있는 개의 형태를 나타냈다. 검은 등의 털과 대조적으로 가슴과 다리 사이로 비치는 흰 속살은 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온통 검은색인 몸 색깔 덕에 이목구비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개의 눈빛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앉아 입을 다물고 있지만 동시에 강한 경계의 빛 또한 내뿜어 관람객이 겁을 먹게 한다. 매우 용맹한 우리나라 토종개의 모습을 그림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 울타리 아래 삽살개 筆者未詳犬圖 , 작가 미상 종이에 엷은 채색, 30.9x29.4cm, 조선
  • 개조심

    쇠사슬에 묶인 채 기둥 밑에 엎드린 한 마리의 맹견이다. 작가 미상의 작품으로 개의 가죽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을 한 눈에도 알아챌 수 있다. 명암법을 통해 근골을 따라 접힌 가죽은 사실감을 더한다. 앞다리 근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짧은 선을 반복적으로 표현해 털을 그렸다. 개 코 위로 잡힌 주름과 한쪽이 서 있는 귀도 자세한 관찰을 통해 묘사했으며 꼬리의 털과 발톱까지 놓치지 않고 자세하게 나타냈다. 구도나 화면의 여백을 보면 좀 더 큰 작품에서 개를 중심으로 잘려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다소 기운이 빠진 듯한 개의 모습이지만, 그런데도 눈앞에 사람을 바라보는 얼굴의 묘사가 공감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 사나운 개 猛犬圖 , 작가 미상 지본채색, 44.2x98.5cm
  • 몸을 긁는 개 한마리

    김두량의 동물화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당시 청나라로부터 유입된 서양화풍의 영향을 일부 반영하고 있어 주목된 작품이다. 1910년 구입 당시에는 작가 미상으로 표기된 작품이었지만, 미술사학자 최순우의 견해에 따라 김두량의 그림으로 알려졌다. 배경을 간략히 하고 개를 중점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외형 묘사가 사실적인 작품으로 개는 왼쪽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기 위해 몸을 살짝 틀고 왼 다리를 들고 있다. 개다리 관절 부분에 달린 발목 살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오른쪽 발바닥에 명암을 주어 입체적 느낌을 더 살렸다. 개의 발톱은 모두 검게 그렸으나 긁는 행동을 하는 왼쪽 발톱을 하얗게 그려 검은 털을 긁는 것을 강조했다. 간지러운 곳을 긁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관람객을 힐끗거리며 탐색하는 모습이다.

  • 긁적이는 검정개 黑狗圖 , 김두량 지본수묵, 23x26.3cm, 18세기
  • 사람과 동물의 교감

    바람개비를 든 소년이 마당에서 개를 부르는 순간을 묘사한 작품이다. 소년과 개, 기둥 뒤 그림자, 소년의 얼굴과 손, 옷 등에 표현된 빛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를 그린 신광현( 申 光 絢 , 1813~?)은 19세기에 활동한 작가로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으나 생애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이 그림이 주목받는 점 중 하나는 서양화의 음영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음영법에 의해 강한 입체감까지 나타내고 있다. 소년과 개의 아래쪽 바닥 그림자까지 표현할 정도로 서양 화법을 도입했다. 대문, 벽, 기와, 바닥 등의 경계선은 소실점을 향하여 먼 곳에 있는 것일수록 좁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서양화법 중 투시 원근법을 구사하였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사람과 개가 교감하는 모습 역시 당시 동양화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 개를 부르는 소년 招狗圖, 신광현 종이에 엷은 채색, 35.3x29.5cm, 19세기
  • 이미지 퀴즈 배경

    사람과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충성심 높은 동물이라 알려졌다. 2018년은 무술( 戊戌 )년 황금 ○띠 해이다.

    마감날짜 2018년 5월 14일 ┃ 발표날짜 2018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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