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그릇'을 통해 만드는 가치, 이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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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마음은 따뜻하게, 배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정갈하다’라는 표현은 단지 그릇 위에 담긴 음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음식이 담긴 그릇에서부터 오롯이 전해지는 분위기도 담아내는 표현일 것이다. 대중이 사용하기 불편해 꺼렸던 도자기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생활 도자의 대중화를 이끈 이가 있다. 우리 그릇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접목해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그릇을 빚는 도예가이자 우리 그릇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수공예 문화 기업 이도(yido)의 이윤신 대표를 뮤진에서 만났다.

  • 이미지 한눈에 매료된 '흙'

    이윤신 대표에게 붙어진 수식어는 ‘생활도예 1세대’이다. 그는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흙’을 처음 만지던 때를 잊지 못했다. ‘흙’이 주는 감촉은 물론이고 손이 닿는 대로 형태를 보여주는 ‘흙’ 자체가 너무 좋아 한눈에 매료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릇을 만들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현대도예(도조)라는 것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었고 전위적인 오브제 도판과 작가의 정보가 넘쳐 났습니다. 그런 것을 접하면서 어렴풋한 동경에 빠졌습니다. 일본 예술과 문화가 담긴 잡지들에 관심을 많이 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막연한 동경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결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 이미지 운명처럼 만난 '그릇'과 깨달음

    많은 도예가와 현대 예술로 가득한 일본 도쿄는 그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무엇을 받아 들여야 하는지 몰랐고, 눈으로 보기에 멋진 현대도예에 반해 그것을 흉내만 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을 즈음 그의 눈에 ‘그릇’이 들어왔다. 지극히 평범한 것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릇’은 결국 그를 한 번도 앉지 않았던 물레 앞에 앉게 했다. 그리고 그때야 ‘자신의 것’이라는 확신에 찼다. 마치, 운명처럼 만난 ‘그릇’은 그의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릇이 가진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흙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내 손을 거쳐 그릇을 만드는 것도 좋았고, 그 그릇이 사용되는 순간도 좋았습니다.”라며 유학생활 중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본에서는 그릇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귀한 그릇에 밥을 먹고, 차를 마십니다. 어린 아이 조차 밥을 먹은 후 그 그릇을 개수대에 조심스레 가져둡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며 ‘왜 우리는 그런 귀한 가치를 알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는 그렇게 우리 삶을 조금 더 따뜻하고 귀하게 만들고자 그릇을 빚기 시작했다.

  • 이미지 홀로 외로운 길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이도'

    1990년 도예가인 남편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 혼자 물레를 차기 시작한 그에게 함께 하는 어시스트가 생기고 직원이 한 명씩 늘었다. 그렇게 규모가 커지면서 2004년 수공예 문화 기업 ‘이도(yido)’가 탄생했고 현재는 백여 명과 함께 정성스런 마음을 담은 귀한 ‘그릇’을 빚고 있다. ‘그릇’이 자신의 길이라는 확신에 차 외롭게 시작한 출발이었지만 지금은 그의 마음과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부푼 가슴을 안고 물레를 찼다가 가마를 열고 실망해서 내다 버리기를 몇백 번, 몇 트럭은 될 겁니다. 그런 인고의 시간과 노력 끝에 ‘청연’ 라인을 만들어 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하는 한 장면입니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틈틈이 여행 다니고 사람 구경을 한다. 호기심과 배움을 꾸준히 유지하는 노력은 그의 그릇에 근원이 된다.

  • 이미지 '한국의 그릇' 빛을 보다

    그의 노력은 국내·외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북촌 가회동 본점을 시작으로 여주에 신개념복합문화 공간인 이도세라믹스튜디오를 마련했고, 인문학 아카데미, 하우스 콘서트 등을 진행하면서 전국으로 유통망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 2015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의 공식 후원사,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파리 개인전, 각종 프로모션 활동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제반 활동을 전개하며 도자 그릇을 문화적 자산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다. 사실 해외에서 그의 그릇이 조명된 것은 한식을 다룬 미국 PBS 다큐멘터리 시리즈 ‘김치 크로니클(kimchi Chronicles)’(2011)에서 세계적 셰프 장 조지(Jean-Georges Vongerichten)가 이도의 그릇을 사용하면서 ‘한국의 그릇’으로 주목받았다.

  • 이미지 이윤신의 '그냥 그릇'

    “많은 사람이 제 그릇을 좋아해 주는 것은 정말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간 파리 한 레스토랑에서 제 그릇이 사용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럴 때마다 그 기쁨과 보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단어마다 감사함이 가득했다. 무엇인가 담아내기 위해 존재하는 ‘그릇’, 그래서 ‘그릇’은 음식을 담아내는 순간 완성된다. 그가 말하는 좋은 그릇이란, 음식을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자신만의 조형적 철학을 담아낸다. 그것이 ‘쓰기 편하고 쓰니 아름다운, 정말이지 말 그대로 이윤신의 ‘그냥 그릇’이다.

  • 이미지 인생의 스승, '그릇'

    애착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매진했던 것이 많지 않았던 그에게 ‘그릇’은 스승이다. 처음으로 무언가 스스로 찾아 탐구하고 노력하며 매달려가고 있다. “그릇을 만들면서 수많은 생각과 함께 기쁨, 슬픔, 보람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낀답니다. 흙은 굉장히 엄격해서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가차 없이 제 손을 떠나려 합니다. 가끔 그릇이 저를 혼내고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화도 내고 웃기도 했다가 울기도 하고···, 그렇게 지금의 이윤신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추억하지만, 그에게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이었다. “모두가 편하게 쓰기 좋은 그릇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 세계 밥상에 귀하게 만든 제 그릇이 올라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정성 들여 만든 제 그릇을 통해 많은 사람의 삶이 조금 더 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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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여러 작가와 협업하여 독특한 작품을 만들고, 이도 콘서트도 계속해 열면서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바탕으로 더 좋은 문화를 제시하고 또 지켜가겠다는 꿈을 가진 이윤신. 도예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의 명칭은 큰 의미가 없다. 그릇을 만드는 ‘이윤신’, 그것보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훗날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우리 도자, 우리 그릇의 우수성은 물론 우리 생활 문화의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사진 제공 | (주)이윤신의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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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

    이도 이윤신의 ○○은 한식을 다룬 미국 PBS 다큐멘터리 ‘김치 크로니클’에서

    사용되면서 ‘한국의 ○○’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마감날짜 2017년 5월 15일 ┃ 발표날짜 2017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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